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품은 태화강국가정원

코스모스의 향연

by 다담


울산은 타지역으로 여행 시 경유지로 살짝 스쳐가거나 업무상 출장으로 들르는 곳이었다. 소비도시로 각인되어 있고 초입의 울산대공원은 봄에 장미원을 찾아 정원 가득한 계절의 여왕을 영접하는 정도가 울산에 대한 전부였다. 물론 시내를 벗어난 울주로 눈을 돌리면 문무대왕암, 장생포 고래 박물관, 반구대 암각화 같은 역사적 유적지를 탐방하기도 했으나 울산을 제대로 방문한 적은 없는 듯하다.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6급수의 악취나는 썩은 강이라는 오명을 가졌었고, 이에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울산시는 각고의 노력을 했다한다. 몇 해 전부터 2급수까지 개선 후 1급수에만 산다는 연어, 은어까지 찾아왔다는 뉴스를 보며 이는 상생의 현대에 지속되어야 할 본보기라 본다.


그 태화강을 품은 시민공원은 이제 어엿한 국가정원으로 승격하여 친환경적 생태공원이 되어 계절별로 시민들을 맞고 있다. 각종 문화의 장으로 활용되며 온라인상 걷기명소로도 자주 등장한다.


부산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이제는 울산을 어엿한 목적지로 하여 첫 방문을 하게 되었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는 그야말로 누구든 오세요~라며 환영하는 곳이었다.


각종 꽃들이 만개하는 오월이나 늦가을 방문했던 순천국가정원과는 너무나 다른 국가정원이었다. 순천국가정원은 잘 꾸며진 인공 정원으로 아기자기함이 어머니 손길 닿은 소녀같은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원 자연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아끼는 마음 가득 담아 손질한 자연 정원이었다. 화려함은 순천이 훨씬 인상적이나, 여기는 자연 속에 들어온 느낌을 더 강하게 주는 곳이었고, 그리하여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소100곳 중 하나라는 십리대숲길을 꼭 보고 싶었고, 특히 은하수길의 야경을 보아야 했기에 일부러 오후쯤 도착 시간을 정했다. 허나 국가정원이 이렇게나 넓을 줄이야.....좀더 여유를 가지고 오전부터 방문하여야 했고 간식을 챙겨왔어야 했다ㅠ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가을이었으나, 늦여름마냥 다소 더운 날이었다. 그러나 가을은 가을이라, 계절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여름꽃 무궁화는 이제 거진 시들었고, 온갖 가을 꽃들이 만개하여 반기고 있으니. 이름모를 들풀부터 강아지풀마저 운치있게 갈색을 품고 한들거리고 있었다.



그 중 최고는 역시 코스모스였으니...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순정을 뜻하는 꽃말 때문인지, 가녀린 가지 끝에 피어난 8조각의 화사한 꽃잎 때문인지, 군락으로 모여 하늘거리는 그 수줍은 듯 추는 군무때문인지..어린 시절 뛰놀다 허기져 돌아가는 귀가길 여기저기 어디에나 피었던 코스모스. 한 번 쯤 쓰다듬으면서 들판 가득 마을에서 번져온 저녁밥 내음새며, 가을 향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더 친숙한 꽃이다. 오늘은 그저 만개한 코스모스를 실컷 본 것으로 되었다 싶었다.


윤동주 시인이나 이해인 수녀님이 바라보신 그 코스모스가 이와 다르지 않을 듯 싶다.


코스모스

- 윤동주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뚜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코스모스

- 이해인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 길

노을이 탄다.


도심 속 공원 내에 이렇게나 규모가 큰 대나무숲이 조성돼 있는 것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담양 <죽녹원>이나 거제 <맹종죽테마공원>에서 대나무숲이 주는 정취의 신선함을 알기에 이번에도 꽤 기대가 컸다. 앞의 두 장소는 말그대로 대나무 숲을 등산하며 느끼는 자연과의 교감이라면, 여기 대숲은 기다란 평지의 대숲으로,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걷기 혹은 산책하기에 딱이었다. 하늘을 가리는 대나무의 길이에 감탄이...산이 아닌 강가 평지인지라 그 밋밋함을 은하수길이라는 이름으로 나무에 조명을 비추어 긴 대나무 사이사이 정말로 은하수가 펼쳐진 느낌을 주게 했나보다. 그저 자연물에 인공 조명을 더했을 뿐인데, 그 신비로움은 경이로웠다. 별천지인듯, 반딧불이 천지인듯...지나가는 모든이의 감탄의 소리가 이어졌다. 어둠 속 보이지는 않으나 분명 미소띤 행복해 하는 모습이리라 여겨진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원래 있던 곳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해 하나보다. 어쩔 수 없는 사각 프레임의 인공 구조물 속에서 살아갈 지언정, 가끔이라도 이렇게 자연 속에 들어오면 그 편안함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굳이 긴 말도 이유도 필요 없는 존재 자체로 머물 수 있는 곳.....


드넓게 펼쳐진 국화밭의 가을 국화가 이제 막 봉오리를 맺고 있으니, 가을이 가기 전에 다시 국화향이 그리워 찾아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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