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산후조리 받을 수는 있는 걸까?
미국에서 아이를 낳는다고 했을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거긴 조리원 없지? 그러면 친정엄마가 오셔서 조리해주셔?” 였다. 미국 내 일부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주에는 종종 조리원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한인타운인 LA 라던지, 뉴욕에도 있었다고 들은 것 같다. 내가 지내던 버지니아주도 한인들이 많기로 손꼽히는 주였고, 시설이 괜찮은 조리원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코로나 상황과 겹치면서 폐업을 했다고 들었다.
누군가는 ‘산후조리’가 우리나라밖에 없는 문화라고 하지만, 방법이 다를뿐 산모의 신체 건강 회복과 마인드 관리를 위한 산후조리 과정은 어디든 존재하는 것 같다. 한국이 조리원이라는 시설이 매우 잘되있기 때문에 ‘산후조리’에 유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경우엔 출산 후 약 6주간의 기간을 post-partum period 라고 하여 이 기간동안 산모의 컨디션을 중요하게 여기고 팔로업한다. 출산 후 한달에서 6주 사이에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산모의 신체 컨디션과 마인드 체크를 해야 한다.
미국에 있는 한인 산모들이 주로 산후조리 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고 두번째는 “산후조리사 고용” 이다. 첫번째 방법은, 이민 2-3세대라면 부모님들께서도 미국에 함께 거주하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경우일 경우엔 어렵지 않게 (어쩌면 당연하게) 갓 태어난 보물같은 손주도 보러오실 겸, 본인의 딸/며느리를 위해 기꺼이 와주시고는 한다. 그런데 혈혈단신으로 유학이나 취업을 통해 산모만 미국에 나와 있고 친정부모님이나 시부모님께선 한국에 거주하시는 경우에는 조금 더 복잡하다. 당신들께서 무직상태라면 모르지만, 일을 하고 계시다면 최소 2-3주 가량을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미국까지 방문하시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무직상태라도 시간의 여유는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까지 최소 250만원에서 300만원정도의 비행기표를 사서 방문하는 것도 여간해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실 많은 한인 산모들의 산후조리를 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긴 하다.
우리 부부의 경우에도, 처음엔 당연하게 한국에서 일을 하고 계시지 않는 친정엄마가 우리가 사는 곳으로 한달 동안 와계시는 옵션을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물론 산모인 나의 컨디션 회복과 신생아 케어가 가장 우선순위지만, 생각을 해볼수록 몇 가지 불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들이 떠올랐다. 친정엄마가 오신다면 최소 3주는 와 계실텐데, 미국에서 살고 있던 원베드룸 아파트에서 친정엄마, 남편, 나, 신생아 제이슨까지 오랜기간 잘 지낼 자신이 없었다. 몇십년을 함께 산 엄마와 나 조차도 신생아 케어하느라 잠이 모자란 상황에서 갈등이 없을 거라 자신하지 못했다. 갓 태어난 제이슨을 돌봐주는 기쁨은 물론 크겠지만, 환갑의 엄마가 신생아 케어를 얼마나 능숙하게 하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엄마 또한 잠도 못주무시고, 제대로 못드시며 건강만 상하시는게 아닐지 걱정되었고, 무엇보다 미국까지 와서 아기만 보고 가시는 건 싫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산후조리사 고용’ 이라는 두번째 옵션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엄마의 한국-미국 왕복 비행기 표와 오셨을 때 감사인사겸 드릴 선물비용을 생각하면, (물론 친정엄마의 사랑에 대해서는 값을 절대 매길 수는 없겠지만) 의외로 산후조리사를 3주간 고용하는 비용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미국에서 ‘산후조리사’ 아니 이제는 ‘이모님’이라고 하자. ‘이모님’을 모시는 방법도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뉴저지, LA 등 한인타운이 크게 형성된 곳에 있는 ‘산후조리사 업체’를 통해 이모님을 고용하는 방법이다. 업체에서 관리하는 이모님들이니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해결도 업체에서 중재할 수도 있고, 예약 절차도 확실히 존재하고, 세금문제도 클리어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또한 임신 초기에 경쟁처럼 예약할 필요없이, 언제든 해도 업체에서 이모님을 구해주기 때문에 급하게 이모님을 구해야하는 분들에겐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다. 업체의 단점은, 개인적으로 괜찮은 이모님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0% 마음에 드는 이모님을 배정받을 수 없다. 또한 업체 수수료, 이모님을 타주에서 모시고 오게 되는 경우의 항공료와 같은 교통비 등으로 추가 비용이 있을 수 있어서, 비용부담이 비교적 더 큰편이다.
‘이모님’을 구하는 또 다른 방법은, 직접 구하는 방법이다. 지인들의 소개를 통하거나, 한인 커뮤니티, 미
주지역 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으로 구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는 정말 ‘이모님을 모시는 방법’ 이라해도 무방하다. 내가 있던 버지니아 지역은, 꽤나 많은 한인들이 사는 곳이라 산후조리 이모님으로 일하시는 분들도 꽤 계셨다. 하지만 갓 태어난 나의 소중한 아기를 맡아주시는 ‘타인’을 구하는 일이기에 ‘믿을 수 있는 분’을 모시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 조리사분이 많기에 옵션도 많지만, 그 중 ‘더 괜찮은’ 분을 구하기 위한 일은 쉽지 않았다. 버지니아, DC, 메릴랜드까지 3개 주를 합쳐 DMV 지역이라고 칭하곤 했는데, 이 DMV 지역 내에는 몇분의 유명한 산후조리사 분들이 계셨는데, 듣기로는 임신 테스터기의 두 줄을 보자말자 연락을 드려야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산부인과에서 초진을 한 직후, 나도 유명한 분들의 연락처를 얻고나서 대한 주변 지인분들을 통해 해당 이모님들께 직접 조리를 받으신 분들에게 생생후기를 모아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그 분들에 대한 후기를 직접 꼼꼼히 살펴보았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고용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우선 먼저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총 네분의 조리사 이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결과적으로는 단 한분만 가능했고, 그것도 조건부로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3월 임신 11주차에 네분께 연락을 드렸다. 내 예정일은 9월말이였으나, 이미 세 분은 그 시기에 예약이 되있다고 하셨다. 가능‘할 것’ 같다고 하신 분은 내 예정일 하루 전날까지 예약되있는 산모의 산후조리를 하게 될 수도 있어서 괜찮겠냐고 하셨다. (내 예정일이 9월 28일, 내 앞 산모의 예정일이 9월 13일인 상황) 찬물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닌 걸 깨닫고, 마지막 이모님께 그런 빠듯한 일정도 괜찮다고 하고 겨우 예약을 했다. 사실 이모님 서칭하며, 마지막 이모님께 가장 조리를 받고 싶었었기에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내 앞 산모는 경산모라 예정일보다 이른 출산을 했다하였고, 나도 4일 먼저 출산했지만 다행히 겹치지 않아 이모님께 원래대로 조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모님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에 우리집으로 출근하셨다. 오시면 전날 밤부터 오전까지의 설거지를 해주셨다. 그 후엔 나와 남편의 점심,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셨고 나의 간식도 챙겨주셨다. 모유수유를 위한 가슴마사지도 한번씩 해주시고, 수유시 나의 자세를 잡아주시며 모유수유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내가 낮잠을 자거나 쉬고 싶을 땐, 아기에게 분유수유를 해주시며 돌봐주시곤 하셨다. 퇴근 전 집 청소를 하고, 나의 족욕이나 좌욕을 도와주셨고, 아기의 배꼽이 떨어진 후엔 아기 목욕을 시켜주셨다. 2-3일에 한번씩은 산후조리 마사지를 해주셨는데, 직접 마사지 베드를 갖고 와서 해주셔서 편하게 받을 수 있었다.
어렵게 마음 졸여가며 ”모신“ 이모님은 다행히 한인들 사이의 후기대로 진심으로 아기를 예뻐해주셨고,
나는 그런 이모님을 믿고 조리원과 친정엄마없이도 3주간 내 몸 회복에 집중하며 신생아를 키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오히려 아기를 보시는 일이 능숙하시니, 친정엄마보다 어느 한편으론 더 의지가 되었다. 나 다음에도 계속 산후조리 스케줄이 있으셔서 한동안 만나뵙지 못하다가 제이슨이 16개월이 될 무렵 한번 같이 식사를 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타지에서 가장 내 몸이 힘들고 마음이 어려운 시기에 받은 도움은, 내가 내돈으로 고용한 고용인 입장이지만 정말 감사한 인연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