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한만큼이 아니라 행복한만큼 성공한 것이다

누구의 인정도 아닌 (이인수, 이무석)

by 틈새


늘 성취에 목말라 있었다.

성취가 곧 사랑과 인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에는 외모,

20대 초반에는 취업,

30대 후반에는 능력과 결혼.

그리고 언젠가는 자녀의 성취가 내 성취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한심하면서도,

그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내가 더 답답했다.


기간제 교사를 알아보며

‘일 병행 임용 준비’를 하자고 다짐하다가도

이미 임용에 붙은 친구들,

결과와 상관없이 결혼한 친구들,

대기업에 다니며 책까지 쓰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또 괜히 조급해졌다.


성취가 곧 행복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내 성공은 늘 갈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 기간제 면접도

이미 가는 길에서부터 나는 떨어진 사람 같았다.

학교 경력이 고작 1년뿐인 내가

경력 많은 분들 사이에서 밀리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 마음으로 들어가니 답변도 시원치 않았다.


사실 붙어도 기간제일 텐데,

그래서인지 기쁘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취 말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없다면

이 삶을 버티기 어려울 것 같았다.


요즘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자꾸 나서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풋살을 하다 골을 넣었을 때.

엄마와 유럽을 여행하며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

배고프다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추웠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갔을 때.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재즈 공연을 보던 밤,

좋은 책과 영화를 만났던 순간들.


적어 내려가다 보니 알게 되었다.

이것들 역시 성취였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오래

사회가 인정하는 ‘눈에 보이는 성취’만을

성취라고 불러왔던 것이다.


일하던 학교에서도 잘리고,

사랑하던 사람에게도 잘리고(?),

나는 내 성취가 부족했다고 스스로를 탓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성취=성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곁에서

이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서 더 우울했던 건 아니었을까.


가수 이소라의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라”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 성취가 성취가 아니라 말하지 말라고.

그것이 곧 내 행복이고,

내 방식의 성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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