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et & Monet(impressionism)
-해설이 있는 그림 강연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일생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그 일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일까. 그런 행운이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 것일지나, 혹은 나에게 기회가 와도 알지 못하거나 놓쳐 버렸을 수도 있으리라. 여럿이 함께하는 일에는 반드시 좀더 앞을 내다보고 청사진을 계획하는 이가 있어야 하고, 자신의 자존심보다는 공익을 위해 누군가는 더 희생해야 하는 법이니, 쉽지 않다. 그리하니 일생의 동지같은 벗과의 교우는 삶의 성공과도 직결된다.
미술 전공자도 아닐 뿐더러 성장기 가정형편 역시 미술 관람을 자주 할 만큼의 예술적인 분위기도 아니었다. 학교 미술시간에 그저 선생님께 좀 그린다는 칭찬으로 막연히 화가를 꿈꾸기도 했던 정도일 뿐, 그림은 고상한 취미 정도로 여겼다. 성장 후에도 나에게 그림은 아직도 깊은 뜻을 이해하기엔 어려운 분야로 그저 감흥을 주는 감상의 대상이나, 결핍의 대리 만족인지 나의 행복 감수성을 자극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에 늘 가까이하고 싶은 삶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언젠가 허락된다면 나도 붓을 들고 세상을 화폭에 담아보고 싶은 한 자락 소망을 지니고 있다.
이런 나에게 미술적 지식을 충족시켜 주면서 눈도 즐겁게 해주는 '일미터클래식'의 강연 겸 공연은 참 반가운 일이다. 공연 제목부터 <그림 읽어주는 베토벤>이라니, 이보다 음악과 그림의 조합을 잘 나타낼 수 있을까. 대공연장이 아닌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것부터 거리감 짧은 가까움과 앙상블의 연주로 듣는 생생한 감동까지 선사하는 공연이다.
미술 문외한이라도 가장 좋아하는 화가를 들라하면 거의가 인상주의 화가라 한다. 또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화가이름도 인상파들이라 하고. 당대는 혁신주의였을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 시대를 거쳐 이렇게 인정받는 사실만 보아도 삶에서 시도와 도전이 중요함을 다시금 느낀다.
첫 시작은 인상주의에 대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고전주의 음악의 거장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인상주의 음악가인 드뷔시의 '달빛' 을 연달아 연주하며 관람객에게 그 차이를 전달했다. 청각을 거의 상실한 베토벤이 작곡한 월광 소나타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시작하여 점점 격정적인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피아노곡이다. 이에 그의 사후 시인이자 평론가인 루드비히 렐슈타프가 1악장을 듣고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 아래 흔들리는 작은 배가 떠오른다 하여 '월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한다.
그에 비해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가장 유명한 3곡 '달빛'은 처음부터 베를렌의 시 <달빛>이 표현하고 있는 그 감정에 충실하여 의도적으로 만든 곡이라 한다.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음악적으로 잘 표현한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을 따르는 작곡을 한 드뷔시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명불허전 조성진이 연주하는 드뷔시 '달빛'은 그리움이 충만한 잠 못드는 밤 자주 찾게 되는 명연주로 애송하고 있다. 달빛 샤워를 받는 느낌이랄까. 위로가 된다.
큐레이터의 본격적인 강연을 겸한 공연으로 들어가면서 제시된 사진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 중인 이냐스 앙리 장 팡탱 라투르의 <바티뇰의 아뜰리에> 부제가 <마네에 대한 오마주>로, 인상주의의 아버지라는 마네를 중심으로 그를 따랐던 여러 화가들과 소설가 에밀졸라가 그려져 있다. 삶이 힘들고 슬플지언정 아름다움만을 화폭에 담고자 했던 르누아르, 무용수들의 정지된 장면을 주로 그린 드가, '인상주의'라는 명칭을 받게된 계기가 되었던 '해돋이'를 그렸으며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 가장 장수를 하며 먼저 간 친구들을 보내는 슬픔을 이겨내며 자신의 화풍을 완성한 모네.(오른쪽 가장 후미진 곳의 그ㅠ)
이 그림에서 가장 빛나는 이는 바로 멋진 슈트 차림으로 기품있게 서 있는 바지유일 것이다. 본업은 의사이나 그림도 꽤 잘그렸으며 성격 좋은 그는 여러 화가 친구들의 아낌없는 후원자이기도 하다.
평생 살롱의 당선을 삶의 목표로 살았던 마네는 사실 본인이 인상주의 부류로 묶이는 것을 엄청 싫어했다고 한다. 낙선전에 전시한 <풀밭 위의 점심>과 결국 입선한 시니컬한 <올랭피아>로 일약 스타가 되긴 했으나, 정작 본인은 아카데미즘의 공인을 기다리고 인상파와 같이 전시되기를 거부했다는데, 우리는 그를 인상주의의 아버지라 부르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인생이다.
빛의 화가라는 모네는 연작 시리즈로 유명하다. 같은 장소라 할지라도 계절에 따라 다르며, 같은 날이라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 다름은 나역시 일상에서 감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네는 그 순간순간의 빛의 향연을 포착하여 화폭에 담고 싶어 했으며 그의 시리즈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큐레이터의 재미있는 해설과 간간히 곁들여 연주하는 클래식과 대형 화면의 명화들로 귀와 눈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런 강연이 더욱 확대되어 시민들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기회를 더 자주 얻는다면 사회도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적어도 심이적 체험을 한 이들이 늘어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정화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