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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5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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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스 Aug 10. 2024

꽤 괜찮았던 한 주

조금만 더 열심히. 

영어 액티비티에 성경필사를 살포시 끼워 넣었다. 


전부터 하고 싶던 일이었는데 몇 주 동안 생각만 하다가 겨우 실행에 옮겼다. 시작하는 책은 사도행전. 현재 주교 교사로 섬기는 교회가 공부하는 책이다. 아이들과 토론을 하거나 함께 섬기는 청년 선생님들과 기도모임을 할 때 - 대부분 2세로, 네이티브 들이다 - 성경적 표현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면서 - 했던 표현 또 쓰고, 또 쓰고, 대표 기도 잘 안 하려고 움츠러들게 되고 - 필사를 한 번 마치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 당연히 NIV 본을 필사하며 하루에 한 챕터를 기본으로 하되 팔 아파 죽을 것 같다고 느끼면 무리하지 않고 이틀에 나누어 쓰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Prayer meeting 이 지난 주일에 있었다. 매주 네이티브 스피커들인 영어권 청년 선생님들과 교사회의를 하던 관행이 의욕적인 유스(중고등부) 전도사님의 드라이브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아침에 수업이 술술 잘 풀렸던 것처럼, 가을학기 반 개편이나 기타 수련회에 대한 안건들에 대한 토의, 모든 회의가 끝나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통성으로 각자의 반과 유스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에서 스스로 생각해도 어색하지 않게 잘 해낸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함께 교사로 봉사하는 남편과 치킨을 먹으면서 그렇게 얘기했다. 뭐든지 돕고 싶었지만 영어가 안돼서 중고등부 학부모회 회장직에만 머물렀던 2016년의 나를 돌이켜보면 기적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현재의 모습이 너무 감사하다고. 주일은 물론이고 영어 실력에 대한 자아 성찰이나 계획, 좌절, 단상들은 언제나 우리 부부의 넘버원 대화 주제이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현재에 감사만 한 적도 드물었다. 좌절하거나 아니면 자화자찬하며 의욕을 불태우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날은 정말로 순수하게 감사한 마음만 들었다. 내 주제에, 영어로 회의하고 영어로 기도 하다니. 


이 번 주에는 상당히 괄목할만한 일이 글쓰기 분야에서 일어났다.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로맨스 소설의 경우 6월 30일에 첫 연재를 시작하고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거북이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은 아닌데 그냥 일주일에 한편 업로드가 기본이 아닐까 하고 느슨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 지금 생각해 보니 유튜브 업로드 횟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20분짜리 동영상 한편 만드는 일과 오천자 글 한 편의 무게는 분명히 다른데도 말이다.  -  그것도 매주 올린 것도 아니고 몇 주씩 빼먹기도 하고 몰아서 쓰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가 우연히 웹소설에 대한 팩트들을 검색해 보니, 적어도 정연(정식연재)을 목표로 하는 작가라면 일일 1회 업로드가 기본이라는 엄청난 소식을 접하고, 실제 연재되고 있는 작품들의 업로드 인터벌을 살펴봤더니 랭킹 50위권 안에 있는 작품들은 죄 매일 업로드가 실현되고 있었다. 




한 회당 오천자 이상의 분량이 지켜져야 하는지라 처음에는 조금 무리이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연달아 몇 편을 올렸더니 랭킹과 데일리베스트, 주목받는 신작, 실시간 랭킹 등의 순위권에 내 글이 진입하는 것을 보고 고무받아 막 달렸다. 현재 10회 차까지 올려진 상태다. 조만간 브런치에서도 소설 부문의 브런치북을 공모전에 포함시킨다고 하니 브런치 안에서도 연재를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완결이 아직 먼 작품이라 미완상태로 출품해도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 올리려고 한 나의 수필성 글들을 하나도 쓰지 못했다. 다음 주에는 브런치에 매거진의 글들 또한 업데이트하면서 소설 연재를 쓸 수 있도록 박차를 다해 볼 생각이다. 아직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잠옷을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아래층에서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든 아이스드 까페라떼 한잔을 들고 올라와 책상에 앉으면 벅찬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내가 드디어 글 쓰는 일의 형태를 만들고 내 삶의 한 부분으로 고착시켰구나. 내가 글 쓰는 사람이구나, 뭐 그런 마음인 것 같다. 앉아서 타이핑하는 내 어깨 위로 열어 둔 창에서 청량한 바람이 불어들 때면, 그 감정은 눈물이 날 만큼 고조된다. 뷰가 있는 곳에서 글을 쓰는 것이 내 소원이야,라고 근사한 카페를 가거나 휴양지 오션뷰 호텔방에 갈 때마다 여러 번 남편에게 얘기하곤 했는데 - 그럴 때마다 보여 준 남편의 떨떠름한 표정이라니 - 십 년 전에 심기운 하얀 벚꽃나무가 우리 이 층집 지붕 키를 넘어가면서 내가 앉아 있는 창쪽의 벽을 온통 가리는 일이 벌어졌다. 다시 말하면, 내가 글을 쓰는 책상이 면한 창이 글라스를 터치할 정도로 가지가 무성한 벚꽃나무뷰를 가지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이만하면 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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