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 라벨, ‘밤의 가스파르’, I. 물의요정

피아노 : 조성진

Ravel, ‘Gaspard de la nuit’

I. Ondine

피아노 : 조성진


https://youtu.be/tjkZJAgbm4E?si=jiAcSkDmXEb_yWGH






성민은 2학년 설계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컨퍼런스 홀을 빠져나왔다. 복잡하게 얽힌 머릿속을 정리하려면 차갑고 진한 커피가 필요했다. 아니 어쩌면 그는 밖으로 나와, 곧 마주하게 될 거대 기계와 초등학교 설계의 아이디어를 지금 당장 짜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2층 엘리베이터 홀에서 성민은 7층에 있는 카페를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상행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문이 열린 승강기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생각하기를 쉬지 않는 성민은 무표정한 어류의 모습으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고민이 묻은 손끝으로 7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은 열려 있었지만, 그는 굳이 닫으려 하지 않았다. 문이 서서히 닫히려 할 때, 저 멀리서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닫히던 문은 급히 다시 열렸다.



“앗, 감사합니다!”



이현이었다.


성민은 처음 보는 이현과 단둘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올랐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려 애썼다. 이현은 빨간 불이 켜진 7층 버튼을 보고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성민과 같은 목적지였기 때문이다.


이현으로부터 풍겨오는 은은한 향기는 엘리베이터 안 공기에 스며들며 성민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각 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혔지만, 그 누구도 타지 않았다. 두 사람만 있는 좁은 공간은 묘한 침묵으로 가득 찼다. 성민은 그녀와 있는 시간이 영원할 듯 했다. 코에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 조심스러운 발걸음, 잠시 흘린 미소 하나까지, 성민은 자신이 이현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꼈다.


7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이현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고, 성민도 뒤따라 내렸다.


성민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품었던 모든 건축적 고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의 몸에서는 오직 눈과 코, 그리고 심장만이 강렬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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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리는 걸까‘

이지협 지음 / 연암사




[EBS 라디오 '정경의 클래식 클래식'] 클래식 살롱 - 1 I 2025년 9월 18일 방송

https://youtu.be/y0N2dRmSOg4?si=RlcPuPhkWtypuCmU


[EBS 라디오 '정경의 클래식 클래식'] 클래식 살롱 - 2 I 2025년 9월 25일 방송

https://youtu.be/CE7ydU3_YNo?si=_CVThWzHzK14hdUG


[EBS 라디오 '정경의 클래식 클래식'] 클래식 살롱 - 3 I 2025년 10월 02일 방송

https://youtu.be/_AkS2A_SQcQ?si=lSNgz9bjQldODZ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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