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1일 8:15am
유산이 주는 불행이 있다. 물질적인 여유를 얻고 나니 일을 해야 하는 동기가 점점 줄어든다. 그렇다고 평생 일하지 않고 먹고 놀아도 될 만큼 엄청난 유산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일하지 않으면 불안할 것 같고, 그렇다고 계속하자니 일이 지루하다. 아주 검소하게 아껴 쓰며 살면 이제는 일을 그만둬도 될 것 같은데, 선택지가 생기니 고민은 깊어지고 아동 바둥거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버틴다. 그리로 자꾸 다른 인생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 다른 인생이라 함은 이런 것이다.
매일 아침 해가 뜨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눈을 떠서 스트레칭을 하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 집을 나선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평화로운 하루를 보낸다. 이런 인생이다. 고요와 평화로 일상의 대부분이 채워지는 삶. 무심코 이런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러자 엄마가 말씀하신다.
"집 팔아서 그렇게 살아."
아직 젊은데 열심히 일해야지, 놀면 뭐 하게, 이런 유의 말씀이 아니었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엄마의 말씀은 은근한 위로가 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에게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40대의 싱글로 살아가는 나에게 '일'은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사회와의 연결을 의미하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도 고독사를 하는 분들의 뉴스를 접하게 된다. 절대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다른 삶도 보기엔 평화롭게 느껴지나 반대로 보면 외딴섬에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을 멈추고 사람과의 소통이 급격히 줄어드는 삶은 어쩌면 나에게 더욱 큰 고통과 불안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립감, 외로움, 그로 인한 우울증까지 생각하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지금의 일이 결코 나에게 물질적인 가치만을 주는 것은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 동료들과의 소통, 일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결국 일 그 자체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구가 된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인간은 경제적 풍요로움이 있다 한들 물질적인 외적 가치 외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역할과 스스로의 발전을 추구하며 내적 가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삶이 따분한 일상이 아니라 흥미로운 여행이 되고 진정한 풍요로운 인생을 축적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