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이해와 화해의 가능성-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가가 건네준 위로

by 다담

연말이다.

참 숨 가쁘게 지나온 한 해였다.

이태 동안 원하지 않았던 갑작스런 이별을 감내하느라, 그 아픔을 삭이지 못해 계속 아프다.

나의 아픔도 돌보기 전에 더 아파하는 가족들 보듬느라 제대로 내 멍울은 돌아보지 못하고 해넘이를 할 것 같다. 서서히 애도해 갈 것이다.


올해의 책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간판으로 내세운 책이다. 서점마다 베스트셀러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손님맞이 하는 것도 보았다. 산뜻한 초록 표지 그림이 유치한 듯 시선을 끌었다. SNS에 넘치는 서평들, 유명인 누구누구가 추천했다는 소개글들이 인기를 보여 주었다. 눈길은 계속 주고 있었다.


13세 어린 조카부터 그의 젊은 엄마인 나의 아가씨, 100세 인생에 겨우 82세 살고 가신 시어머니까지 세 번의 장례식에 지친 나는 이 책의 창작 계기가 작가의 아버지 죽음으로 시작하여 장례 기간이라 하니 더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우리 곁에서 문득 사라져버린 이들의 그림자 찾기는 다른 허구의 같은 경험까지 공유하고 싶지 않은 거부의 마음이었다.
늘 가방에 담고만 다녔다.
바쁘다는 헛한 핑계를 두르고...


그러나 정지아 작가의 필력을 알기에, 아니 보고 해를 넘길 수는 없었다. 결국 문장의 흡입력에 나도 모르게 동화돼 끝장을 보고 말았다.
다행이었다. 벌써 읽었어야 했다. 나의 기우와는 달리 나역시 작가처럼 가슴 저 밑바닥에 숨겨진 먼저 간 이들에 대한 한조각 미움을 떨칠 수 있었다.


평생을 '빨치산의 딸'이란 멍에로 상처만 준 아버지.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합리주의자이나 그저 치매초기의 몰락한 서툰 농부일 뿐이라 여기며 내 비극의 원인이라 여긴 아버지의 사후, 촘촘한 인간관계를 통해 알지 못했던 또다른 아버지를 만난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얽힌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며 평생을 옭아맨 4년간 빨치산이었던 아버지가 아닌 한 인간으로 아버지를 만나고 가슴으로 이해하고 그리워한다.

죽음으로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이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 231

이런 글귀가 절실히 필요했다. 고마웠다. 결국 마지막 남은 한 줌 유골 가루를 들고 울음을 터뜨리는 주인공처럼, 나역시 시간 순간순간에 존재하는 숱한 순간의 그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항꾼에 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한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가장 큰 위로를 준 소설이었다.
<사람이 오죽했으면 그리 했겠냐>는 아버지의 단골 멘트처럼 나도 이제 그들을 이해하고 놓아야겠다.

조금이나마 멍울을 녹여 해넘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은 조금 덜 아플 것 같다.

#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작가 #이해 #화해 #위로 #아버지 #사별의아픔 #독서후기

매거진의 이전글<플란다스의 개>로 읽는 인상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