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맛의 유산균 탄산음료
내가 발효식품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한지는 몇 년 안 되었다. 하지만 뭐든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나는 역시 이 새로운 매력이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음료는 작년 여름부터 내내 우리집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바로 워터 케피어(water kefir) 유산균 음료이다.
남편은 음료수를 좋아한다. 나는 평소에 물 이외에는 거의 아무 다른 것을 마시지 않던 사람인거에 비해, 남편은 식사때 이외에도 뭔가 늘 마시는 편이다. 그래서 집에서 애플 사이다를 만들고, 때론 과일로 주스를 만들기도 하고, 아니면 탄산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뭔가 건강하면서도 시원하고 맛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밀크 케피어(milk kefir), 일명 티벳버섯을 전에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https://brunch.co.kr/@lachouette/148) 그걸 키우고 공부하면서, 세상에는 그밖에도 많은 발효음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이 바로 이 워터케피어(water kefir)이다. 밀크 케피어랑 상당히 비슷한 존재감을 보이는 이 작은 알갱이들은 어쩐지 나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불러주었달까? 이미 요거트 만들기는 이제 눈 감고도 할 수 있을만큼 달인이 되어버린 상태였기에, 어느날 갑자기 이 알갱이들을 찾아나서게 되었다.
반투명하면서 탱글한 느낌을 주는 이 아이들은 시판되기 위해서 마른 상태로 시장에 나온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 살 수 있지만 가격도 제법 되며, 마른 알갱이들이 다시 살아나게 하기 위해서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얘네들도 티벳버섯처럼 상당히 번식력이 강하기때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훨씬 저렴하고 쉽게 알갱이를 구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크레이그 리스트(Craglist)나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한 숟가락씩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 같으면 당근마켓에서 구할 수 있으리라. 이렇게 이미 활성화된 것을 구매하면 사용하기도 아주 쉽다.
전에는 동호회에서 많이들 무료 나눔했는데, 코비드19 발발 이후로는 조심하는 추세여서 아마도 지인에게 얻거나 중고마켓을 이용해야할듯 싶다.
처음 도전은 아주 쉽지만은 않았다. 여기 저기 찾아서 모았던 지식만으로는 내가 다 이해를 못했던 것 같다. 특히나 농도 맞추기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라서 더더욱 그랬다.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를때의 답답함이랄까? 물론 음료를 만드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내가 데려온 알갱이들은 번식하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는 음료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번식을 시키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여러가지 실험도 해보고, 남들이 해보는 좋다는 방법들을 총동원했지만, 내것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미네랄 종류를 공급하기 위해 바나나도 넣어보고, 당밀(molasses)도 넣어보고, 소금도 넣어보고, 베이킹소다도 넣어보고, 유기농 설탕, 흑설탕, 백설탕 등등 먹이의 종류도 바꿔보았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늘 제자리에 있는 케피어 그레인. 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늘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넣어둔 설탕을 야금야금 먹고, 액체를 새콤한 음료로 여지없이 바꿔 놓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 나는 그냥 다 포기하고, 음료를 부지런히 만들어먹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여름 내내 만들어 먹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이 다 갈 무렵 어느 날, 다시금 시도를 해 보고싶었다. "어쩌면 내가 가진 그레인이 별로 튼실하지 않아서 그러는지도 몰라." 라고 핑계를 대고는 마켓플레이스에서 새로운 그레인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집에서 5분 거리에서 누군가가 팔고 있었다.
2숟가락에 5달러. 착한 가격이었다. 가보니 젊은 아기 엄마였는데, 나의 한탄에 의아하다는 듯, 자신은 너무 번식해서 오히려 고민이라고 했다. 어떨때에는 그냥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한다고... 앗! 그거 먹어도 되는건데... 비법을 물어봤더니 코코넛 슈거와 건포도를 말해줬다. 음! 나도 그렇게 해 보리라...
원래 내가 처음 본 공식 비율은 이러했다. 케피어그레인:설탕:물 = 1:1:10 하지만 무게로 해야하는지, 부피로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무게로 한다고 해도, 백설탕이나 흑설탕이나 유기농설탕 등등 모든 설탕 종류는 당도도 다 다른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도 몰랐다.
다만 그녀가 설탕 2숟가락, 케피어 2숟가락을 물 1리터에 하라고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해봤다. 일반 설탕보다는 코코넛 슈거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넣었더니, 그 다음 날 깜짝 놀랐다! 두 배가 되어있었다!
그때부터 다시 용기를 얻었다. 알갱이들은 한동안 쑥쑥 늘었다. 너무 늘어나서 숟가락으로 퍼먹기도 했다. 반투명한 젤리같은 워터케피어 그레인은 먹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약간 단맛도 느껴졌다. 설탕을 먹는 애들이어서 그렇겠지.
그러다가 다시 늘어나지 않거나 늘어나기를 반복했는데, 그 와중에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 그레인이 많아지면서 비율을 맞추기 어려워졌던 것이다. 즉, 그레인이 많다고 설탕 양을 늘렸는데, 그렇다고 병을 마냥 큰 것을 이용할 수는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물 양이 줄었고, 따라서 농도가 너무 진해지고 말았다.
농도가 너무 진하니까 이렇게 알갱이들이 떠올랐다. 잠시후 가라앉았는데, 아마 스스로 먹으면서 농도를 맞췄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과농도를 이용한 이후로는 얘네들이 잘 크지 않았다. 그때 알게된 것... 농도는 늘 마찬가지로 맞추고, 알갱이들이 많아서 부족해보이면, 물을 일찍 바꿔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실험은, 탄산 만들기였다. 케피어 그레인이 발효가 되면서 산소를 먹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그래서 공기가 통하면 탄산은 생기지 않는다. 탄산을 만들고자 하면 병을 밀봉하여야한다. 그러면 이산화탄소가 액체 속으로 들어가서 거품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대부분은, 일단 공기를 통하게 해서 1차 발효를 시킨 후, 케피어 그레인을 걸러내고 거기에 과일을 넣어서 2차발효 시키면서 밀봉을 해주면 탄산도 생기고 맛도 좋아진다. 그러면 톡 쏘는 과일향의 발효 유산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 작가는 설탕을 안 먹는다 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설탕을 먹는가? 맞다. 나는 사실 설탕을 먹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음료에는 설탕이 필수이다. 그것은 단맛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산균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발효를 충분히 시켜서 달지 않게 해서 먹어야 건강음료가 될 수 있다. 발효가 되다가 말았다면 당분이 남아있다는 뜻이고, 그 당분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자, 그럼 워터케피어 음료를 만들어보자.
기본 원리는 이것이다. 워터케피어는 설탕물을 먹고 자란다. 그러므로 적당한 농도의 설탕물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 농도가 너무 약하면 배고플 것이고, 농도가 너무 진해도 힘들어한다.
물은 끓여서 식힌 물이 가장 좋다. 수도물을 바로 사용하면, 소독을 위해 사용된 염소가 남아있기때문에 유산균을 살균할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따라서 미리 물을 끓여서 병에 담아두면 필요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설탕은 비정제 유기농 설탕이 좋다. 하지만 그냥 백설탕도 가능하다. 이 경우는 미네랄이 너무 부족하므로 뭔가 미네랄이 될만한 것을 같이 넣어주면 좋다. 소금 한꼬집이나 건포도 서너알 정도 넣어주면 행복해한다. 코코넛 슈거도 좋아하고, 메이플 시럽도 가능하다. 그러나 꿀은 추천하지 않는다. 아마도 멸균력이 강해서 그런가보다. 워터케피어가 좋아하지 않는다.
용기는 깨끗하게 씻은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미세한 흠집이 있을 수 있고, 그 안에 세균이 살고 있을 수 있어서 추천하지 않는다. 쇠로 된 용기는 강한 산성때문에 손상되기 쉬우므로 역시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실 예로, 내가 사용한 메이슨자(mason jar)의 뚜껑이 금세 녹이 슬어버렸다. 그러므로 유리병을 사용하고, 맨 처음 사용할때에는 끓는 물로 한 번 소독을 해주면 좋다.
처음에는 메이슨 자에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베 보자기를 씌워놨다. 흔히 하는 방법이다. 그러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1리터 물병에다가 했다. 키친타월 같은 것으로 씌워놔도 되고, 원래 있는 뚜껑을 돌려서 직접 초파리가 들어가지 않게 해서 둬도 된다. 뚜껑을 닫되 밀봉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포인트!
1차 발효는 보통 24시간~48시간 정도 하는 것이 적당하다. 하루 지났을 때 살짝 맛을 보고, 당분이 남아있다면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더 발효시킨다. 나중에 생긴 요령인데, 건포도를 서너개를 함께 넣은 후, 가라앉아있던 건포도들이 떠오르면 발효가 다 된 것이다.
워터 케피어 그레인 : 설탕 : 물 = 1 : 1 : 10~18의 비율로 하는 것이 권장사항인데, 농도가 너무 진한쪽 보다는 연한쪽을 더 추천한다. 내가 해본 바로는, 저 1리터 물병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설탕 2큰술을 넣고, 팔팔 끓인 물을 먼저 약간 넣어서 설탕을 살짝 녹여주고, 그 다음에 식혀 둔 물을 부어 온도를 맞춰준다. 온도는 미지근하면 된다. 뜨거우면 케피어가 죽기때문에, 손을 댔을 때 뜨겁지 않아야한다. 온도에 대해 감이 없으면 차라리 실온으로 하는 것이 낫다.
온도가 적당하다 싶으면 케피어를 2큰술을 넣어준다. 유기농설탕만 두 숟가락을 넣어도 되고, 코코넛 슈거를 살짝 섞어줘도 좋다. (코코넛 슈거를 섞으면 케피어 색이 갈변한다는 것을 알아둘 것) 그리고 소금을 한 꼬집 넣어주고, 건포도를 서너개 띄워주면 발효 준비 완료다. 뚜껑은 덮어주되 밀봉하지 않는다. 케피어가 호흡해야하기 때문이다. 덮어주는 이유는 잡균이 들어가거나 초파리가 꼬이기 때문이다.
1차 발효만 끝내고 바로 먹어도 되지만, 균을 좀 더 활성화시키고 맛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2차발효까지 하는 것이 좋다. 2차 발효시에는 케피어 종균은 꺼내고, 발효액만을 가지고 만든다.
즉, 위 왼쪽 사진처럼 체를 받치고 발효액을 모아준다. 그리고, 그 병에 과일을 넣어서 잠근 후 2차 발효를 한다. 오른쪽 사진에 블랙베리가 떠있는 게 보인다. 집 뒷마당에서 딴 블랙베리들을 넣어줬다. 이렇게 과일이 들어가면, 발효액에 과일향이 배면서 맛이 깊어진다. 다른 과일 아무거나 다 괜찮다. 사과, 배, 감, 바나나, 딸기 등등 취향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나는 단 과일을 싫어하는데, 이렇게 하면 발효되면서 단 맛이 사라지고 향만 남는다. 이 발효하고 남은 과일은 먹어도 되지만, 사실 별로 맛이 있지는 않다.
이런 2차발효를 넓은 유리용기에 과일을 넣어서 했다면, 3차 발효는 페트병에서 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하면, 과일병에서 하루 정도 발효 시킨 후에, 위에 떠있는 과일을 걸러내고 밀폐되는 병에 액체만 담아준다. 이때에는 유리병을 사용해도 좋지만, 가스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플라스틱 병에 하기를 추천한다. 일반 생수병은 너무 약하니, 탄산수를 담아서 파는 병을 이용하면 좋다.
입구가 큰 유리병에서 발효를 하면 아무래도 밀봉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탄산이 많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렇게 탄산수용 병에 넣어서 발효를 하면 하나 가득 가스가 차 올라서 때로는 뚜껑을 여는 순간 샴페인처럼 폭발하기도 한다.
때론 너무 탄산이 심해서 뚜껑을 열자마자 이렇게 다 넘쳐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할 것.
3차까지 발효 시키기 귀찮다면, 편법을 써서 2차발효까지 시키고 먹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시판 주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무슨 주스든지 괜찮다. 100% 천연주스가 아무래도 건강에 좋을테니,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주스를 취향껏 원하는 맛으로 고르면 된다.
즉, 케피어 그레인을 넣어서 1차로 발효 시킨 용액을 탄산수 병에 따른 후, 거기에 과일 주스를 약간 넣어주고 뚜껑을 꼭 닫아 하루를 더 발효시키면 그 주스의 당분이 다시 발효되면서 탄산과 풍미가 생긴다. 이 경우는 탄산이 그리 강하게 만들어지지 않지만 편하게 마시기에는 만만하고 딱 좋다.
이제 이 음료는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원하는 때에 꺼내서 마시면 된다. 맛도 좋지만 보기에도 참 예뻐서, 반은 눈으로 마신다. 우리집 식사 사진에 늘 등장하는 음료수가 바로 이 케피어 음료다. 냉장고에 항시 두병씩 들어있다.
특히나 미네랄과 효소 등등이 들어있어서 갈증날 때 마시면 아주 좋다. 지난번 40도 무더위때 종일 마실 것을 달고 살았는데, 맹물을 먹으면 흡수가 잘 안 되어서 오히려 더 갈증이 나기 마련이지만, 이 음료를 마시면 흡수가 잘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탈수 예방에 딱이다!
사실 이 워터케피어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콤부차와 비슷한 맛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나는 사실 콤부차는 안 마셔봐서 모르지만, 먹어본 사람들의 의견이다. 발효에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는 콤부차와 달리 워터케피어는 금방 만들어지는 만만함이 있다. 처음에 듣기에는 좀 번거로워보일 수도 있지만 한 번 맛에 반하면 나처럼 이렇게 늘 집에 가지고 있게 될 것이다. 특히나 여름철에는 필수 음료로 말이다.
1리터 기준
재료:
깨끗한 유리병
워터 케피어 그레인 2큰술
끓여서 식힌 물 1 리터 (아니면 시판 생수)
유기농 설탕 4큰술 (코코넛 슈거 2큰술 + 유기농 설탕 2큰술)
천일염 한꼬집 (옵션)
건포도 3~4알 (옵션)
좋아하는 과일 또는 과일주스
만들기:
1. 1리터 병에 설탕을 담고 끓여서 식힌 물(또는 생수)을 넣어 녹여준다.
2. 케피어 그레인을 넣고, 건포도를 서너알 넣어준다. (생략해도 됨)
3. 공기가 통할 정도로만 뚜껑을 닫고, 24시간 둔다. (너무 오래 두면 케피어가 배고파짐)
4. 발효가 완성되면, 케피어를 걸러서 위 과정을 반복한다.
5. 발효액은 그대로 먹으면 별 맛이 없으므로, 과일을 넣거나 과즙을 넣어 2차 발효를 시킨다.
2차 발효시 탄산수용 플라스틱 병에 넣고, 주스를 좀 추가해주면 팽팽하게 탄산이 생긴다
6. 2차 발효가 완성되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원하게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