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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May 02. 2023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을까

한 통의 편지가 전한 온기

  감사할 일도 축하할 일도 많은 가정의 달, 오월이다. 감사함에 대한 보답으로 현금이 일순위라니 참 자본주의답다. 정성보다는 현금이, 패스트 속도전 인 이 사회와 더 어울리기에 씁쓸하기도 하다. 나 역시 감사할 분의 취향을 고려하여 발품 팔아 선물을 사고 포장하고 고심하며 손편지를 써 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저 봉투 몇개 준비하고(사실 봉투 정도는 정성을 담아 고르긴 한다~) 신권을 준비하는 것 정도이다. 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냥 인출기가 뽑아내는 그대로 추린다. 암튼 이래저래 자연스레 현금 지출이 부쩍 늘어난 오월이기도 하다. 지출로는 정말 계절의 여왕이라 할 만하다.

 

  성급한 장미는 교정을 붉게 장식하고, 어느새 오후엔 이른 더위로 아이들의 원성을 듣는다.

 점심을 막 지나 나른한 오후, 수업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니 한 통의 편지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아져 있다. "어?"하는 놀람인지 반가움인지 탄성을 내뱉으며 편지를 든다. 또박또박 눌러쓴 글씨의 이름은 졸업생이었다. 너무나 손쉽게 문자를 보내고 특별한 날마다 넘쳐나는 이모티콘으로 단체 톡을 보내고 마는 속도의 시대에 손편지라니...넘 반가웠다.


 기대했던  대학 생활과 고향 부모님 곁 떠나 타지 생활 잘 하고 있는지 궁금했던 졸업생의 편지였다. 그렇게 고민하고 불안해 했던 그 아이의 고교 시절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면서 어느새 성인으로 잘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 아이가 넘나 기특했다. 물론 편지엔  또다른 진로 고민도 있고 고교 시절을 그리워 하는 말도 있었으나, 늘 그랬듯 잘 해결해 나가리라 믿는다. 꾹꾹 눌러 쓴  글자 한자한자에 부쩍 성숙한 모습과 진심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귀한 수업 시간을 할애하여  지금까지 삶에 도움 주신 분께 감사 편지를 써 보자고 한 적이 있었다. 정말 소수를 제외하곤 감사할 만한 선생님이 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지금껏 멘토로 삼고 싶은 선생님 한 분이 없다는 건 얼마나 삭막한 삶인가. 수많은 선생님으로부터 교과서적 지식은 전수 받았으나, 기억에 남을 만한 깨달음을 주신 분이나 바르게 인도해 주셔서 존경하고 싶은 선생님 한 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같은 교사로서도 절망적이다. 결국 반 윽박으로 담임선생님께라도 쓰라고 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이상한 인성 교육으로 마무리 되고만 씁쓸한 시간이었다.


 스승의 은혜는 과연 하늘 같을까. 그래야 할까도 사실 의문이다. 아이들이 우러러 보기만 하는 교사는 요즘 인기가 없다. 우러러 본다는 것은 일종의 상하관계로 상대에 대한 거리감과 공포심이 내재해 있다. 나와 다른 윗분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고 가까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언제나 소통하고 쉽게 다가가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교사가 인기이다. 게다가 유머러스하고 패션감각까지 따라주는 젊은 교사는 인기를 독차지 한다. 이러하니 우러러 보아 혼자 높아만 지는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마냥 친구같은 교사도 원하는 바는 아니다.교사는 교사로서 사명감이 있으니, 이 또한 그저 편한 상대로만 여겨서는 소명을 다하기 어렵다. 수업이든 상담이든 전문성을 지녀 실제적 도움을 제시하되, 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고민 정도는 스스럼 없이 털어 놓는 그런 교사이고 싶다. 쉽지 않은 평생 과제이다.


 고교시절을 잘 밟고 지나가 준 옛 제자들이 더불어 머릿속을 스쳐간다. 감사를 받을게 아니라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오월이다. 너희들도 샘이 가끔은 생각나니?


한 통의 편지로 가슴 따뜻해지는 오늘처럼, 나도 잊고 지낸 은사님께 손편지라고 쓰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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