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자폐래요 36

(26.02.09)

by 우리 아빠



횡단보도가 있었다.

아기가 태어난 병원과 산후조리원 사이,
적당한 거리에 있던 횡단보도.

태어난 지 3일 된 조그만 우리를
겹겹이 포대기에 감싸
조심스럽게 안고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간 순간이었다.

혹여나 떨어뜨릴까
혹시나 추울까

상체를 힘껏 웅크린 채 아기를 안고
가장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그 횡단보도를 건넜다.

"아직 갓난아기인데
이런 자동차 매연을 마셔도 되는 건가."

"오늘 미세먼지도 심하던데,
이렇게 밖에 나와도 되는 건가."

그러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보며
이야기해 주었다.

"아빠가 널 꼭 지켜줄게."

아기는 부지런히 자랐다.
이제는 어느덧 아기와 어린이의 중간 어디쯤,
갓난쟁이의 분위기마저 사라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엄마 아빠의 지시를 따라준다.

짜증을 내고
뿌듯해하고
재미있어한다.

많이 울고 웃으며
그렇게 커 간다, 우리 아기.

"우리야, 교회 가서 다른 분 간식을 먹고 싶을 땐
'저 이거 먹어도 돼요?'하고 먼저 물어봐야 돼."

어제 교회를 가기 전

우리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여전히 우리는 다른 아기들의 과자 봉지나 과일을 보면
우다다 뛰어가 그 간식들을 집어 먹는다.

매주 다른 분들께 죄송하고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어제는 몇몇 엄마들께 부탁을 드렸다.

아기가 말로 먼저 물어보기 전에는
간식을 주지 말아 달라고.

"어휴, 그럼요. 옛날에는 온 마을이 아기를 키운다고 했잖아요."
"근데 요즘엔 마을이라는 게 없잖아."
"아니, 우리들이 다 마을이지 뭐."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말한다.

"우리야, 간식 먹고 싶으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저 이거 먹어도 돼요?"
"그렇지! 잘했어!"

그리고 손에 쥐어지는 과자 한 조각.

거침없이 입으로 넣으려는 우리의 손을 잡고

또다시 이야기한다.

"우리야, 그다음엔 뭐라고 해야 돼?"
"고맙습니다!"

그 '마을'의 모든 분들이 웃으시고
좋아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나만의 방법으로 아기를 안고 있다.

우리 아기가 살면서 만나게 될 마을들.

그 어디에서든,
어떤 순간이든,

그 안에서 도리를 다하고
배려를 받아
안전함 속에 살아갈 수 있기를.

아직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삶의 경험으로 짐작되는 우리의 어려움들이
나는 벌써부터 두렵다.

그 경험이 비록 비루하고
편협한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껏 느낀 세상은
도처에 위험이 떠다니는 곳이었다.

우리 아기는 혹여나 그 위험들을

더 크고 깊이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

내가 있는 힘껏
평생을 안아 볼 일이다.

우리가 만나게 될 횡단보도.

어느 순간엔 유모차로 건너고
어느 때엔 손을 잡고 걷고
어느샌가 빠른 걸음으로 지나갈

횡단보도가 있겠지.

아빠가

온 힘을 다해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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