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마녀사냥
① 14세기에서 17세기에 유럽의 여러 나라와 교회가 이단자를 마녀로 판결하여 화형에 처하던 일
② 특정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직장 내 괴롭힘은 지속적인 교육 및 캠페인으로 인해 상당 부분 개선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이제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고 많이들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언어폭력, 직권남용 등 직장 내 괴롭힘은 주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선배가 후배 직원에게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동료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물리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상당 부분이 노출이 되는 부분이 많다.
마녀사냥은 어떨까? 직장 내에서의 마녀사냥은 괴롭힘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특정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 그리고 특정한 프레임을 씌워서 특정 사람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는 것. 그래서 교활하고 교묘하게 지능적이며 매우 강력하지만 가해자는 본인이 어떠한 폭력을 휘두르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일이 마녀사냥에 해당될까?
A부서와 B부서는 긴밀하게 협업을 해야 하는 사이다. 그런데 주변 상황의 변화로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게 되자 B 부서는 은근하게 A 부서의 실무자 C를 탓하기 시작한다.
직접적이지 않게, C가 없는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거래처와의 커넥션이 있어 봐주기식 납품을 받은 것은 아닌지, 뇌물을 받은 것은 아닌지 사실이 아닌 추측으로 말을 만들어내고 재생산하고 책임을 C에게 떠넘긴다.
C는 정말 거래처와의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을까?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만들어진 말이 사실이 되어 C는 부정한 행위를 한 직원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결국 C는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 억울하게 퇴사를 맞이한다.
또 다른 종류의 마녀사냥은 어떤 것이 있을까?
A부서장과 같은 부서의 부서원 B,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조인한 부서원 C가 있다. 부서원 C는 업무 능력이 탁월한 직원이다. 그리고 부서원 C는 A부서장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기 전 매우 친밀한 사이였다. 그런 C 부서원을 부서원 B는 매우 탐탁지 않아 했다. 일종의 질투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부서 내에서 친밀한 동료들이 있는 B는 C를 배제한 부서원들끼리의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부서장과 부서원 C가 친밀하기 때문에 업무 능력도 없는 C를 부서장이 편애한다는 여론을 형성한다. 부서원 C는 은근한 집단 따돌림으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된다.
부서장 A도 결국 부서원들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고, 편파적인 업무 지시를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부서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어떤가? 직장 내 괴롭힘처럼 직접적인 괴롭힘의 증거를 수집하고 고발하는 것이 가능할까?
마녀사냥을 당하는 사람은 직장 내 괴롭힘과는 달리 회사에 보호를 요청하기가 매우 어렵다. 언어폭력을 행사하거나, 무리하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등의 실질적인 액션이 아닌 보이지 않는 '프레임'을 씌워서 사람을 가둬두기 때문이다.
물론 첫 번째, 두 번째 케이스 모두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정말 그것이 사실이라 믿고 행동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사실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사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내가 이해하는 과정에서 각색되고 편집된 결과물인 것이다.
잘못된 인식이 말이 되어 밖으로 표현되면 그 '말'이 결국 마녀사냥 화형의 '불'이 되어 억울하게 사람을 죽게 만든다. 내가 무심코 하는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여론을 형성하여 소중한 우리의 동료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도 있는 것이다.
흔히들 하는 험담은 건조한 가을 숲 속에 떨어지는 작은 불씨 같은 존재이다. 그 작은 불씨는 옆 가지를 타고 옮겨 붙어 산 전체를 모두 불태울 수 있을 만큼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블라인드
익명으로 마녀사냥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블라인드도 처음엔 익명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라고 들었는데, 결국 익명성은 폭력성으로 이어져 마녀사냥의 온상이 되었다. 심지어 어떤 회사들은 인사팀에서 블라인드를 스크리닝 하기도 한다.
왜 사람들은 회사에만 모이면 이성을 잃고 저급한 수준의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일까? 남에 대해 험담하고 모함하는 그런 저급한 일.
회사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모여 최대한 완벽하게 일을 하기 위해 협업하는 인간들의 집합체이다. 일을 그렇게 프레임 짜듯 지능적으로 집중해서 단합하여 진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