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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Feb 27. 2023

미국 소아과는 ㅇㅇ 지옥이다?

천하태평일까 자신감일까


    제이슨이 돌이 지날 때까지 무려 1년 동안 완모를 했다. 해보니 모유수유가 딱히 어려운 건 아니었으나, 보통 엄마 말고는 아기를 먹일 사람(혹은 수단을 넘어 유일한 식량)이 없다는 것이 가장 손꼽히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도와줄 사람 없이 타지에서 독점육아를 하는 도중엔 그 점은 나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공공장소에서도 수유커버만 있으면 수유 (쌉)가능이라 오히려 시간이 지나 익숙해질수록 완모는 수월했다.


    그런데 typical J형 인간인 내가 모유수유를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수유량”을 알 수 없다는 점.


 모유만으로도 살이 포동포동 오르는 아가들도 많지만, 제이슨의 경우 본인이 배가 부르면 그 이상 절대 먹지 않는 아가여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성장도표곡선 상 몸무게 하위 30%를 넘어본 적이 없는 쪼꼬미였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아이이니 만큼, 제이슨이 필요한 량만큼 잘 먹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불안하고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뱃고래가 작은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도 소화시키는 동안 토를 많이 하는 일명 “토쟁이” 아가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중에야 “알아서 잘 먹고 잘 크고 있겠지 “ 했지만, 거의 반년이 넘도록 수유전후로 제이슨의 몸무게를 재서 “수유량 체크” (라 쓰고 ”맘의 위안“이라 읽는다) 를 할 정도로 집착했다. 정기적으로 가는 소아과 check-up 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의사에게 상담하는 내용은 단연 “몸무게와 성장“.


    ”우리 아기가 태어날 땐 몸무게가 같은 개월 수 아기들 중 하위 30%였는데, 지금은 20%도 안돼. 괜찮은 걸까? “

    “모유수유만으로 부족한 게 아닐까?”

    “모유수유 횟수를 늘려볼까?”

    “이유식을 빨리 시작해야 할까?”

        

    폭풍질문에도 항상 우리 담당의사의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 어느 날은 자칫 무책임해 보이기도 했던 의사의 정해진 답이 너무 답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우리 의사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 소아과는 원래 다들 그렇단다. 일명 미국 소아과는 “노말 지옥(normal)“이라는 것….

       

 엄마들이 (특히 첫째 아기를 키우는 간이 콩알만 한 걱정요정 엄마들) 하는 질문에


“It’s normal! Totally fine!!

Your baby is growing so well!!”

“완전 정상이야!! 다 괜찮아!! 정말 잘 크고 있어”


라고 너무나 쿨-한 표정과 제스처로 말하는 의사들 덕분에(?) 미국 소아과는 ”노말지옥“인 것.


“우리 애가 낮잠을 잘 안자”  도 노말

“우리 애가 낮잠을 너무 많이 자” 도 노말

“우리 애가 이만큼이나 먹어”도  노말

“우리 애가 잘 안 먹어”도 노말

“우리 애가 너무 움직여”도  노말

“우리 애가 하루종일 가만히 있어 “ 도 노말

…..

..

Every answer is  노 말 !



 제이슨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생후 2주 때부터 주기적으로 소아과 체크업을 다닐 때마다 나의 무수히도 많은 걱정에 대한 답은 대부분 ”It’s so normal” 이었다. 이 노말지옥에서 불신이 가득하였던 나는 오히려 인터넷 세상 속 무수히 떠다니는 정보들 속에서 길을 잃곤 했다.


 그런데 정말 “normal” 이 정답이었다. 특히나 돌 전의 아기들은  정말 많은 변화를 겪으며 크는데 그 과정이 아기의 수만큼이나 너무 다양한 양상을 지닌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깨달을 수 있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부모의 걱정과 달리 부모가 기본만 해주면 알아서 잘 큰다는 만고의 진리랄까..


 그리고 사실 ‘normal’이 아니라고 예측되는 경우엔 필요하다면 그 어떤 정밀한 검사라도 망설이지 않고 진행하여 실제로 치료해야 할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빠르게 해결방법을 찾아본다. 실제로, 제이슨이 한창 무른 변을 자주 봐서, 정기체크업 중에 의사가 제이슨의 변 기저귀를 가져가서 면밀히 살펴보고 검사를 하여 제이슨에게 100일 전 아가들에게 종종 보이는 milk protein 알레르기가 있으니, 수유부(엄마)가 유제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하셨다. 의사가 그렇게 체크해주지 않았다면 그런 것도 모르고 제이슨은 계속 (유제품 러버)인 엄마의 모유를 먹고 계속 배앓이를 했을 일이다. ”노말지옥“에 대한 불신이 서서히 걷어지고 “정말 필요를 위한 검사“만 하는 미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노말지옥이 끝이라고 믿었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미국 소아과의 벽은 높다(?). 방심하면 안 된다. 노말지옥에 익숙해질 때쯤.. 미국에서 육아를 하는 부모들의 99.9998965%가 느끼게 되는 명언이 있다.



“미국에서 아이가 아프면,

모든 길은 ㅇㅇㅇㅇ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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