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것을 허용해주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크리스텔 프티콜렝)

by 틈새

유명한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 인간 변화의 핵심이라 말했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달랐다. 나의 존중을 먹고 자란 이들은 변화 대신 기고만장해진 태도로 내 곁을 떠나기 일쑤였다. 고리타분한 이론일 뿐이라 치부하던 찰나, 내가 행한 것이 존중이 아닌 '무분별한 허용'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한 문장을 만났다.


‘사랑은 모든 것을 허용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나는 사랑이 모든 것을 품어주는 것이라 믿었다. 타인을 저마다의 잣대로 재며 '합격'과 '탈락'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보며 냉소하기도 했다. 그런 기준을 세우는 순간, 나를 포함한 세상 모두가 내게는 '탈락'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결점투성이인 내가 나를 심판할까 봐 무서워 아예 자를 꺾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기준 없는 사랑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자신까지 무너뜨리고 있었음을. 깨달음 뒤에 찾아온 것은 해방감이 아니라 "그러면 난 이제 어떡해야 하지?"라는 막막함이었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상대를 밀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랑의 크기를 정직하게 고백하는 일임을 이제야 배운다.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면서 건네는 존중은 결국 나를 갉아먹고, 상대에게는 오만의 씨앗을 심어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무조건적인 허용'이라는 편안한 도피 대신, '건강한 거절'이라는 불편한 용기를 선택하려 한다. 나조차 통과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던 그 기준들은, 사실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서야 할 단단한 땅이었다. 누군가 나의 선을 넘으려 할 때 정중히 그곳이 나의 끝임을 알리는 것, 그 과정에서 누군가 떠나간다면 그것은 나의 실패가 아니라 '맞지 않는 관계'가 걸러지는 순리일 것이다.


완벽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키며 사랑할 때 비로소 관계는 평등해진다. 나는 오늘부터 나만의 작은 울타리를 세우기로 했다. 그 울타리 안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합격'을 줄 것이다. 부족하고 서툴러도, 적어도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 마음만큼은 충분히 합격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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