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들과 다른 속도로, 나답게 살아가기

by 크로니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평범함'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한때 그 평범함 뒤에 감춰진 비밀을 안고 살았습니다. 바로 ADHD였습니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수백만 원 하는 보청기를 자주 잃어버린다던가, 하나에만 푹 빠져서 하루를 통째로 거기다가 쓰질 않나, 전조 증상은 많았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겉으로는 그리 산만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쩌면 그 당시 나를 괴롭혔던 내면의 감정 기복이나 충동성은, 오히려 '착한 아이'라는 껍데기 뒤에 감춰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학부모 상담 시기가 되면 대부분 "아 ㅇㅇ이는 너무 잘 지내요. 착하고"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ADHD는 생각보다 감정에 민감하다.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와 조절하는 전두엽 간의 연결이 약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하나 가정해 보자. 내가 "A"라는 작업을 하다가 조금 실수가 있었다. 그런데 피드백으로 "왜 그것도 못해? 왜 이렇게 느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해보자. 대부분 사람의 반응은 "죄송합니다" 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공격적인 어조의 피드백을 받는 순간, 뇌가 하얘지고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 눈물이 난다. 민감한 온도계가 작은 변화에도 변하듯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렇기에 더욱 관계 속에서 지쳐갔다. 남들의 눈에는 그저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더 감정을 깊이 느끼는 뇌 구조를 가진 것뿐이다.


ADHD는 기본적으로 도파민 체계가 약하다. 그래서 작은 성공에도 크게 기뻐하지 못한다. 오히려 실수나 이런 부분에 과하게 반응해서 자기비판,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매일 매 순간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남들도 하는 걸 나는 왜 못할까?, 남들에게 피해만 줘.. 같은 생각들을 하곤 했었다. 나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끼며 자존감은 부정적인 피드백 속에서 바스러져갔다.


늘 그런 삶의 연속이었다. 하루에도 감정이 몇 번씩 오락가락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곱씹으며 살았다.

그래서였을까,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옥 같았다.


ADHD, 불안장애, 우울증을 진단받고 약을 먹어도 도통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이론과 다른 것들을 접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참고자료를 찾아가며 읽으니 이해가 되었다. 우리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이드, 초자아, 자아가 대표적인 3요소이다.


이드는 헤헤 나 낙서할래, 고양이 그릴래 같은 원초적인 욕구를 담당하는 친구이다. 반면 자아는 아니 된다, 너는 지금은 일러스트를 그려야 해 같은 현실 적인 목표를 가지고 이드를 누른다. 초자아는 "너는 장래에 유망한 일러스레이터가 돼야 해", "더 완벽하게 해야 해", "네가 좋아하는 작가를 닮아야 해" 같은 이상과 기준을 제시한다.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자아가 바로 욕구와 초자아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는 거 말이다.


이상적인 목표를 가져와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인 목표와 엮어서 실행하게 된다. 그런데 초자아가 제시하는 기준이 너무 높아서 자아가 "왜 이거밖에 못해", "그래서 그림이나 제대로 그리겠어" 같은 압박 속에서 눌리면서 중재자의 역할로서의 부재가 생긴다. 이드와 초자아 사이의 중재자가 힘을 못쓰니 눌리는 이드가 튀어나오면서 우리의 의식에 불쑥 떠오르고 마는 거다.


"아 도로에 뛰어들고 싶다", "나를 만약 누가 공격해서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던가" 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침투적 사고라고 정의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불안장애가 이렇게 ADHD랑 연결되는구나 하는 걸 말이다.


알고 나니 나름 한결 나아지긴 했습니다. 근데 안다고 마법처럼 모든 게 나아지진 않잖아요?

그래서 어딘가에 눌려있을 자아를 찾고자 인지행동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한 번으로 나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 않기에 다회기에 걸친 치료 속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은 치료가 끝났지만 아직도 저런 생각 많이 듭니다. 다만 전과 다르게 사로잡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서지 않아요. 저마다 다르죠. 어떤 사람은 앞에 어떤 사람은 뒤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앞에 있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닌 거 같아요. 왜냐하면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나는 남들보다 느려요. 그러기에 나를 좀 더 돌아볼 여유가 있는 거 같아서 오히려 감사해요.


그렇기에 빛으로 한 발짝 내딛게 되었습니다. 비교하는 삶이 아닌 나를 아끼는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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