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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Aug 08. 2023

이열치열, 대구 여행

호캉스에, 문화 기행까지.

 '대프리카'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일 만큼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인 대구는 여름 내내 우리나라 최고 온도를 찍고 있다. 그리하여 여름에는 피하고 싶은 곳이긴 하나, 지인의 초대로 뜻하지 않게 대구에서 이열치열 여름 맞이를 하게 되었다.

우선 더운 여름은 호캉스라는 말에 유혹되어 게 된 대구. 신축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 호텔의 깔끔함과 서비스를 즐겨보자는 설득에 무려 대구임에도 출발했다.


 해운대에서 이른 시간 출발한 관계로 중간 청도새마을 휴게소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했다. 이 휴게소 대표 음식이라는 설렁탕과 닭갈비볶음. 휴게소 음식이 좋아봐야 하는 의 얄팍한 편견에 부끄러울 만큼 맛있었다. 여행의 진미라는 한 끼 식사로도 기대감이 커지는 출발이었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시간을 때워야했다. 대구 근대골목 투어라도 할까 하여 찾았으나 딱히 주차할 곳이 없었고, 잠시 차에서 내렸으나 찌는 더위에 숨이 막혀 포기했다. 저녁 뉴스에서 뒤늦게 확인한 사실이지만 그 때 온도가 대구 37도였다.


 결국 호텔로 돌아와서 1층 갤러리 구경하며 소요했다. 구본석 작가의 <기호화된 도시>라는 기획전이었다. 비즈라는 아주 작고 단순한  물질들로 큰 도시를 재현한 그의 작품은 조명 속에 반짝이는 비즈로 시선을 끌었고 화려해 보였다. 그러나 들여다 볼수록 이 거대한 도시가 알고 보면 모두 획일화된, 모두가 그렇고 그런 비슷한 모습의 한 점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같아서 다소 서글픔마저 주기도 했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처럼 도시의 야경이 멀리서 보면 수 많은 별들처럼 아름답지만 그 속엔 개개인의 굴곡진 인생사가 있는 것과 같았다.

체크인 후 잠시 쉬었다가 아직 촌스런 우린 그래도 대구까지 왔고 이왕 온 대구 구경은 하자는 다수결에 의해 더위 한풀 꺾인 오후 마실을 나섰다.

꼭 보고 싶었던 <대구주교좌 대성당>을 먼저 방문하였다. 우리나라에 세번째로 지어진 고딕 양식의 성당은 보는  자체로 위엄이 느껴지며 차분한 안정감을 주는 곳이었다. 실내 스테인드글라스는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엄숙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오랜만에 성호를 긋고 주님 곁에 간 사랑하는 이의 명복을 한참 빌었다. 저 첨탑 끝에 있는 또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부디 평온만이 존재하기를 바랐다.


 항일유적지로 이름난 대구 출신 시인 <이상화 고택>과 인근 <서상돈 고택>을 방문했다.

계산예가에서 다양한 체험 및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투어 스템프를 받아 완수 시 소정의 선물도 증정한다고 하나, 우리는 더위와의 사투로 민족저항 시인 이상화의 옛집을 둘러보고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인인 서상돈 복원 옛집 방문으로 만족했다. 도심개발로 헐릴 위기의 고택을 시민운동으로 보존할 수 있었다 하니 역시 대구시민들의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구 대지주의 아들로 유학하며 편한 삶을 살 수 있었으나, 일본 유학 중 관동대지진 후 조선인 학살을 자행하는 일본에 환멸을 느끼고 귀국한 시인 이상화. 그 후 문인들과 교류하며 저항 의지를 담아 창작 활동을 하며, 들은 빼앗길지언정 봄은 빼앗길 수 없다던 이상화의 민족정신은 그의 민족의식 투철한 가정 환경에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흔 아홉 칸의 대저택을 소유한 거상 서상돈은 자수성가한 기업가로 대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나라빚을 갚아 보자고 나선  <국채보상운동>누가 뒤따르지 않았을까. 고택부지에 아파트가 건설되어 지금은 지하 주차장 위 시멘트 위에 흙을 깔아 그의 고택을 축소 복원해 있었으나, 원저택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재현 모형을 보면 당대는 어마어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더위에 찾아준 우리를 위해 시원한 얼음물을 제공해 주신 해설사의 친절에 다시 감사 인사를 전한다.


  오전 이른 아침에 즐긴 수영과 사우나는 잊지 않을 듯하다. 여유로움 속에서 쾌적한 시설이 주는 안락함을 제대로 즐기며 힐링할 수 있었다. 이래서 호캉스한다고 하나보다.

밥보다 잠이라 여기는 편이라 호텔 조식도 잘 이용하지 않으나 예약해 준 이의 배려를 생각해 서둘러 내려갔다. 다들 아침을 이렇게 챙겨 먹나 싶을 만큼 긴 줄에 놀라고, 정성스런 요리와 쾌적함에 다시 놀라며  간만에 아침 식사를 즐겼다.


 체크 아웃 후, 그냥 귀가는 아무래도 아쉬우니 2차 대구 여행을 하자로 대동단결했다.

 다른 대구 출신 소설가 <이태원 문학관>과 문화예술거리인 <이태원길> 찾아갔다. 상파 3사에 삼일절 특집 드라마로 방영된 유일한 드라마인 <객사>의 작가이다. 대구에서의 활동이 미진하여 주목 받지 못하다가 최근 개관했다는 그의 문학관은 그의 활동이나 명망에 비해 협소하여 아쉬웠다. 문학관 주위 그의 이름을 건 거리는 다양한 시민참여 문화 활동이 진행된다고 하나, 코로나와 더위로 중단된 상태였다. 하루 빨리 제 역할이 회복되어 찾는 이가 늘기를 바랐다.

 이열치열을 제대로 겪은 대구 여행으로, 때로는 힐링을 하고 때로는 역사 속으로 체험도 하고 마음의 안식도 얻으면서 대구의 한 면모를 보고 온 알찬 여행이었다. 흘린 땀만큼 빠진 자리에 뿌듯함으로 대신 채우고 온 여행이었다. 그리하여 선선한 바람 부는 어느 좋은 날 다시 찾고 싶은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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