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스 Oct 11. 2022

방광염에 걸리지 않는 방법

방광염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이 글은 오래된 방광염 극북기의 후편이다. 전편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christinapark19/17


어느 날 치과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잠깐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오랜만에 그 직원의 친구가 타주에서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에 대해 대충 듣다 보니 건강에 대해 단호한 자기 원칙들을 가지고 있었다. 궁금해서 몇 가지를 물었더니 오랫동안 골치를 썩이던 요도염을 자가 완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방법이 대체 뭐냐고 법석을 떨자 사색이 된 내가 안타까웠는지 동료는 시간대도 다른 주에 사는 그 친구에게 카톡을 해서 답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물을 많이 마신다는 것이었다. 특히 증상이 오려는 조짐이 있을 때 비 정상적으로 들이붓다시피 한다는 것이었고 평소에도 하루에 거의 2리터 이상은 꼬박꼬박 마셔주는 듯했다. 그 친구는 어디를 가든지 생수병을 가지고 다니며 본인이 하루에 정한 양을 일정하게 나누어 마신다고 했다. 망설임은 내 인생에 없다. 이 세상 물을 다 마시다 죽어도 나는 요도염 없이 죽고 싶었다. 다음 날부터 2리터씩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되어서 요도염에 다시 걸리게 되었다.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일을 하는 짬짬이 물을 마시는 것 자체도 힘들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장실 순례를 끝도 없이 반복해야 하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평소의 나는 물을 많이 마시는 축에 속하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한 잔,  오후 녃에 한 잔 마시는 정도? 성인 여드름 때문에 위에서 일어나는 소화를 최대한 돕기 위해 음식을 먹을 때는 절대로 물을 먹어서 위산을 희석시키거나 소화를 방해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물을 챙겨서 마시는 일에 대한 동기 감이 없었던 것 같다. 게을러서 그런지도 모른다. 결국 먹고 마시는 것도 부지런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좌절한 나는 그 친구의 물 마시기 작전이 왜 성공했을까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체내 수분량을 최대치로 계속 채워줬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 점이 요도염을 예방할 수 있었을까. 그 방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개인차라든가 또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성공사례에는 누구에게나 통하는 원칙이 있기 마련이다. 공통분모가 아주 적더라도 말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키워드는 체내 수분량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아주 가끔씩 느끼고 있던 몸의 신호 중 하나는 커피와 관련된 것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도중이나 다 마시고 나면 아랫배와 옆구리 사이 어디쯤이 콕콕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는 언제나 이뇨작용을 했기 때문에 소변량이 평소의 두배가 되는 것은 항상 있는 현상이었지만 이렇게 쑤시는 느낌은 최근 들어 생긴 것이었다. 커피의 이뇨작용이 체내 수분량을 순간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많은 의사들이 커피는, 마시는 양의 두배 이상의 수분을 몸에서 배출시킨다고 했다. 


체내 수분량이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저수분증이라는 다른 질병 컨디션으로 확장되기 이전에 체내 신진대사 기능을 떨어뜨리고 신장에 무리를 주는 일일 것이다. 특히 신장에 무리를 준다는 부분이 옆구리가 콕콕 쑤시는 증상과 연결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록 물 많이 마시기로 요도염을 완전히 차단하는 일에는 실패했지만 체내 수분량을 기준치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커피를 끊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만약에 커피를 끊었는데도 요도염이 재발한다면? 그때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서면 되는 일이었다. 


정확히 지난 3월 21일, 나는 커피를 끊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3주 전까지 나는 요도염으로부터 자유를 누렸다. 그냥 조마조마한 가운데 지낸 것이 아니라 커피를 끊고 나서 얼마 안돼서 요도염에 걸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부부관계 후, 스트레스받으며 새벽까지 무슨 일을 해내고 난 후,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육체적으로 피곤할 때마다 요로 어디쯤에서 오는 싸한 느낌이 있곤 했는데 그것이 완전하게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잭팟을 터뜨렸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내가 커피를 끊고 요도염을 탈출했다는 것을 얘기했다. 


그런데 커피를 끊고 나자 그 자리를 대체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게 되었다. 무려 커피를 끊은 것이다. 그 얘기까지 여기서 하면 너무 길고 각설하면 더 건강한 음료수를 찾아 헤매던 중에 워터 케피어로 케피어 발효 음료수를 만들어 먹게 되었다. 


  

병의 바닥에 깔린 하얀 알갱이들이 워터 케피어이며 발효가 완료되면 건포도가 둥둥 뜬다. 


내가 오메가 뜨리와 함께 복용하는 케피어는 밀크 케피어(Milk Kefir)가 우유를 먹고 뱉은 발효액이다. 말하자면 일반 요구르트와 약간 다른 종균이 만들어낸 요구르트인 셈이다. 그런데 케피어는 원래  밀크 케피어와 워터 케피어 두 종류가 있었다. 오메가 뜨리를 수용성으로 바꾸기 위해서 염소젖의 sulfur rich 한 단백질이 필요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워터 케피어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브런치를 시작하고 여러 작가들의 글을 접하면서 워터 케피어로 드링크를 만들어 드시는 분의 이야기(https://brunch.co.kr/@lachouette/215)를 읽고 커피를 잃어버린 내 인생에 단비가 되어주기를 희망하며 워터 케피어 종균을 아마존에서 오더 해서 발효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이 약 한 달 전에 일어난 일이다. 


발효도 어렵지 않게 잘 되고 새로운 건강 보조제의 출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워터 케피어 음료수를 소개해주신 라슈에뜨님은 처음 발효된 음료에 과일을 첨가하여 2차, 3차 발효까지 하셔서 스파클링 와인처럼 음용하고 계셨고 평소에 탄산수를 좋아하던 나도 내친김에 똑같이 2차, 3차 발효까지 하면서 음료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라즈베리를 넣어 2차 발효 중인 워터 케피어 음료수


위의 사진에서처럼 아무 과일이나 넣고 하루 정도 더 두면 색상이며 맛이 라즈베리 그 자체의 스파클링 음료수가 되어 오감을 만족시켜 주었다. 하루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하니 일이 좀 많았지만 건강해진다는 기대감과 내가 뭔가를 잘하고 있다는 뿌듯함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주변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음료수를 나누기 시작했고 식구들에게도 강제 음용시키면서 점점 늘어나는 음료수를 소화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딱 3주 정도가 지나고 나서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요도염이 6개월 만에 찾아왔다. 


워터 케피어를 2차, 3차 발효시키면 탄산 감이 생긴다. 사진에서 보이는 병뚜껑 주위의 보글보글 거품은 워터 케피어가 계속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이다. 실제로 마셔보면 알코올 감이 느껴진다. 시중에 판매하는 노 알코올 애플 사이다 역시 안심하며 마시지만 정작 목을 넘기고 나면 몸에 퍼지는 느낌이나 살짝 들뜨는 열감까지 약하지만 분명히 알코올의 느낌이다. 노 알코올이라고 명시하는 이유는 알코올 함유량이 일정 수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워터 케피어 발효음료는 발효 시간에 따라 그 노 알코올 애플 사이다보다 더 높은 알코올 감이 느껴졌다. 결국 이 알코올 함유량이 신장에 부담을 주고 커피와 같은 이뇨작용을 일으켰고 하루 종일 그 음료수를 마셨더니 요도염이 찾아오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워터 케피어 발효를 중단하고 종균은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예전에 밀크 케피어를 키워 본 경험에 의하면 냉동시킨 종균이 다시 살아날 확률도 있으므로 버리지는 않았다. 혹시 모를 나중을 대비해서. 어쩌면 2차나 3차 발효를 하지 않고 그냥 먹었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7-8시간이 채 안돼서 1차 발효가 끝나면 지체 없이 걸러서 냉장보관을 해야만 더 이상의 과발효가 일어나지 않는데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과발효가 되면 알코올이 생성돼서 풍미나 다른 의미의 건강 보조 역할은 할지 몰라도 나의 요도염에는 치명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워터 케피어 음료수 실험은 실패로 막을 내렸지만 뭐, 후회하지는 않는다. 내 요도염이 신장에 무리를 주는 카페인과 알코올, 이뇨 증상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고 아직까지는 커피와 알코올만 제외하면 요도염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뭐든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알고 가면 조절하고 관리하는 힘을 얻게 되고 계획과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끊어서 요도염을 청산했다는 나의 실험 후기는 계속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다모다 샴푸가  내 흰머리를 책임져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