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말아요 우리 아기들은 혼자 잘 잘 수 있어요
미국인 영어선생님이자 유튜버인 올리버쌤의 유튜브에 업로드된 그의 딸인 체리의 수면교육 영상을 본 적이 있으신지. 올리버는 체리가 잘 시간이 되면, 체리를 아기 침대인 크립에 눕혀두고 ‘bye bye’ 인사를 한 후 쿨하게 뒤돌아서서 방을 나온다. 그럼 아기 체리는 혼자서 뒹굴뒹굴 인형을 안고 놀고 혼자 노래도 부르다가 금새 잠이 든다. 마법과도 같은 체리가 잠드는 모습이 우리나라 구독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미국에선 정말이지 당연한 이야기이다.
미국에선 아기들은 보통 ‘크립’에서 잠을 잔다. 한국에서 보통 최대 6개월 정도까지 크립이라고 하는 아기침대에서 아기를 재우고, 그 이후에는 벙커침대나 데이베드로 트랜지션을 해주는 것 같은데, 미국은 별 다른 이유가 없다면 5살까지는 그대로 그 크립에서 아기를 재운다. 아기가 크면, 침대를 확장할 수 있어서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크립의 장점은 ‘탈출’이 힘들다는 점인데, 이는 미국식 수면교육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큰 이유라고 본다. 제이슨도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크립에서만 자면서 수면교육의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본인이 독박.. 아니 독점육아를 한다면, 나는 조심스레 ‘수면교육’은 조금이나마 엄마의 육아짐을 덜어줄 수 있는 치트키라 생각한다. 나는 돌이켜생각해보면, 제이슨이 생후 4일째,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오자말자 의도치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수면교육을 시작했었다. 낮에는 하루종일 이모님이 와주셔서 아기를 봐주시고 가시면, 나는 왠지 모르게 낮보다 고요한 집을 어둡게 하고 있는게 좋았다. 자연스럽게 어두운 분위기에서 있다가 8시쯤 크립에 눕혀주곤 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잘 때라 별 다른 잠투정없이 스스로 제이슨은 잠이 들곤 했고, 나는 즉시 이 패턴을 유지하는게 좋다고 확신했다.
제이슨이 태어난지 3주 쯤 되었을때부터 였나. 수유를 하고 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칭얼거려서 당황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잠투정이란다. “어화둥둥 우리애기 잘도 잔다 잘도 잔다~” 하며 칭얼거리는 아기를 안고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재워서 눕히는 순간 ‘등센서’가 발동되어 세상이 떠나가라 아기는 울기 시작했다. 대체 왜 우는 것인지 졸리면 자면 되는데, 왜 잠은 잘 생각은 1도 없어보이는지, 우는 아기를 끌어안고 나도 같이 울고만 싶었다. 겨우 재우면 눕혔다가 또 깰까봐, 겨우 잠든 아기를 내 배위에서 두시간 내내 두고 나도 같이 잠든 날도 많았다. 물론 이런 날들도 한때이고 다들 지나간다고 했지만, 혼자서 하루종일 아기를 봐야하는 나는 그 시간이 좀 지친다고 느껴지곤 했다. 이때쯤부터 ‘수면교육’이란게 있던데 해볼까? 생각했다.
알아보니 ‘왜 수면교육을 해야하는지’의 이유와 ‘엄마가 수면교육을 찬성하는지’ 가 중요한 듯 했다. 내가 수면교육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혼자서 스스로 잠들 수 있는 아기는 본격적인 ‘엄행아행’육아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었고, 아기가 누군가의 도움이 없어도 개운하게 질 높은 수면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로 밤잠을 수면교육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제이슨의 경우 앞서 말한대로 의도치 않게 생후 4일차부터 본인만의 밤잠 수면의식을 통해 스스로 잠들곤 했다. 낮잠이 문제였다. 귀신처럼 작동하는 등센서 덕에, 혼자서 아기와 함께 있는 낮이 두려웠다.
찾아보니 소거법,퍼버법,안눕법 등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처음엔 교과서처럼 그런 방법들을 지켜야만 수면교육이 되는 건 줄 알았다. 난 그저 내 방식대로 제이슨과 맞춰가며 우리만의 수면교육을 했다. 잠에서 깨서 얼마 후 부터 졸려하는지를 파악해서, 그 시간이 되면 제이슨의 크립이 있는 방으로 데려가 조명을 어둡게 해주고, 자장가를 좀 불러주다가 아기가 눈을 비비거나 하품을 연속으로 계속 하는 걸 보고, 크립에 제이슨을 눕히고 잘자라고 인사를 한 후 방을 나왔다. 드라마처럼 바로 잘 자면 좋겠지만, 제이슨은 눕히는 순간 울었고, 좀 달래지다가도 내가 방을 나가는 듯 하면 다시 울었다.
소거법에선 이런 경우, 아기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말라하며, 퍼버법은 시간차를 두고 아기를 달래주라 한다. 안눕법의 경우도 계속 아기가 달래질때까지 안았다가 눕혔다가를 반복하는 방법이다.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방을 나와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너무 거칠다 싶으면 시간에 상관없이 들어가서 다시 달래주었고, 울음소리가 많이 심하지 않다면 좀 오래 울더라도 기다려주었다. 한창 뒤집기에 빠져 있을 때는, 잠시 수면교육을 멈추고 크립 옆의 매트리스에서 안고 함께 재웠다가 크립에 눕혀주기도 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교육이랍시고 큰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런 아기를 보며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크지 않게 관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잠은 너의 크립에서 엄마가 옆에 있지 않아도 잘 수 있다’ 라는 걸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매일같이 이런 패턴으로 재웠다. 제이슨은 그 결과 일찍부터 낮잠이고 밤잠이고 상관없이, 엄마가 ‘잘자’ 하고 나오면 (잠깐 짜증을 내는 적이 없진 않지만) 혼자 누워서 인형도 안았다가, 벽도 구경했다가, 뒹굴뒹굴 굴르다가 스르륵 잠에 드는 아기가 되었다. 완모아기는 통잠도 늦게 잔다던데, 제이슨은 무려 70일경 통잠 9시간을 시작으로 밤잠도 정복해버렸다. 잠투정 하는 아기와 씨름하며 재우지 않아도 되고, 무슨 일이 있지 않는 한 새벽에 깨서 엄마를 찾지 않아서, 나의 미국 독점 육아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던 수면교육.
제이슨이 잠드는 과정, 자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보여드리면,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님은 몇년 째 입을 다무시지 못하신다.
“저렇게 혼자 자도 되는거야?”.
“네 걱정마세요. 우리 아가는 혼자서 잘 자고 그래서 더 잘자요. (엄마아빠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