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0일 6:28am
벌써 2월이 마무리되어간다. 곧 몇 개월 뒤면 여름휴가가 슬 시작되는 때가 오겠지. 지난 몇 년간 나에게 여름휴가는 말 그대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었다. 국내로도, 해외로도 여행은 생각하지 않았다. 많이 지쳐있었고 여행에 흥미가 없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며칠 전 글을 썼으니 참고로 아래 링크를 걸어둔다.)
여행이 주는 의미, 그 목적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에게 여행은 새로운 환경이 나를 둘러싸게 하면서 묘한 긴장감, 오감의 자극, 기쁨과 환희, 그 온갖 경험으로 인생을 좀 더 알록달록하게, 다채롭게 채워감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여행을 해야 할까. 여행 기간 내에 최대한 빼곡한 일정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유명 지역을 돌아보는 여행, 혹은 각자의 기준에 선호하는 몇 지역을 여유롭게 돌아보는 여행,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전자에 가까운 여행을 했던 것 같다. 여행지를 정하고 해당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곳을 최대한 많이 방문해야 잘 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다녀온 후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몇 없었다.
‘듣기’에도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단순히 소리를 듣는 Hearing, 의미를 이해하는 Listening. Hearing은 수동적으로 별도의 노력이 없이 소리를 감지하는 신체적 반응이다. Listening은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써서 집중을 해야 하고 소리의 의미를 해석하는 인지적 단계가 필요한 활동이다. 이를 여행에 대입해 보면 Hearing은 최대한 많은 지역으로 이것저것 두루두루 둘러보는 여행, Listening은 여유로운 일정이지만 하나하나의 지역을 이해하는 여행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나의 여행은 Hearing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바쁜 일정, 부족한 여유, 다양한 지역 방문을 위한 체력 고갈 등의 이슈로 여행의 매력이 더운 반감되었던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고요한 일상을 반복했더니 새로운 자극을 통한 환기가 필요하다 생각된다. 아직도 그리 내키진 않지만 이번 여름휴가엔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번만큼은 꼭 Listening을 하는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여행의 가성비를 추구한 양적 극대화를 추구한 여행보단 내 안에 짙은 기억과 감정을 축적할 수 있는, 그런 질적 성장을 이끌어주는 여행을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