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사에서 대학원생으로
다시 학생이 되었다. 교사/교육자에서 다시 배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6년간 서울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며, 깨달은 나의 모습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교육 방법이 나올 때마다, 교실에서 한 번씩 실천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교사가 된 첫 해에는 '팝송'에 꽂혀서 팝송과 문법을 연결하는 수업을, 2~3년 차에는 세계시민교육과 역량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4년 차에는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하며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기존의 지필평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평가 방식'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5년 차에는 미래학교 연구학교로 옮기며 영어수업에 테크놀로지를 적용하는 것과 과정 중심 평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또 함께 일하는 동료 교사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자기의 삶과 사회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며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체인지 메이킹'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6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교직생활 동안 내 관심사는 1년이 멀다 하고 변했다. 이런 호기심은 장점과 단점이 있었는데, 장점은 '전통적인 영어교육 방법'인 독해식, 문법 위주의 영어교육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는 것과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가르치는 학생들과 나에게 잘 맞는 교수법이 보이기 때문에 이를 실천할 수 있고, 또 변화에 나름 빠르게 적응하는 교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단점은 너무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일관성 있는 교육 방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그때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했고, 내가 하는 수업에 깊이를 더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진행하는 수업 방법'이 정말 교육적으로 효과와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다는 연구에 대한 목마름이 커져갔다.
영어교사로 한 번쯤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소망, 더 이상 빨리 변하는 호기심 충족을 위한 수업이 아닌 교육에 깊이를 더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의 필요까지, 점점 외국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 마침 일어난 개인적 신변의 변화와 함께 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가 생겼고, 미국과 캐나다 서부의 여러 대학에 지원하여 미국 1곳, 캐나다 1곳 석사 과정에 합격하게 되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캐나다 대학원에서는 입학 장학금이 나와 등록금의 부담이 크지 않았고,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교수님이 여러분 계시며, 나의 개인적 성향과 학풍이 잘 맞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도 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캐나다의 비자법이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큰 동기가 되었다.
대학원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학계에서 유명한 교수님들의 수업을 직접 듣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고,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교육 현장에서 멀어져서 내가 행하던 교육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것과 또 알지 못했던 영어교육의 다양한 면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방문하는 다른 대학교의 저명한 학자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열리는 교육 학회에 참석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교직에 있으면 학기 중에 외국을 나간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학이 아닌 이상 외국의 학회를 가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매년 오스틴에서 열리는 SXSW EDU 행사도 교사에게 가장 바쁘다는 3월에 열리기 때문에 '그림의 떡'과 같이 느껴졌는데, 캐나다에 있으면서 드디어 참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SXSW EDU, TESO, CSSE (Canadian Society for the Study of Education, 캐나다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교육학회)와 같이 크고 작은 학회에 다니며 학계에 등장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대학원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끼게 하는 큰 장점이었다.
다만 대학원에 진학하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해서 마냥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니 아쉬운 점도 있었다. 대학원과 학회에서 알게 되는 지식을 실천할 수 있는 현장에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교실에서 수업할 때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느끼던 그 행복감을 이 곳에서는 찾기 어렵다. 끊임없이 연구를 읽고 또 페이퍼를 쓰는 대학원 일상에서, 내가 이렇게 종이로 배운 들 교실과 실제 교육에 적용할 수 없다면 그것들이 다 왜 필요한 가에 대해 회의를 가지기도 하였다.
브런치는 이런 회의감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하는 나의 작은 노력이다. 내가 이곳에서 배우는 것들을 한국의 선생님들과 나누고, 또 소통하며 의견을 듣는 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앞으로의 글들은 해외 학회 탐방기, 한국과 캐나다의 영어교육의 다른 점, 그리고 수업이나 방문학자에게 배우는 최근 연구 동향들에 대한 주제들을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