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14)
아침에 일어난 우리.
"일어났어!"
"기지개 켰어!"
그리고 요즘 다시 찾는 베베.
"베베랑 놀고 싶어ㅠㅠ"
"베베 책 읽고 싶어ㅠㅠ"
엄마는 설거지,
아빠는 목욕 중.
잠시 TV를 보는 우리.
"TV 보는 시간이 좋아!"
그런 우리는
오늘 하루 종일 칭얼칭얼.
"배가 살살 아파."
아기가 어디 아픈가.
아침에 대변도 봤는데.
"베베랑 더 놀고 싶어ㅠㅠ"
아, 지연반향어인가 보다.
저것도 베베책 내용이겠지.
그렇게 우리의 말을 흘려보낸 채
동네에 친해진 지인들과
공동육아를 위해 잡은 점심 약속 자리로 향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칭얼칭얼.
"집에서 놀고 싶어!"
"베베랑 놀고 싶어!"
그리고,
"배가 살살 아파."
어제 영 잠을 못 잤던 우리가
많이 피곤한가 보구나.
지인들께 양해를 구하고
얼른 자리를 정리해 집으로 향했다.
"낮잠을 얼른 재워보자.
그럼 좀 나아지겠지."
그런 기대와 달리 우리는 차에서 잠들지 않았고,
집에 와서 어르고 달래며
드디어 낮잠에 든 아기.
"오늘 역대급인데.
우리가 진짜 몸이 안 좋은가?"
아내와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이내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 아기.
"퍼즐 맞추고 싶어."
"그럴까, 우리야? 뽀로로 퍼즐 맞출까?"
"뽀로로 퍼즐 맞추고 싶어!"
이제 괜찮아진 건가.
하지만 곧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
"배가 살살 아파."
안 되겠다 싶어
주말 오후까지 운영하는 동네 소아과로 달려갔다.
"장염 초기증세 같고요. 일단 약 이틀 치 드릴게요.
더 심해지면 큰 병원 가셔야 하는데,
혹시 필요하실 수도 있어서 소견서 써드릴게요."
우리 아기는
진짜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한 건데,
결국 우리 아기의 한계를 정해버리는 건
우리를 가장 사랑한다는 내가 아닐까.
아기의 표현을 그저 지연반향어 정도로 생각했다니.
사실 이 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을 남기고 싶어
열심히 메모했던 기록이었다.
'우리 아기, 이렇게 말이 늘다니'를 보고 싶어
정작 가장 중요한 우리 아기의 본모습을 보지 못한 나는
이렇게나 한심하다.
나는 우리의 부모로서 정말 괜찮은 걸까.
죽을 먹이라는 의사의 말에
부리나케 동네에 죽집을 찾아 포장해 온 저녁.
우리는 아내의 무릎에 축 늘어진 채 누워 있었다.
아내와 나는 대충 김밥과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간신히 한두 숟갈의 죽을 우리의 입에 밀어 넣고
약까지 먹이고 있던 찰나.
갑자기 일어나는 우리.
"아빠한테 점프하고 싶어."
"어... 어?"
"아빠한테 점프하고 싶어!"
.
.
.
"그래. 우리야! 아빠한테 점프해!"
"하나, 둘, 셋. 점프!"
나에게 힘껏 뛰어들어오는 우리.
"우리야, 안 아파?"
"아팠쏘."
"지금은 괜찮아?"
.
.
.
"더 놀고 싶지만 졸려요."
이 말도,
책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라
우리의 진짜 표현이겠지.
우리 아기.
말이 늘었네!
"우리 아기, 이렇게 말이 늘다니!"
.
.
.
"아프지 마 우리야.
말은 조금 늦게 늘어도 되니까
아프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