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tine Feb 27. 2023

미국 소아과의 모든 길은 ㅇㅇㅇㅇ로 통한다.

만병통치약 그 이름하여

 제이슨이 처음 아팠던 날. 원인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였다. 가벼운 감기도 아닌 코로나가 8개월 아기에게 찾아온 “첫 병(?)”이었어야 했는지.. 이 전엔 고열 한번 없던 아기였던 터라 초보엄마아빠는 ‘두 줄’ 이 떠 있는 자가진단키트를 앞에 두고 발을 동동 굴렸다. 한국 지인들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코로나에 걸린 아가들이 소아과에 가면, ‘잘 못 먹어서 수액을 맞거나’, ‘열이 안 떨어져서 해열주사를 맞거나’, ‘병이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입원을 하거나’ 등의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들었기에 으레 우리도 입원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소아과를 찾아갔을 때, 의사의 반응에 물음표만 수만 개가 떠올랐다.


”놀랬겠지만 제이슨은 중이염이나 폐렴등의 증상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타이레놀이면 충분합니다. 타이레놀 시간마다 용량에 맞춰서 먹이고, 물 많이 마시게 하고, 아기가 힘들어하면 코 석션해 주세요. “


?????????????????????????????????????


당황한 우리의 질문에도 의사는 태연했다.


 Q: 다른 약은 없어요? 콧물이나 기침약?

 A: 너무 어리기 때문에 적절한 약이 없어요.


 Q: 열이 안 내리면 어쩌죠?

 A: 48시간 동안 지켜보고 병원에 전화 주세요


 Q: 콧물 석션은 하루에 몇 번이나 하나요?

 A: 아기가 힘들어하면 진행해 주세요.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받아 습기가 가득 차게 해서 샤워를 시키는 방법도 좋아요


 

 해열제 외에는 입원이나 수액치료는 커녕, 기침가래약이나 콧물약조차도 처방해주지 않던 우리 담당의의 당당한 진료에.. 아기가 고열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나는 또다시 미국소아과 불신지옥의 입구에 들어섰다.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우선 의사 말대로 타이레놀을 시간 맞춰 먹이고, 평소보다 수유를 자주 하고 물을 먹이며 지극히 평범하게 아기를 간호했다.  이렇게 하면 이 전염병이 정말 낫는 거라고 믿으며.. 거짓말처럼 48시간 후, 제이슨은 더 이상 열이 나지 않았고 가벼운 기침과 콧물이 그 이후 며칠 동안 지속되었지만 크게 아픈 것 없이 첫 코로나가 지나갔다.


 한국이었다면 아기가 아플 때, 바로 동네 소아과로 달려가는 게 당연하겠지만, 여기는 아기가 아프다고 해서 바로 병원 방문하기조차 쉽지 않다. (모든 병원은 예약제이며, 보험이 적용된다 해도 한번 가는데 100불 이상의 진료비가 청구되기도 함) 코로나는 물론, 독감, RSV 등의 질병, 돌발진, 그 외 컨디션 난조 등의 증상에는 대부분 “타이레놀 처방” 만이 유일한 처방인 경우가 허다하였다.


 모로 가도 타이레놀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경향의 소아과 덕분에(?) 처음엔, 고열과 콧물로 괴로워하는  아기를 지켜보기만 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젠 놀이터에서 만난 매서운 바람에 며칠 콧물이 나기도 하고, 미열이 날 때도 있지만 호다다닥 애를 안고 병원에 바로 가기보단 제이슨의 몸이 스스로 이겨내길 기다려주는 여유도 생겼다. (물론 3일 정도 후엔 걱정을 못 이기고 소아과로 달려가지만, 이리저리 검사해도 거의 별 일없이 지나가는 감기였고 역시나 “열이 나면 타이레놀을 먹이고, 물을 자주 먹이라”는 의사 선생님 소견이 끝.


 뭐 이리 허술한 소아과가 다 있냐 하겠지만, 사실 진료 시엔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다정히 어루만져주는 상담도 길게 해 주고, 여러 바이러스를 검사해 보고 당장 시급하게 치료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아기들에게 쉽게 항생제를 사용하거나 독한 약을 쓰지 않는 “호들갑” 떨지 않는 시스템이 점점 익숙해졌다. 하여, 혹시나 미국 소아과의 “맘 편한” 진료에 당황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병원에서 아기의 컨디션을 잘 체크만 했다면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 아기를 키우는 동안 필요한 건 엄마의 단단한 마음과 기다림의 여유라는 생각과 함께



 아가들, 아프지 말고 튼튼하게만 크자꾸나



제이슨만의 코로나 감염 후 완치까지의 과정입니다. 저희 담당의사는 제이슨에게  별다른 폐렴증상이나 중이염증상이 발견되지 않으니, 시간이 약이라고 하였던 것이고요. 아가들마다 면역력이 다르고. 가벼운 감기만으로도 중이염, 폐렴 등 다양한 합병증이 따라오는 아가들이 많으니 꼭 아기가 아프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소아과는 ㅇㅇ 지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