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한 소리
올해 여름
음료가 가득 든 박스 여러 개를 한 번에 들어 올리던 그 순간.
오른쪽 어깨와 팔 사이 어딘가에서 뚜둑하는 낯선 소리가 났다. 순간 멈칫했지만 박스를 다 옮겼고(왜 그랬을까) 오른 팔이 좀 얼얼하네 했었는데 그다음 날부터 나의 왼팔과 왼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시작된 팔의 통증으로 인해 이제껏 오른손이 해왔던 것들을 왼손이 갑자기 떠맡게 된 것이다.
일할 땐 왼팔 오른팔 가릴 틈 없이 쓰다가 단단히 험악해진 통증과 함께 퇴근을 했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일, 숟가락질, 젓가락질, 양치질, 글씨 쓰기, 요리할 때 칼질 등 (지금도 왼손으로 키보드 누르는 중) 일상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그동안 오른손이 묵묵히 해왔던 많은 것들의 고마움을 진하게 느낀다.
그런데 오른팔이 아파지니 그동안 미루기만 했던 글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어 지는 것은 또 무슨 일인가... 이런 걸 청개구리 심보라고 하는 거겠지.
이런 나의 엉뚱함 때문에 왼손이 더 많이 바쁘다.
삐뚤빼뚤 나의 서툰 글씨와 그림을 어린시절 이후 아주 오랫만에 만났다. 왼손으로 쓰는게 익숙하지 않아 한 획 한 획 부들부들 떨면서 쓰다보니 딴생각할 틈 없이 집중해서 쓰고 그리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파스를 붙이며 버티던 중
점퍼를 걸치려고 팔을 들었다가 거친 호흡을 내뱉는 바람에 딸에게 들켜서 한의원에 예약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