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은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뽑히는 건가요?
얼마 전에, 첫 글자를 대면 누구나 다 알만한 기업에 지원했다가 면접 전형에서 고배를 마시고 난 다음 넋두리 겸 하소연을 했던 한 이직 준비자의 질문이다. 필자가 몇 년 전 KPC(Korea Professional Coach) 자격을 딸 때 코칭 연습 상대로 많은 도움을 받은 터라, 이래저래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계속 들어봤더니, 사실은 이랬다. 그 회사는 서류전형, 1차 실무진 면접, 2차 임원(급) 면접이 채용 프로세스였는데, 1차 실무진 면접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정곡을 꿰뚫는 질문으로, 면접 준비를 제대로 안 했다면 바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간담이 서늘한 질문들이 오고 갔다는 거다. 2차는 임원(급) 면접이니 얼마나 더 어렵겠나 싶어서, 면접 걱정 때문에 주경야독하며 준비했었고, 오랜만에 너무 긴장된 탓에 면접 당일 본인 순서를 기다리면서 청심환도, 한 알 먹으면 소위 정신줄 놓을까 봐, 반 알 정도 먹고 들어갔다고 했다.
어디 살아요?
받은 첫 질문이었단다. 보통 입사지원서에는 첫 페이지, 맨 윗 상단에 사진 (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진을 안 넣는 경우도 많다) 옆 칸에 이름, 거주지 등 개인 기본정보가 들어가는데, 면접관이 설마 그 정도도 안 보았을까 싶어서, 머리가 갑자기 복잡하더란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싶어, 본인 거주지 얘기를 했더니, 그다음 질문이 더 가관이더란다. "아 그 동네, 요새 집 값 많이 올랐던데, 좋은 곳 사시네요. 본인 집은 얼마나 올랐어요?" 설마 이게 면접 질문은 아니겠지 싶어서 '아 네.. 조금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이 분은 다음 질문을 듣고 이게 그냥 웃자고 한 질문이 아님을 알았다고 했다. "본인 돈으로 집 사신 거예요?" 그렇게 묻더니 10년 전 서울 집값이 어땠느니 저땠느니, 본인 얘기를 시작하더란다. 그날 2차 면접에서는 총 3명의 면접관이 인터뷰를 했는데, 1명 빼고, 나머지 2명은 본인 경력이나 비전, 꿈, 향후 커리어 방향과는 상관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다음 면접대상자로 넘어갔다고 했다. 면접장을 나온 후 현. 타. 가 온 이 분은 머리가 멍해지면서 내가 무슨 일을 겪고 나온 건가 싶었다고. 이 분은 얼마 전 모 처에서 조사한 '구직자가 뽑은 최악의 면접 질문'에 해당하는 질문을 받고 나온 것이다.
보통 면접 인터뷰는 1차 실무자 인터뷰의 경우 앞으로 함께 일 할 사람들 및 인사 담당자로 구성된 면접관들과 면접이 진행되는데, 경력자의 경우 현재 본인의 경험, 경력, 신입사원의 경우 학교/대외 활동 등 입사 후 본인이 해야 할 직무와의 연관성과 실무 지식수준 등을 확인한다. 신입사원의 경우는 좀 더 특화된 토론 면접 등 실무 면접을 다양하게 진행하기도 한다. 2차 임원(급) 인터뷰는 보통 이 지원자의 비전과 향후 커리어 Goal이 우리 회사에 맞는지, cultural fit이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해 최종 채용을 결정한다. 요약하면, 1차적으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한 후에, 2차적으로 우리 회사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고 채용을 하는 것이다. 1차든 2차든 보통 인사팀, 채용팀, 인재확보팀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채용 관련 부서에서 면접관을 선정하는데, 2차 임원(급) 면접관으로는 보통 그 회사의 조직책임자 이상 중역들을 면접관으로 선정한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면접관 선정은 우선 채용 관련 부서에서 하고 있으니, 아니 그럼 이런 어처구니없는 질문들을 던지는 면접관들을 선정한 부서가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은 틀리고, 반은 맞는 얘기다. 우선 2차 인터뷰 면접관들의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채용 관련 부서에서 주요 요직에 있는 조직책임자 이상 중역들에게 면접관으로서 참가 요청을 한다. 만약 구조화된 채용 질문 Set을 갖고 있는 회사의 경우 그 질문 Set과 더불어, 면접 대상자 리스트 요약표와 개인별 지원서 정보를 사전에 면접관들에게 주고, 간단한 가이드를 통해 면접관 교육을 진행하는데, 가이드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 당일 정해져 있는 Rule를 따르지 않는 면접관들을 많이 보았다. 보통 채용 관련 부서에서는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차별적 발언 금지나, 채용 인터뷰 시 발생 가능한 후광효과 오류(Halo Effect, 면접 시 일부의 부정적 근거를 전체로 확대) 등에 대해 사전에 간단한 교육을 하는데, 실제 면접 장면에서는 본인들이 말하고 싶은 것만 얘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평소 회식자리에서 사람을 잘 평가하는 00 상무의 경우 '술은 잘해요?'라는 해서는 안 될 질문들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면접관으로 함께 참여했던 경우 이런 질문이 나오면 '방금 질문은 면접과는 상관없는 질문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라는 무마성 멘트를 꼭 해주어야 했다. 여담이지만, 꼭 이런 분들이 연말 조직개편 시 '하, 요즘 쓸만한 인재가 없어, 사람이 없어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니 이런 이상한 질문들을 던지는 면접관에 대해서는 꼭 채용 관련 부서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채용 관련 부서의 잘못은 없다는 소리일까. 아니 사전에 그렇게 교육을 했는데, 면접관이 그렇게 질문을 해버리니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는 다소 책임 없는 소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역면접(Reverse Interview)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역면접 현상'이라는 주제로 DBR이나 HR관련 매거진에서 이런 용어들을 쓰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요즘 '핫'한 AI포함 SW(Software) 개발자 직군의 경우 오히려 본인들이 가고 싶은 회사를 역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면접관들을 통해 본인들이 그 회사의 수준을 판단하고 갈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면접 Skill, 질문 Set 등에 대한 Guiding만으로 충분할까. S급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S급 면접관이 S급 인터뷰를 해야 한다. 사전 가이드는 당연히 기본적인 것이고, 면접관에 대한 심층적 교육과 더불어 체계적인 인재 선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위 '면접관 자질 향상 과정'과 같은 이름으로 다양한 면접관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인재 쟁탈전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채용 관련 부서가 더욱 스마트하게 바빠져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구성원 개개인이 회사라는 단체와 관계를 맺게 되는 일련의 과정)과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직원 경험 조사 결과 중 긍정 또는 부정 사례가 많이 나오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면접' 단계였다. 그만큼 면접이 주는 Impact가 크다는 의미인데, 왜 면접관의 자질 향상에는 그렇게 신경을 많이 못 써왔을까 반성해 보아야 할 시점인 듯하다. 우리 회사의 성장을 위해 앞으로 꼭 필요한 우리 '직원님'들은 등급에 따라 소위 '나래비'를 세워 판단하면서, 왜 면접관들은 면접장에서 미래의 직원들이 되실 분들을 맞이할 혹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판단당하지 않고 있을까. 물론 심층 면접관 교육이나 면접관 자질 향상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맨 첫 글에 등장한 지인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아직 이런 기업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앞으로 수많은 면접 경험을 해야 할 대한민국의 잠재적 면접 대상자들을 위해, 그리고 늘 사람이 없다며, 채용 실패니 뭐니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채용 관리 부서들을 위해, 이제는 면접관들의 면접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