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로 읽는 인상주의

-루벤스와 안타까운 재능의 어린 화가

by 다담

어린 시절 놓치지 않고 본방사수하며 보았던 몇몇 애니 중, <플란다스의 개>보다 슬펐던 게 있었을까. 어린 마음에도 비정한 어른들의 이기심에 분노했고, 굳이 비극적 죽음으로 끝나버린 네로의 삶에 거진 통곡처럼 눈물 콧물 다 흘렸던 기억이 있다. 동화가 이렇게 리얼리티하게 현실을 보여주며 슬플 일이냐구.

일미터클래식의 <그림 읽어주는 베토벤> 강연을 좋아하나 이번 테마가 애니이다 보니 분명 어린이들을 동반한 학부모들이 많으리라 예상했으나 그래도 또 나역시 옛 동심 그대로 보고 싶기도 하여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단, 아이들의 참지 못하고 종알거리는 관람과 부모의 계속 제지하는 실랑이에 다소 신경이 쓰일 것 역시 예상했었다 ㅠ


영국 작가 위다의 동화로 벨기에 플랜더스 지방을 배경으로 썼다고 하나, 인물들 의상이 상당히 네덜란드풍이라 두 나라가 서로 기분 나빠했다는 후문의 설명도 재미있었다. 만화 '플란다스의 개'는 일본 후지 TV에서 제작 방영 후 우리나라에도 몇 차례 방영된 인기 만화로, '분홍 립스틱'의 가수 강애리자가 부른 OST는 첫소절과 함께 아직도 흥얼거리게 한다.


1872년 발표된 작품이며 주인공 네로(원작에선 넬로)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그림이 유일한 희망이고 재능을 지닌 네로는 아마 커서 화가가 되었다면 시대 흐름상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가 되지 않았을까라며 설명해주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순간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리고 당대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를 주었다. -마네, 모네, 르누와르, 드가,시슬레....고흐까지. 어쩌면 네로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르는 그들을 보니 비극적 운명의 네로가 더욱 가엾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상주의 이전 바로크 미술의 거장 화가 루벤스가 언급되면서 큐레이터님의 간단한 미술사와 음악사 정리 시간. 가톨릭 미술의 성격을 지칭하는 바로크풍 화가로서 큰 명성과 성공을 거둔 루벤스는 빛나는 색채와 생동하는 에너지로 가득찬 독자적인 바로크 양식을 확립한 대표적인 화가이다. 화가 지망생 네로가 보고싶어 한다면 이미 그의 명성은 최정점이었지 않을까.

어린 네로가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그림, 한번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던 그림. 결국 유일한 벗인 파트라슈와 그 루벤스 그림 아래에서 차디찬 죽음을 맞이한다.


가혹한 현실을 온 몸으로 다 받아내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네로.

결국 사회도, 어른들도 어린 네로를 품지 못하고 비정한 삶에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한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주제가 혹 냉혹한건 아닌지, 아니 아이들이 오히려 상처 받지 않을까 어른이 되고 보니 염려된다. 냉정한 어른들의 세계에 결국 죽음으로 응대한 어린 영혼의 아픔이 더 없이 미안했다.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서며,

이 사회에 낮은 곳에서 재능조차 펼지지 못하고 죄절하고 있을 어린 예술가들, 또 다른 네로를 떠올려본다.

이 시대는 사회가, 이웃이 제대로 품어주기를 희망해 본다.

재능은 재능으로, 다른 잣대로 평가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따뜻한 어른의 시선으로 낮은 곳도 어루만져야 함을 다시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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