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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Jan 13. 2024

고양이라고 다를까

사랑고백

 내 발등에 제 가슴팍을 덮고 얌전히 눕는다. 말 없이 다가와 그저 살 붙이기를 좋아한다. 나도 그저 한 손으로 녀석의 머리며 등을 쓰다듬는다. 온기가 좋다. 무슨 재주인지 본능인지는 몰라도 기가 막히게 우리집 어디가 가장 따뜻한 곳인지 진작 파악한 녀석은 하루의 대부분은 그곳에서 졸거나 잔다. 햇볕 좋은 날은 베란다 전용 의자 위에서, 때론 창가 책장 위에서 바깥 구경이라도 하듯 잠깐 쳐다보다 이내 존다. 세상 편한 자세로.


  그러나 식구들이 거실에 모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다가와 내 옆에 살 붙이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만다. 얼굴이라도 쓰다듬으면 또 좋다고 가르릉거린다. 물론 그래봐야 잠깐이고 또 스르륵 눈을 긴해도 자신도 가족임을 꼭 각인시킨다.


 함께한 지 십여 년이 지난 노묘이나 아직 아기같이 귀여운 막내이다. 인간령으론 할머니로 모셔야 할 판이나 막내딸도 그저 볼 때마다  "에구 귀여워~ 에구 예뻐~언니가 해줄게, 언니 보고싶었지?"라며 끼고 잔다. 타지 생활에서도 아빠보다 이 녀석을 더 챙기고 매일 사진이라도 보내달라 보챈다. 그리고 항상 사진은 사랑으로 찍어야한다며 나의 형편없는 결과물에 대해 사랑 부족이라 평한다.


 사랑의 강도로야 막내가 최고이고 남편 역시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챙긴다. 그러나 사랑은 매일의 꾸준함과 변함없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소한 하루하루 녀석의 온전한 치닥꺼리를 해내는 나에 대한 믿음과 애착은 다른 가족의 부러움을 산다.


 냥이를 키우면 집사가 된다 하나 이 녀석보다 편한 집사가 있을까. 순해도 이리 순할 수가 없고, 주는 대로 사랑으로 보답하고 말 없이 곝에 있어 준다.

짧은 낮에 일찍 어두워진 집 안에 들어서면 이미 먼저 문 밮에서 반겨주고 이른 아침 뒤척이면 조심스레 냐옹거리며 나의 기상을 재촉한다. 혼자 먹는 식사에는 곁에서 머리 부비대며 괜찮다 위로하고 소파에 누워 졸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살 맞대며 복복이 마시지를 해준다.


조용한 녀석과 나의 상호 보살핌과 필요로 함께 어우러져 가는 시간이다. 말은 안해도 우린 서로에게 사랑고백을 매일하고 있다. 저도 나도 너무 잘 아는 스며든 방법으로. 사랑은 그런 것임을 녀석으로 또 배운다.


 #반려묘 #냥이사랑 #사랑의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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