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Aug 16. 2021

우리 맘대로 타코 저녁식사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는...

우리는 오전에 대부분 그날의 저녁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미리 챙겨둔다. 예를 들면 냉동실의 스테이크 감을 꺼내놓는다든지, 생선을 냉장실에서 미리 녹인다든지 하는 일을 말한다. (우리는 소고기는 반마리, 돼지고기는 한 마리 단위로 사는 등, 미리 먹거리를 쟁여놓고 사는 집이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다짐육을 냉동실에서 꺼내왔다. 

 

"오늘 저녁은 뭐야?"


내가 묻자, 남편은 웃으며 별생각 없다고 말했다. 뭔가 먹을게 필요해서 이걸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집어온 것이었다. 어제는 막내아들을 불러서 콘비프를 먹었고, 그 전날에는 한식으로 잡채밥을 먹었고, 그 전날에는 생선요리를 먹었으니 오늘은 다짐육으로 변화를 준 것뿐이었다.


나는 문득 타코가 생각났다. 왠지 모르지만 타코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집에 또띠야도 없는데?"

"또띠야는 집에서 못 만드나?"


또띠아는 옥수수가 재료인데 집에 옥수수 가루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가루들이 있으니 못 만들지는 않겠느냐 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집에 있는 가루들을 점검해보니, 메밀가루, 퀴노아 가루, 쌀가루, 찹쌀가루, 글루텐프리 믹스 등등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메밀가루로 하면 좋겠다 싶어서 그 레시피를 찾아봤다.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길래 가루를 눈에 보이는 곳에 꺼내놓고, 오늘은 많은 시간을 마당에서 보냈다. 블랙베리도 좀 따고, 오이랑 호박이랑 잎 정리도 좀 해주고, 밭에 비료도 좀 주고... 깔끔쟁이 남편은 침대 시트 다 걷어서 세탁기 돌리고, 집안 청소기도 하고, 늘 일요일에 하는 일들을 하고 나서 마당에 나와 합류했다. 그래서 약간의 분갈이도 하고, 내일 비가 온다니 그 준비도 좀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다.


남편은 타코의 속을 만들고 나는 또띠아를 만들기로 하고, 남편이 먼저 부지런히 들어가서 고기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따라 들어온 나는 레시피를 보다가 변심해서, 메밀가루 대신 퀴노아 가루로 하기로 바꾸고, 가장 쉽고, 재료가 간단하고, 빠른 레시피를 선택했다. 



가루를 물과 섞고 소금 좀 넣어서 팬에 부치는 아주 약식 엉터리 또띠아였다. 하지만 어쩐지 질감이 괜찮을 거 같고, 시간 없는 우리에게는 적당할 것 같아서, 휘리릭 반죽을 만들었다.



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남편은 아보카도를 가지고 과카몰리 소스를 만들면서, "우리, 살사 있나?"하고 물었다. 흠! 냉장고에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던 살사 소스는, 아마 오래되어서 버렸나 보다. 나는 다시 받아쳤다.


"살사 소스는 못 만드나?"


남편이 껄껄 웃는다. 그냥 마트에 가서 싹 다 사 오면 편했을 텐데...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하지만 이렇게 포기할 우리는 아니다. 나가기 싫다는 이유로 계속 뭔가 대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살사 레시피를 검색했다. 엉터리처럼 "살사 소스 반 컵"을 넣고 섞으라는 그런 레시피는 다 버리고, 그중 그럴싸 해 보이는 것으로 골랐다. 


내용물을 보니 또 없는 게 있네. 실란트로. 흠... 살사에 고수를 넣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되지만, 그냥 아쉬운 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보니 생 로마 토마토도 없다. 그렇다고 이걸 하기 위해서 냉동실의 큼직한 토마토 봉지를 녹일 생각을 하니 그건 또 아니고...


며칠전 토마토, 오늘은 더 많이 익었다. 그리고 주렁주렁 달린 할라피뇨


남편이 말했다. "토마토 많잖아!" 무슨 토마토가 많아,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하다 보니, 남편이 말한 것은 노랑 방울토마토였다.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는데, 그걸로 먹으면 되지 안될 거 뭐 있나. 그래서 바구니 들고나가서 노랑 토마토랑, 하나 익은 일반 토마토랑, 할라피뇨도 따 가지고 들어왔다. 



레시피를 휘리릭 보고, 있는 재료만 골라서 다 푸드 프로세서에 던져 넣어서 갈아버렸다. 맛을 보니, 흠! 괜찮네! 정말 의외로 아주 그럴싸한 맛이 나왔다. 고수가 없어서 제맛이 안 날줄 알았는데 아쉽지 않을 만큼 맛이 있었다. 


녹색이 나는 살사 소스, 부침개 같은 또띠야


그동안 남편은 연신 소고기 소스를 맛보며, 제맛이 아니라고 구시렁거렸고, 나는 옆에서 또띠야를 부치기 시작했다. 크레페 만드는 것처럼 프라이팬에 부치는 엉터리 또띠야였다. 이렇게 하면 더 빠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 장에 3분씩 걸리니 몇 장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남편이 있는 재료 긁어서 만든 소고기 타코 시즈닝과 과카몰리 소스


그렇게 해서 상이 차려졌다. 사워크림도 없었기 때문에 티벳버섯 케피어로 발효시킨 생크림을 이용했다. 사실 상당히 사워크림과 맛이 비슷하기 때문에 문제없었다. 


모두 엉터리였고 레시피를 적을 생각도 없었기에 사진도 별로 찍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는 게 또 이게 재미 아닐까? 모든 것이 꼭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즐길 수 있다면 이 또한 재미나는 일이다. 세상에 완벽하게 똑 맞아떨어지는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는 연신 웃으며 재미나게 저녁을 준비했고, 그 자체로 즐거웠다.



맛은? 뜻밖에 너무나 훌륭했다. 내가 지지부진 크레페 같은 또띠야를 만드는 동안 남편의 소고기 타코 시즈닝은 계속 졸여졌고, 그래서 더욱 맛있는 타코가 되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띠야는 좀 아쉬웠지만 맛은 좋았다. 다음에는 진짜처럼 반죽해서 눌러서 만드는 방법으로 해봐야겠다.



우리는 먹으며 계속 감탄했다. "음! 정말 맛있잖아!" 그리고 또 한 입 먹고 나서 다시, "아주 그럴듯한 맛이야! 이 살사 소스 진짜 훌륭하다!" 그리고는 다시, "정말 배부르다. 그런데 자꾸 먹히네! 소고기 최고야!" 그렇게 아주 기분 좋은 저녁식사를 했다. 


이 또띠아를 나름 찢어지지 않게 손으로 들고 먹는 내공을 터득한 남편


원래는 뭐 만들려면,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레시피 찾아보고, 고민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해서 만들곤 하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검색해서 맨 처음에 뜨는 것으로 잡아서 했다. 결국,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우리는 또 이렇게 풍족한 하루를 보냈고, 이렇게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오늘도 감사하다.






라슈에뜨네 타코 메뉴

퀴노아 또띠아, 소고기 타코 시즈닝, 노랑 토마토 살사 소스, 과카몰리 소스, 상추채, 피망 깍둑썰기, 

티벳버섯 발효 크림


퀴노아 또띠야

출처: https://mindovermunch.com/recipes/quinoa-tortillas/


재료:

물 1컵 (240ml)

퀴노아 가루 1컵

소금 1/4큰술


만들기:

1. 모두 섞어주고, 가루가 충분히 물을 먹도록 10분 정도 방치한다.

2. 중불로 작은 팬을 달구고, 기름을 두른다. 남은 기름은 닦아낸다.

3. 50ml 정도의 국자를 이용해서 반죽을 떨군 후, 재빠르게 팬을 움직여 반죽이 표면에 골고루 묻게 한다.

4. 반죽의 가장자리가 살짝 들릴 때까지 90초 정도 익힌다.

5. 뒤집어주고 1분 정도 익힌다.

6. 다시 뒤집어서 30초 굽는다.

7. 식힘망에 한 김 식힌 후, 따뜻한 도자기 그릇에 담아 서빙한다.



노랑 토마토 살사 소스

출처: https://www.beyondthechickencoop.com/homemade-salsa-with-charred-tomatoes/#recipe


재료 : 

로마 토마토 5개 (나는 노란 방울토마토 열댓 개에 빨간 토마토 1개)

양파 반개

할라피뇨 1~2개 (반 갈라 씨 뺄 것)

고수 1/4컵 (다져서)

소금 1/2 작은술

라임 반개 (즙 사용) - 없으면 레몬즙 사용

쪽파 4개 (다져서)


만들기:

1. 쪽파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다져준다.

2. 다진 쪽파를 넣어서 섞어주고 서빙한다.



소고기 타코 시즈닝

참고 출처: https://www.marthastewart.com/335291/beef-tacos


재료: 

양파 1개, 다져서 준비

할라피뇨 1개, 다져서 준비

소금, 후추

마늘 2쪽, 다져서 준비

칠리파우더 1큰술

커민 가루 1/2 작은술

소고기 다짐육 450 g

토마토 캔 1개


만들기 :

1. 중강불로 팬 달구고 식용유 두른 후, 양파와 할라피뇨를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5분 정도 볶아준다. 

2. 소금 후추 간 한다.

3. 마늘, 칠리파우더, 커민 가루 넣고 1분 정도 향이 배이게 볶아준다

4. 소고기 넣고 으깨가면서 5분 정도 핏기가 가시게 볶아준다.

5. 토마토 캔을 넣고, 가끔 저어주면서 중약불로 15분 정도 졸여준다.

6. 간을 보고, 필요하면 소금 후추 간을 적당히 해준다.



과카몰리 소스:

출처: 남편의 머릿속


재료:

잘 익은 아보카도 1개

양파 1/4, 작게 깍둑 썰기

작은 토마토 1개, 작게 깍둑 썰기

고수 1큰술, 잘게 다져서 준비 (없어서 생략)

할라피뇨 1개, 씨 빼고 잘게 다져서 준비

마늘 1쪽, 잘게 다져서 준비

라임 반개, 즙

소금 한꼬집


만들기 :

1. 아보카도는 반 갈라서 씨 빼고, 껍질 벗겨 잘 으깨준다.

2.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섞어준다.




* 위 레시피는 대략의 인터넷 레시피를 가이드라인 삼아 만들었음.

* 그냥 인터넷에 검색하면 첫 번째로 뜨는 것으로 선택한 것이므로 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음.

* 없는 것은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 우리는 심지어 고수도 생략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