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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스 Oct 08. 2022

이십 년 묵은 만성 방광염 극복기

다시는 내게 오지 마, 너!

둘째 아이가 네 살 되던 해에 동네 친구와 함께 아이들을 놀릴 목적으로 지역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왔다. 돗자리를 깔고 싸온 스낵들을 먹으며 서로 번갈아 아이들을 봐주고 작열하는 여름 햇빛 아래서 첨벙거리는 개헤엄도 치며 반나절을 잘 놀고 왔는데 그다음 날 아침부터 구토와 현기증, 복통에 시달리더니 이틀 뒤에는 병원에 입원했다. 병명은 kidney infection. 급성 신우신염에 걸린 것이다.


배설의 가장 하부 조직인 요도에서 감염이 시작되어 4cm의 관을 지나 방광에까지 감염이 되면 방광염(또는 그 전 단계는 요도염), 거기서 더 거슬러 올라가 신장까지 균이 침투하면 신우신염이 되는데 보통 이렇게까지 병이 커지는 일이 드문 이유가, 요도나 방광염만 걸려도 소변통을 비롯해 증상이 다양하고 통증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신우신염까지 가기 전에 병원을 찾는 것이다. 요로에 관련된 염증은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고 그래서 그랬는지, 잠복기간이 있어서였는지 그렇게까지 병을 키우게 된 이유를 도통 알 도리가 없다. 그 뒤로 일 년에 세 번 이상씩 요도염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그렇게 자주는 아니었는데 한 해, 두 해가 지날수록 횟수가 늘었던 것 같다.





일일 일식을 시작한 이후로 내 삶은 건강이라는 주제에 관한 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성인 여드름, 천식, 알레르기, 체중감량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을 성공리에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가뿐하고 건강한 체력을 과시하며 열심히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든 몸에 생기는 불편한 일들은 쉽게 넘기지 않고 치료할 방법을 찾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오메가 뜨리와 비타민의 신화로도 격파할 수 없는 잦은 요도염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큰 짐으로 자리 잡았다. 


수년 동안 나를 봐오던 패밀리 닥터는 나의 고민을 함께 안타까워하며 CT 촬영, 초음파 등 미국에서는 웬만해서는 권하지 않는 각종 검사들을 동원해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으나 별 뾰족한 답을 얻을 수 없었고 수소문해서 찾아간 비뇨기과 의사는 나의 집요한 추궁에 마지못해 성관계가 원인이라는 답을 했다. 실제로 그 이후에 잘 생각해보니 부부관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부로 살면서 요도염이 무서워서 부부관계를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였다. 


성인 여드름을 고쳐낼 때의 그 의지를 가지고 달려들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동원하면서 요도염을 피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요도염이 도지면 즉각 복용할 수 있는 항생제를 상비하면서 살아가야 했고 (요도염은 증상을 인지하는 순간 통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병원 예약하고 의사 만나기까지 적어도 24간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 미국에서는 항생제 상비만이 답이다. 비뇨기과 의사가 항생제 40알을 열 번 리필할 수 있는 양을 처방해주는 것을 보면서 얻게 된 지혜이다.) 조심에 또 조심을 했는데도 보란 듯이 나를 비웃으며 요도염이 찾아올 때면 마음이 한없이 무너지곤 했다. 


남들보다 몇 배의 항생제를 복용한다는 피상적인 부담도 있었지만 평소에 복용하는 케피어로 잘 다져놓은 위나 장의 건강이 항생제와 함께 단박에 무너졌기 때문에(항생제는 좋은 박테리아 나쁜 박테리아 가리지 않고 다 죽여버리니까), 이른 아침 위산이 분비되면서 고통스럽거나 배변활동에 장애가 오면서 평상시에 유지하던 '건강생활'을 잃어버리는 것이 가장 안타깝고 화가 났다. 요도염이 치유돼서 항생제 복용을 마치고 나면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공을 들여 몸에 좋은 균들을 다시 쌓아가야만 했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요도염에 취약한 이유는 요도에서 항문까지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요도염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균이 장내 세균인 대장균이고 배변 등을 통해 항문 주위에 출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항문 주위에 도사리고 있던 대장균은 질 주변이 습하거나 해서 물리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지면 요도로 흘러 들어간다. 


이런 원리를 알고 나면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감염 가능성을 줄여볼 수는 있다. 질과 항문 주위를 평소에 자주 세척하고 건조하게 관리하고 부부관계 전후로 소변 배설이나(의사들이 권하는 방법) 세척 등 더욱 주의를 기울여 물리적으로 균이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또 한편으로 이상적이지 않은 이유는 질이나 항문 주위에 원래부터 살고 있는, 유해한 균들이 침입하지 않도록 하는 정상균들 때문이다. 비누세척을 자주 해서 균을 없앤다는 것은 동시에 정상균도 같이 전멸시키는 일이 되어서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일종의 우리 몸이 원래 갖고 있는 자연적 면역체계를 흔드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요도염은 해부학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노인들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 마음이 더 조급했다. 지금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요도염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는 더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니까. 이쪽 분야의 글들을 읽다 보면 위와 장내 세균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을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질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을 질내로 삽입하는 치료법들도 있고 실제로 그것을 널리 알리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그중 한 명의 책을 읽기까지 하였다). 그것이 무엇이든 양잿물 마시고 죽는 것만 아니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도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 방법을 발견하게 되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 편에서 그 '즐거운 이야기'를 계속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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