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깊은 심심함을 선택할 용기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세요!~"라는 동요가 문득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누구에게든 우리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I CAN DO IT!"이라는 구호 아래 두 주먹 불끈 쥐고,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그렇게 버터온 건 아닌지...부정적 사고의 위험성을 늘 경고 당했고, 긍적적 사고의 무한한 가능성을 교육 받으며 포기만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나를 믿고 세상을 믿으며 해보려 발버둥 치며 살고 있다. 다름 아닌 끊임 없는 나와의 싸움을 하며, 나 스스로 나를 억압하고 나를 착취하는 아이러니한 삶을....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21세기를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한다. 늘어나는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계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의 현대 병리학적 질병의 원인을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분석한다. 철학의 나라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문화 비판의 새로운 개척자로 인정받은 한병철 교수의 "현대인은 왜 워커홀릭이 되는가"에 대한 분석은 날카롭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속화로 인해 만들어진 성과 사회는 모두가 성과 주체가 되어 스스로를 개발해야 하다. 오로지 성과를 목표로 활동 과잉을 불러 오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구호 아래 오로지 성공을 위해 달리게 한다. 더 나은 삶이 더 많은 자본의 소유와 직결된다 믿고 경제 활동에 온 관심을 쏟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본인의 능력을 믿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도록 하는 사회. 그 속에서 현대인은 더욱 피곤한 삶을 살고, 때론 번아웃 현상으로 탈진한다.
이에 대한 작가의 처방전은 간단했다. 깊은 심심함과 분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깊은 심심함은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인용하여, 이런 심심함이 정신을 이완시키고 깊은 사색을 가능하게 하여 인류의 문화적 업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의 지나친 활동적 자아들은 이완의 소멸로 인해 귀 기울여 듣는 재능과 분노하는 법 또한 사라져 간다는 지적을 한다. 현재 속에서 잠시 중단하여 멈춰 서서 사색을 통해 세상에 귀기울여 듣고 현재에 의문을 가져 보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긍정성-적대성이 배제된 긍정-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영감을 주는 부정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 과잉활동, 노동과 생산의 히스테리는 바로 극단적으로 허무해진 삶, 벌거벗은 생명에 대한 반응이다. 오늘날 진행 중인 삶의 가속화 역시 이러한 존재의 결핍과 깊은 관련이 있다. 노동 사회, 성과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 계속 새로운 강제를 만들어 낸다.........아러한 강제 사회에서는 모두가 저마다의 노동수용소를 달고 다닌다. 그 노동수용소의 특징은 한 사람이 동시에 포로이자 감돋관이며, 희생자이자 가해자라는 점에 있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이로서 지배없는 착취가 가능해진다." -P43~44
이런 한병철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정희재 작가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 책과 상통함을 느꼈다. 피곤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용기가 필요함을 말한 저자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은 다름 아닌 늘 무언가를 해야만 하며 효율과 성장을 강요당하는 현대인에게 무위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성찰해 보아야 타인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력이 생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인생을 버틸 수 있는 여유와 창의력을 길러 준다는 것이다.
" 우리에겐 심심할 권리, 빈둥거릴 권리가 있어. 그 지루함을 한 번 끝까지 파고들어 보는 것도 괜찮아. 지루함 속에 살맛나게 하는 것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기도 하니까." -P 176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격정적인 순간만이 인생의 정수는 아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순간에 나는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며, 몸과 영혼의 에너지가 극대화되곤 했다. 모든 일에 생산성과 효율, 잉여가치부터 따지는 사회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야말로 유일하게 내가 취할 수 있는 저항일 때가 있다. 그것은 차라리 다행스러운 슬픔이기도 하다. " -P 281
쉽지 않은 글들이다. 단지 하루하루 그저 바쁘게 살아내면서도 무얼 이루어 낸 게 없다고 허무함을 느끼는 나에 대한 위로인지....혹은 불가능은 없다라는 전제에 미혹되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무력감에 우울해 하는 자아들을 보며 위로를 하고픈 건지. 그저 깊은 공감을 주는 책들이다.
잠시 머춰보자~!
깊은 심심함을 느껴보자~
쉬어갈 용기를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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