우리 딸이 자폐래요 02

(25.11.05)

by 우리 아빠


슬퍼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부족하고 남루하지만

난 우리 예쁜 딸의 아빠.


필요한 일들을 해야 한다.


어제, 한순간 세상이 뒤섞인 후

가장 먼저 어린이집에 우리의 자폐를 알리기로 했다.

당장 내일부터 우리 아기를 부탁드릴 곳.


동네로 돌아가는 길,

지금 바로 방문이 가능한지 여쭙고

오후 5시에 어린이집을 찾았다.


'우리 딸이 자폐래요. 지금 막 대학병원 다녀오는 길입니다.'


원장님과 담임선생님께 덤덤하고 고요하게

나의 감정인지, 꼭 전달해야만 하는 필요의 말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그 문장을

고백하고 뱉어냈다.


앞으로 더 잘 부탁드린다.

'우리' 예쁜 아기.


원장님과 담임선생님에게 터져나오는 울음.

감사와 안도, 그리고 아직은 파악하지 못한 내 안의 날것, 그 무엇인가가

한참을 뒤섞여 뾰족한 모양의 감정으로 휘몰아쳤다.


아마 이분들은 나보다 훨씬 이전부터 우리의 상태를 눈치채셨던 모양이다.

그동안의 말 못 했던 고민들과 우리 부부의 용기 냄을 격려해주셨다.


'우리에게 좋은 일이에요.'

'아직 31개월, 빨리 우리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셨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으신거에요.'


한 시간여 가량을 위로해 주셨다.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정말 우리 아기 앞으로...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이프는 그 시간, 우리 아기의 손에 생긴 수포 때문에 소아과에 다시 가 있었다.


2025년 11월 4일.

내 인생이 변한 그날을 더욱 잊지 못하게 했던 마지막.


'오빠 우리 수족구래. 요번주는 가정보육이야.'

.

.

.

아마 이 날은 죽을때 까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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