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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 갔다 1

진맥에 그런 것도 나오나요?

by 선정

한의원에 갔다.

처음 간 곳이라 진맥과 상담이 치료 전에 잡혀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상담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진맥을 먼저 보겠다며 내 팔목에 잠시 자신의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살짝 올려놓았다.


"우울감이 깊으시네요

생각과 고민도 너무 많으시고요.

한번 생각에 꽂히면 해결될 때까지 잡고 있으시네요. 그 생각들이 몸을 상하게 합니다. 그냥 좀 놔주세요"

엥?

심리상담사에게서나 들을 법한 내용이 내 팔목에 아주 잠시 손가락 두 개를 얹은 한의사에게서 나온 말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진맥에 그런 것도 나오나요?"


"나오니까 말씀드리죠"


내 질문이 의사 선생님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당황한 걸로 치자면 나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짧은 진맥으로 내 몸과 마음까지 스캔한 의사를 마법사 바라보듯 보았다.


내 마음이 많이 힘든가?

괜찮은데?

이 정도면 마음 편한 거 아닌가?

떠오르는 생각을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아무 반응 없이 자신의 기록지에 해독 불가능한 한자를 빼곡히 적고 계셨다.


이어 의사 선생님은

"밀가루가 체질에 안 맞으시네요. 튀긴 음식, 맵고 자극적인 음식 모두 위를 자극할 뿐 제대로 소화시키기 어려우니 피하십시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의 대부분이 밀가루로 된 것이고, 얼큰하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저 한숨만 나왔다.


이제껏 나는 나에게 맞지도 않은 것으로 배를 채우며 살아왔구나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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