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5)
내 인생은 완벽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계획대로였다.
부모님에 사랑을 먹고 자라
따뜻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낭만으로 반짝이던 20대를 건너와
마주하게 된 30대.
착하고 예쁜 아내.
결혼.
그 모든 시간이 예쁜 멜로디처럼 흘러와
나를 꿈꾸게 했고,
현실이 되고.
어느새 다른 소리들이 더해져
어엿한 음악이 된 그 울림은
내 취미이자 놀이,
밥벌이이자 삶이 되었다.
간혹 마주치는 어려움들,
나의 미숙함이 만들어버린 후회들은
이런것들을 위한 자양분이라 믿고
그것마저 내 인생을 빛나게 하는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했다.
나는 더 행복해질 거야.
계속해서 나아갈 거야.
그리고 그 완성은
예쁜 딸이었다.
지금껏 만들어 놓은 삶,
그 위에 우리 아기가 뿌리내리고
사랑받으며, 행복을 느끼며
그렇게 꽃이 되어 가는 시간들.
훗날 눈부시게 만개한 딸과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내 인생의 완성이었다.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무사히 내 삶을
꽉꽉 눌러 담은 행복과 기쁨으로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
그래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주위에서 때때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들은
언제나 나를 피해 갈 것이라 자만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처음 느껴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진정한 인생의 어려움은
나만의 힘으로는 탈출할 수 없다는 것.
'탈출'이란 단어도 잘못되었다.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삶은 주어지는 것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내 인생은 완벽했다.
이토록 어리고 철없는 생각을 했다니.
부끄럽고,
후회된다.
내 인생은
절대 완벽하지 않았다.
그저 온 힘을 다해 감사해야 할
행운들이 가득했을 뿐.
그런 나에게
예쁜 딸이 주어졌다.
살면서 처음 느껴 보는 무게의 어려움과 함께.
순조롭지 않고,
계획과는 너무 다르다.
그럼에도
내 인생은 완벽했다 착각하게 만들 행운이
삶의 곳곳에 서려있기를.
그리고 이젠
나의 삶보단
너의 삶에.
불완전하지만
많이 웃고,
그래서 착각하다
감사해지기를.
아빠가 도와줄게.
너는 내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