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가능한 일들이라니..
10. 빛으로 나가는 길의 시작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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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카지노에 출입금지 신청을 한 곳은 용산역 근처에 한 호텔지하였다.
사실 서울, 경기권에 얼마나 많은 합법적인 카지노들이 있는지, 그를 만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호텔과 카지노는 분리된 자본이며 고객센터도 분리되어 있어 전화문의가 불가하고(호텔마다 상이)
같은 체인의 카지노라도 한 곳의 출입금지 신청을 한다 해서 다른 곳도 다 막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알게 되는 건 사실 참 슬픈 일이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매장들이 본사직영점인지 또는 체인점인지에 따라 연계하는 서비스나 이벤트의 적용등이 달라질 수 있듯, 카지노도 같은 이름이라 하더라도 정보 연계가 되지 않는 점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사실 쉽게 안심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하게도 그가 항상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가 다시 노력한다는 것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의 말을 믿어주었다.
(매 순간 위치를 추적하거나 전화로 다그치거나 하지 않았다는 뜻)
어쩌면 이 일은 다시 언젠가 일어날 수 있을 일이라 생각하면서 마음이 준비를 해온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는 이제 카지노에 있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나에게
어느 날 그는 내가 자주 듣지 못하는 생소한 지역으로 일을 다녀온다고 했다.
아침 일찍 그를 배웅하고, 언제나처럼 걸려오는 밥을 먹었다는 전화, 퇴근이 늦어진다는 전화, 야근한다는 전화들을 받으며 그를 격려했다.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며 그의 전화를 끊었다.
돌아오는 차 안이라고 말하는 그였는데,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리던 그를 기다리던 나는 아이를 재우고, 한참을 기다리다 전화하였을 때 그의 전화가 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차 사고가 난 건 아닐까. 기사를 검색해 그가 다닐법한 고속도로 내 사고를 검색해 보고, 고속도로 교통공사 콜센터에 전화에 사고 현황을 여쭤보았다. 담당자는 확인 후 해당 시간 내 남편의 차량 사고내역이 없다며 시내 쪽 도로에서 사고가 없는지 확인해 보라고 권해주었다.
사고를 위해 교통정보센터에 전화해 보아도 당연히 그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갈 곳이 없는데, 그는 어디로 간 걸까.
그간의 잘못들로 인해 우울해하는 모양이 있었는데 혹,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두려워졌다.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하였더니 경찰관 두 분이 집으로 방문하였다.
그간의 사정과 남편의 사진을 요구하였고, 인상착의 등 가정의 내용 등을 물으시곤 우선 집에서 아이와 있으라며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하곤 돌아가셨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통신사 협조를 통해 그의 전화는 강남의 어느 카지노 앞에서 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찰도 그곳은 들어갈 수 없었다.
범죄의 혐의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가 다시 그곳에 갔다는 절망감과 함께, 그의 무책임함과 나 때문에 이 모든 공권력이 쓸데없이 고생했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려 죄송하다고 수차례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는 언젠가 기억나진 않지만 한참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새로울 것도 달라질 것도 없었다.
며칠 만에 만난 그날의 나는, 언제나처럼 괜찮다고 말해주었고
그날의 그는 다시 일어서기를 다짐했고, 그리고 우린 또 똑같은 일상을 살았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나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괜찮다, 할 수 있다는 말로 덮어버렸다.
그는 책임질 가족과 갚아야 할 빚의 무게로 욕망을 눌러버렸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잠시 보이지 않게, 그럴듯하게 덮는 건 가능했다. 잠시동안은..
어찌 보면 방사선과 죄는 비슷한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파괴하고 손상시킬 수 있다. 막으려 해도 새어 나오고 가까이 가면 피해를 입는다.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는 아무리 덮어놓아도 옮겨놓아도 이미 방사선에 피폭된 물건, 사람들을 깨끗게 하기 불가하다.
우리가 덮고 눌러놓은 그의 욕망은 또다시 새어 나왔고 그것은 또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그와 살면서 해보지 않은 생각들을 생각하고 하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되니 지경이 넓어진다고 감사해야 하려나.. 하하.
어느 날 그는 또 연락이 되지 않았고, 또 카지노였다.
이번에는 삼성동에 있는 카지노였다.
살면서 정부, 사회에 원망을 처음으로 표해본 게 이때였던 것 같다.
'아니, 이 코딱지만 한 나라에, 이 도시에 뭘 그렇게 카지노가 많은 거며 중독과 문제의 온상인 이곳에 왜 굳이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거냐'며 속으로 원망을 표했다.
또다시 시작되었구나 생각하며 그에게 집으로 오라고 말하곤 집으로 오는 길이라는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데 그는 돈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갚아야 할 돈이 있다고 했다.
지금 그에게 돈을 보내면 다시 도박장으로 걸어 들어갈게 분명했기에 나는 거절했다.
그는 우선 알았다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한참을 지나도 그는 기다려라는 말만 하곤 급히 전화를 끊었다.
나는 다시 도박장으로 들어간 건가 생각하곤 전화한 뒤 큰소리를 내었다. "아니, 이제 그만 집에 오라고!"
그는 말했다.
"나 못 가."
"왜?"
"갈 수가 없어."
"왜!!??"
"붙잡혀있어.."
"어디?"
"몰라.. 주택가 같은데인데 돈 보내줄 때까지 안 보내준대."
"나 바꿔줘."
"어쩌려고?"
"그냥 바꿔."
"안 통해, 그냥 포기해.." 그는 그러곤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에게 문자로 각서 같은 거 쓰고 보내달라고 해. 21세기에 무슨 사람을 붙잡아 놓는 거냐고.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그는 그의 신분증부터 그들이 우리 집주소, 가족사진을 다 가지고 있어서 무서워하고 있었다.
카지노에는 수많은 사채업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중국인부터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고, 그 한 명은 개인으로도 조직적으로 존재하며, 그들의 존재를 카지노 직원들을 포함 운영인들도 알고 있다. 싸움이나 특별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들은 간섭하지 않는다.
조직적인 사채업자들의 끄나풀이자 그들도 작은 사채업자들인 그들은 하이에나처럼 사람들을 관찰한다.
돈을 잃어 자포자기한 영혼들, 온지 얼마되지 않아보이는 낯선 얼굴들이 이들의 타겟이 된다.
돈을 빼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은 카드깡부터 시작해, 차를 담보로 맡기게 하거나, 심지어 핸드폰을 가짜로 구매한 것처럼 한뒤 돈을 빌려주거나, 쉬운 대출의 방법을 알려준다거나(카드론 등), 중국에 있는 통장의 돈을 빼낼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알려주곤 그 돈으로 이미 고액의 이자를 뗀 채로 그에게 돈을 준다.
기한은 보통 하루정도로 정해졌다.
또는 그저 그가 카지노에 나갈 때 돌려주면 된다는 것, 그것이 그들의 규칙이었다.
보통은 그들이 갚을 수 없기에 그들이 가진 신분증을 담보로 잡곤 2인 1조로 붙어 다니며 화장실이건 흡연실이건 따라다니며 그들이 핸드폰의 있는 모든 연락처로 연락해 돈을 구하게 만든다.
돈을 받으면 작성한 채권서약서를 찢고 신분증을 돌려받고 또 보자는 인사를 하며 떠나는 그들을, 그도 나도 사실 모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들은 조금 더 조직적이었나 보다.
집을 확인하고 가족을 확인하고 끝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이들은 채무자를 카지노에서는 더 이상 데리고 있어도 불가하니 떡대 두 명과 함께 자신들의 아지트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문 앞으로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핸드폰도 사용가능하고 전화도 가능했지만, 집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돈을 줄 때까진 말이다.
너무 오랫동안 양치기 소년처럼 살았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 그에게 돈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줄 수 있는 돈도 없을뿐더러 주는 것이 알코올중독자에게 술을 사주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에게, 또 그를 붙잡고 있는 사람을 설득했다.
그에게는 신고하고 나오라고. 또는 그를 붙잡고 있는 이들에게는 짧은 중국어로 너네가 원하는 돈은 그가 일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으니 담보를 잡던지 해서 집으로 보내라고 말이다.
한쪽은 두려워서 신고하지 못했고,
한쪽은 항상 해왔던 방식이 통했기에 그를 집으로 보내지 않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실랑이가 저녁 무렵이 돼도 끝이 나지 않아 나는 칼을 빼들었다.
남편에게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지친 그는 그저 체념한 뒤 알았다고 하였다.
아마도 그는 신고하는 순간 영화처럼 얻어맞거나, 장기가 하나 없어지는 걸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억류하고 있는 그들이 외국인일 것이고, 이런 일로 경찰서에 들락거릴 경우 그들의 비자가 만료되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이 너무도 분명했기에(나의 남편을 포함) 남편이 비자 만료후 연장이 불가하며 내가 한국에 살지 못하게 될 것을 감안하고 결정했다.
21세기에 통화도 되는 나의 남편을, 나는 경찰서에 사채업차들로부터 억류되어있음을 신고하였다.
또 두 명의 경찰이 집으로 방문했고,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으며,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여 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들은 그들은 남편을 데리고 나와버렸다. (아마도 그들의 거주 위치를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라졌다.
어딘지도 모르는 길목에 덩그러니 남겨진 그는, 남편을 찾는 경찰을 만나 몇 가지 문답을 마쳤고, 나에게 상황을 전하며 경찰은 그가 혼자 집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염려했다.
데려다줘야 하는지 염려하는 경찰에게 나는 담담히 말했다.
"집 찾아올 정신은 멀쩡해요.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