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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 한량 Jul 04. 2018

작년부터 FILA가 눈에 띄는 이유

FILA 망한 브랜드 아닌가요?


FILA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옛날 브랜드, 촌스러움, 뒤처짐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FILA 컨셉 광고에 눈이 가고, 이미지에 호감이 생기다가 제품 구매까지 하게 되었는데요. 실제로 FILA는 작년부터 꽤 괜찮은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FILA는 대체 어떤 방법을 쓴 걸까요?


그 이유와 과정을 살펴보기 이전에 필라의 과거와 몰락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겠습니다.


1. 필라의 흥행

필라는 국내 진출 초기인 1990년대 젊은 이미지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었습니다. 한국 법인 창립 10년 만에 전 세계 FILA 그룹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하였고, 2007년에는 모기업 Fila Global을 인수하기까지에 이르렀는데요.


2. 필라의 몰락

2-1. 타겟

당시 타겟들은 이제 중장년층이 되었고, 중장년층에게는 FILA가 젊은 이미지라는 인식이 있어 맞는 타겟이 아니었습니다. 2016년 이전의 FILA는 디자인에 있어서 세련된 복고가 아니었기에 업그레이드된 레트로를 찾는 젊은 층에게는 관심 밖의 브랜드였습니다.. (레트로 붐 = 과거의 날것이 아닌 재해석)


2-2. 아웃도어 산업

필라의 몰락에는 아웃도어 산업도 한몫했는데요. 2010년, FILA는 '휠라 아웃도어'라는 이름으로 아웃도어 산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00년 후반 흥했던 아웃도어 시장은 2011년 성장률 34%로 정점을 찍은 뒤 수직 하락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아웃도어가 흥하면서 다수의 중소기업이 이 산업으로 뛰어들어 '레드오션'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아웃도어' 특성상 재구매가 빈번하지 않은 고가 기능성 제품이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게 된 것이죠.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하나 둘 철수하게 되었고 FILA 역시 2015년 9월 철수하게 됩니다.

아웃도어 시장의 몰락


고난에 고난을 더한 이 역경을 FILA는 어떻게 극복한 것일까요?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3. 필라가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3-1. 복고 열풍

챔피온, GAP 등 옛 브랜드의 부활로 봐서 확실히 복고가 요즘 추세입니다. FILA 역시 레트로적인 느낌으로 현재 사랑받고 있으며 이 흐름이 FILA의 부활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는데요. 작년부터의 급! 부상을 설명하기에 이 가설은 충분하지 못합니다. 필라는 작년에 이제 막, 갓, 급 부활을 하였고, 뭔가 더 보충할 가설이 필요합니다.


3-2. 브랜드 이미지 재정립

경영난이 지속되고 2015년 FILA는 새로운 경영진을 영입하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브랜드 정체성을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로 재정립합니다. 이에 맞게 로고, 매장, 마케팅 등의 전략과 역량을 새롭게 바꾸고 제품 디자인도 세련된 복고 스타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태원 메가스토어

3-3. 타겟 변경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 후 기존 복고 이미지에 세련된 감성까지 더해진 FILA. FILA는 이제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뭔지를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흥했던 브랜드이기에 과거를 상징하는 복고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이 복고 이미지를 젊은 세대들이 찾고 있다는 현재 시장 흐름을 이용해 타겟을 재설정하였는데요. 타겟을 수정한 후 가장 먼저 목표로 한 연령대는 유행이 가장 빠르게 퍼지는 10대입니다.


타겟변경 사례 1. 특이한 것을 좋아하고 결국엔 그 특이함을 공유하게 되는 10대의 문화. FILA는 이 시장을 강하게 파고들었습니다. 바로 '메로나 슬리퍼'를 이용해서. FILA와 메로나가 콜라보 한 '메로나 슬리퍼'는 파스텔 색감, 메로나가 연상되는 귀여운 이미지를 지닌 제품인데요. 삼선 슬리퍼만을 신던 10대들에게 슬리퍼란, 학교 안에서 한정적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고 이 메로나 슬리퍼는 그들의 감성에 딱 맞는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역시나 유행은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였고 10대에겐 생소하던 FILA 브랜드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메로나 슬리퍼

타겟변경 사례 2. FILA는 10대를 대상으로 역대급 이벤트를 벌입니다. <FILA 코트디럭스 우리 반 찍었스 콘테스트>라는 이벤트인데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 단체사진을 찍어 게시하면 투표를 통해 상위 팀에게 선물을 주는 내용입니다. 필라는 여기서 통 큰 결정을 내리는데요. 참가자 전원에게 FILA 클래식 슈즈를 선물하기로 합니다. 무려 18,000명에게 말이죠. 이로써 FILA는 10대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FILA 코트디럭스 우리 반 찍었스 콘테스트 참여작


타겟변경 사례 3. 2017년에는 당시 10대이던 김유정을 모델로 선정합니다. 어리지만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정리하게 됩니다.

FILA 모델 김유정

3-4. 합리적인 가격의 이유

요즘 1020세대는 백화점, 마트보다 편집숍을 선호합니다. 운동화를 합리적으로 사길 원하며 전문 매장보다는 ABC마트, 슈마커, 레스모아 등에서 쇼핑을 합니다. FILA는 이러한 형태의 매장에도 신발을 납품하며 도매 형태가 가능하게 되었고 가격대 하향 조정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10만원대였던 FILA 제품들이 이제는 6,7만원, 더하면 3만원대에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기존보다 어리게 설정한 타겟들에게도 매력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이기에 1020세대는 FILA에 접근하기가 더욱 용이해졌습니다.

저렴한 FILA 운동화 가격


3-5. 화제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FILA는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합니다. 펩시, 츄파춥스, 포켓몬스터, 배틀그라운드 등 화제가 되는 브랜드들과 더 화제가 될 디자인을 내놓는데요. 특히 포켓몬스터와 배틀그라운드는 10대부터 30대까지 모두가 열광하는 것들입니다. 여태 FILA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을 보면 정말 부지런히 극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FILA가 콜라보하며 만든 제품들


4. 현황

'FILA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기에 들어왔을까?'

국내 운동화 업계에서는 10만 켤레만 팔아도 소위 '대박'이라고 하는데요. 2017년, 코트 디럭스 슈즈 판매량이 100만족을 돌파하였습니다. 운동화 생산량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FILA의 운동화 생산량은 2016년 121만 켤레, 2017년 250만 켤레였고, 올해는 600만 켤레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생산량을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죠.

FILA 운동화 생산(판매)량




 2015년 브랜드 리뉴얼 발표 후 FILA는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습니다. 중저가 제품에 있어 활발한 소비문화를 띄고 있는 알맞은 타겟층, 레트로 컨셉과 다양한 콜라보 등으로 볼 수 있는 트렌드 분석력, 훌륭한 선택과 집중을 보여주었는데요. 하지만 과연 이 성과들이 얼마나 지속될까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겠지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게 호감과 화제성을 계속해서 줄 수 있을 것인가. 다수의 기업들이 존재하는 운동화 시장에서 FILA만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급 몰락 후 또다시 급성장하고 있는 FILA가 염려스러운데요. 하지만 부지런히 트렌드를 연구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 눈에 띄는 만큼 FILA라면 빠른 변화에도 좋은 대응을 보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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