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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심 Jul 03. 2018

다정

나는 다정을 믿지 않기로 했다.

우연히 만난 인연에게 나의 전부를 들킨 적이 있다. 아니. 들킨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상처를 들춰냈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나의 일상을 주고받고, 나의 상처를 모조리 꺼내놓을 만큼의 믿음을 쌓고, 온 마음을 기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뜸해지고, 믿음은 불안이 되고, 기댔던 마음은 이내 넘어지고야 만다. 나의 전부를 꺼내두었는데 멀어졌다. 그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말은 ‘역시’뿐이었다.


나는 다시금 나의 마음을 잠그고 다정하게 다가오는 누군가를 한동안 밀어내고 말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버렸던 나의 탓이다. 다정 하나에 쉽게 속아 믿음을 줬던 나의 잘못이다. 너무 큰 인연이라고 치부한 나의 미련이다. 마음이 고장났다. 누구에게도 내 마음 하나 말하지 못할 만큼 고장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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