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
오늘도 찌뿌둥한 몸으로 간신히 기지개를 피고 일어난다. 아침마다 몸은 천근만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출근을 해야하는 현실이 너무 갑갑하다. 그래도 어쩔수 없이 출근한다. 월급 때문에.
출근 시간은 9시인데 30분 일찍 출근을 한다. 어김없이 9시도 되기 전부터 상사는 나를 불러 온갖 질문을 퍼붓는다. 미리 준비했던 답변이 부족했는지 상사는 답답함을 한숨으로 표현한다. 지친다. 정말 그만두고 싶다.
매일 오전 수수께끼 고개를 넘어가면 쉴세 없이 밀려오는 부하직원들의 보고와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이 이어진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가, 아니 두 개, 세개의 문제가 새롭게 생긴다. 머리에 쥐가 난다.
간신히 점심시간 숨을 돌리면 오후 미팅이 줄줄이 이어진다. 파트너사와의 미팅은 언제나 문제해결을 위한 논쟁이 벌어진다. 예민해지고 감정적인 소모가 상당하다. 미팅의 결과가 탐탁지 않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다.
실적, 미팅 결과, 이슈사항 등등 보고서 작성이 필요하다. 보고서 작성은 언제나 비효율을 발생시킨다. 보고서를 쓰는 작업은 언제해도 너무나도 싫다. 야근으로 지친몸으로 퇴근한다.
무한 반복되는 일상을 월급을 받기위해 어쩔수 없이 꾸역꾸역 견뎌낸다.
회사가 클라이언트라면?
회사는 나를 고용했다. 프리랜서는 클라이언트에게 고용된다. 그렇다면 회사는 나의 클라이언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정규직으로 고용해준 클라이언트이다.
회사라는 클라이언트는 비용을 매월 미루지 않고 지불해주고, 때가 되면 건강검진까지 시켜준다. 온갖 의료비 지원을 보너스로 주고 자녀의 학자금까지 특별 보너스로 지급해준다. 심지어 같은 비용을 매월 지불하지만 매년 15일 이상을 내가 원할 때에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 세상에 이런 천사같은 클라이언트가 없다.
실수를 해도, 실패를 해도, 가끔 게으름을 피우고 무책임해도 나를 계속 고용해서 사용해준다.
회사를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가짐이 180도 달라진다.
출근이, 상사의 업무지시가, 모든 미팅과 보고자료, 업무 전반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그리고 알게된다. 회사라는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소중하고 나를 성장시키는지.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를 고용해준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간다. 계약이 체결된 클라이언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의욕과 아이디어로 충만한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한다.
클라이언트 미팅에 늦지 않기위해 3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어쩐일인지 클라이언트도 빨리 도착해 미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여러가지 질문들에 대해 준비된 답변을 하고 불만족스러워 하는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개선을 위한 작업이 이어진다.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결과를 기다리는 팀이 내가 자리를 비운사이 추진한 업무와 아이디어에 대해 보고한다. 여러가지 보완할 부분과 해결해야 할 점이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언제나 클라이언트의 니즈와 만족에 중점을 두고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면 된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빠르게 사무실로 복귀한다. 다음 클라이언트 미팅 준비 때문이다.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이기에 더욱 철저히 준비를 하고 미팅에 참여한다. 하지만 미팅 결과는 역시나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지 못못하고 끝나버렸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 고민하자.
오전, 오후 클라이언트 미팅을 끝내고 팀과 프로젝트을 위한 인사이트와 아이디어 도출 미팅을 진행한다. 몇일 뒤 이어질 클라이언트 미팅을 위해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한다. 오늘도 야근이지만 나와 계약한 클라이언트의 욕구를 충족 시키는 것이 결국 나의 커리어가 되기에 힘이 난다. 야근으로 피곤하지만 오늘 하루도 참으로 알차게 보낸 하루다.
나의 가치가 높아지고 성장이 끊임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