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ina Mar 30. 2020

갑자기 경험하게 된 온라인 수업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한다면, 무엇을 갖추고 시작해야 할까?

코비드-19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번 학기 듣고 있던 대학원의 수업도 갑작스럽게 오프라인 수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되었다. 제일 어이가 없었던 것은 일주일 내내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는 평소대로 운영될 것이라는 메일을 보내다가 금요일 오후 5시경에 월요일 수업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안내 이메일을 받은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제일 멘붕을 겪은 사람들은 월요일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수님과 바로 다음 월요일 수업에서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었던 학생이었다. 교수님께서도 학생들보다 미리 연락을 받은 것이 아니라 거의 동시에 공지를 들었고, 토요일 오전에 월요일 수업을 한 주 뒤로 미룬다고 급하게 이메일을 보내셨다. 월요일 수업은 온라인 수업의 기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한 시간으로 대체되었으며, 학교 내 학습관리시스템 (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에 연결된 실시간 쌍방향 플랫폼인 Collaborate Ultra (Blackboard learn)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받았다.

 

대학원 수업은 기존 언어교육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개념들 (인종차별, 원어민 vs. 비원어민 논쟁, 언어교육의 상업화 등)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따라서 소규모 그룹 토론과 학생이 주도하는 발표로 진행되고 있던 수업이었기 때문에, 기존 수업의 형태를 온라인으로 과연 비슷하게 진행할 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우려와는 다르게 기존에 하던 소규모 그룹 토론과 발표 수업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했다!! 최근에 원격수업 플랫폼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줌(zoom)이나 블랙보드(Blackboard Learn)에서는 'breakout rooms'라는 소회의실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전체 참가자가 참여하는 메인룸에서 참가자를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 소회의실에서 그룹별로 토의하고 활동이 끝난 후에는 다시 메인룸으로 돌아오는 기능을 통해,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소규모 그룹 토론과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발표 수업도 발표자가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발표하고 손들기 (raise hand) 기능을 통해 참가자의 발언 기회를 조율해가며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 발표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시스템에 익숙해 지기 위해 플랫폼에서 혼자 진행 연습을 하기도 하고 교수님과 따로 온라인 미팅을 하며, 화면 공유에서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의 애니메이션 기능이 되지 않아 슬라이드를 재수정하는 등 두 배의 노력을 들여야 했다고 한다 ㅠㅠ)



온라인 수업에 대한 글들을 연재하기 위해 내가 지금 듣고 있는 대학원의 수업이 어떻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는지 떠올리며, 한국의 중고등 교육 현장에서 온라인 수업과 온라인 개학을 진행할 수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1. LMS (학습관리시스템)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은 교사가 수업 자료를 공유하고 과제/퀴즈를 제시하고 점수를 부여할 수 있으며, 학생 간 또는 학생-교사 간 의사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쪽지, 단체메일 보내기 등의 기능이 있고, 정해진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할 수 있는 교사가 학습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프라인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었던 데에는 내가 재학 중인 대학원과 대학은 Canvas라는 일관된 학습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가 쉽게 소통하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온라인 수업 전에도  이미 영상, 이미지, 논문 자료들을 공유하고 있었고, 토론 게시판을 통해 수업 준비를 하였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에서도 큰 혼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혼란은 각 학교 별 통일된 학습관리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LMS 플랫폼은 다국적 테크 회사들이 교육용으로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Teams)나 구글 클래스룸, 한국 테크 회사가 개발한 클래스팅, 정부에서 개발한 위두랑, 최근에 온라인 수업을 위해 적극 장려되고 있는 e학습터와 ebs 온라인 클래스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기존 학교 교육에서 학습관리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 교사가 본인의 수업에 적합한 LMS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한 학교 내에서도 수업마다 서로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학교 수업에서 충분한 안내가 나가기 때문에 기존에는 이런 점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학생들에게 학습 과제를 내야 할 때 어떤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지 막막할 수 있다. 학교에서 통일하여 꾸준히 사용하는 LMS가 갖추어져 있었다면, 신입생인 학생들에게는 안내가 어려울 수 있어도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수업 방법이나 학습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 지금보다는 훨씬 쉬었을 것이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기존에 개발된 ebs 강의나 학습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 ebs 온라인 클래스, e학습터에 퀴즈, 과제 제출 등의 기능을 추가하여 LMS로 사용하는 방안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개학이 미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각 학교에서 통일된 학습관리시스템을 통해 학생-교사들이 학습 자료를 공유하고 과제와 점수를 부여하며, 그룹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중요한 학교 운영의 요소가 될 수 있다.


2.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


또 생각해볼 문제는 정보 격차이다. 대학원 수업은 학생의 대부분이 노트북, 패드, 핸드폰 등 1인당 1개 이상의 기기를 소지하고 있으며 사용에 능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격차 때문에 일어날 문제의 소지가 적었고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 또한 큰 문제 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또한 학교에서는 학생 아이디로 와이파이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고, 캐나다에서는  코로나 이후로 자택 근무와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가정용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주요 통신회사들이 발표하였다.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한다면 제일 우려가 되는 부분은 바로 정보격차일 것이다. 기기수가 제한된 다자녀 또는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 접근성 여부는 온라인 수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거론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중고등학생이던 시절 집에 한 대 있는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해 남동생과 늘 자리다툼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교육부의 원격수업 운영안 (2020.3.27 배포)에도 다음과 같은 유의사항을 인식하고 있다.


(공정성·형평성) 교육청 및 학교는 원격수업 운영에 있어 공정한 학습 관리, 다문화 학생 및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함

(기반 조성) 교육청 및 학교는 학생의 원격수업 참여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원격수업 콘텐츠, 원격수업 플랫폼, 스마트기기 대여 등 원격수업 인프라 구비 및 원격 설루션 등 지원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함


기기의 문제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인터넷 접근성 또한 정보격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개학에 대한 논의를 보며,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들이 옆 카페의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 핸드폰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이 자꾸 눈에 어른거렸다.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다면, 한국의 3대 통신사들도 한시적으로 라도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가정용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출처: 영화 <기생충>



LMS와 정보격차의 문제는 단순히 온라인 개학의 문제만은 아니다. 학교의 정보화가 더 빨리 확산되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생들이 1인 1 기기로 수업할 수 있는 환경이 학교에 조성되었더라면, 현재 대안으로 강구하고 있는 학교 내 기기를 학생들에게 대여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이런 환경에서는 학교가 LMS를 더 빠르게 구축했을 것이다. 물론 기기를 구축하는 것만이 정보화라고 볼 수도 없고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로 우리 학교 교육이 어떠한 방향이 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은 가져볼 수 있다.  '온라인 개학'이 지금의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의 도구가 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않은 채 넘어가게 될 것이다. 온라인 개학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학교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 온라인 개학과 수업을 앞두고 온라인 교수학습을 지원해드리고자 하는 교사 교수학습공동체 <수업e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업 e음의 블로그에서는 선생님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지원 자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 (과제형 수업) 구글 폼(설문지)을 활용한 온라인 학습지 만들기

 https://blog.naver.com/3mamas3papas/221878911869

- (콘텐츠 활용/단방향 수업) EdPuzzle로 동영상에 형성평가 제공하기

 https://blog.naver.com/3mamas3papas/221878730530

- (쌍방향 수업) 수업 방해 없는 원활한 쌍방향 원격 수업을 위한 ZOOM 설정

https://blog.naver.com/3mamas3papas/221880438176

매거진의 이전글 [온라인 수업] 원격수업의 유형 선택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