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절망의 끝, 결국 올 거라 믿는다
00시가 지나서 벌써 이틀째가 되어버렸지만 화요일인 어제는 면접을 다녀왔어요. 청년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사업에 대한 1차 서류가 합격하였어서 최종 발표 및 그룹면접 심사에 참가하였습니다. 제게 오는 질문의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성심성의껏 답변하였으니, 이제는 하늘의 결과에 맡겨야 할 때입니다.
면접이나 발표가 있는 날은 체력적인 소모가 매우 큽니다. 며칠 전부터 발표를 준비하고 사업기획서를 꼼꼼하게 계속 검토하며 예상질문을 셋업하고 모범답안을 계속 준비합니다. 혹시 이 과정들 속에 빠뜨린 것은 없는지, 어떤 억양과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더욱 와닿게 만들 수 있는지 미리 면접이나 발표 장소에 가서 환경을 꼼꼼하게 체크해 봅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당일날, 끓어오르는 부담감과 울렁증을 계속 제어하면서 해야할 말들을 머릿 속으로 되새기고, 말로 표현해보면서 최종 점검에 들어가봅니다. 발표 약 6시간 전에 미리 머리손질과 기초 화장을 하고 옷을 다 갖춰입은 상태에서 청심환을 먹고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에 오르고부터는 발표에 대한 모든 생각을 지운채, 운전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심사장에 들어갑니다. 오직 준비한 대로 스스로를 등불로 삼으며 발표를 임하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끝나면 놓지 못한 긴장감들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극심한 체력소모가 뒤따릅니다.
이제까지 단상에 정말 많이 서봤지만 발표는 적응이 되질 않습니다. 발표 울렁증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실수 하나 없이 하기 위한 기나긴 준비과정에 지치고, 저를 보는 수 많은 눈빛들을 받아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성공적으로 발표를 끝내면 뿌듯하고 기뻤는데 이제는 감흥조차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써가며 남들에게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고 실현할 수 있음을 어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했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목적이 사라지고 과정들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은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과거의 실수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저 곁에 있기에 행복하였던 모든 이들에게 필자는 망상에 사로잡힌 듯이 무언가를 '같이' 해야 행복한 것이라고 착각하였던 제가 있었고, 정처없고 결과가 없으면 헛됨이라 생각하였던 제가 있었습니다, 참 어리석습니다.
오늘 밤샘작업하고 있는 여러 기획서들을 끝내고 나면은 시간 내서 한 번 기획서 작성에 대한 방법론과 평가 및 심사에 대한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꼭 저처럼 과정 속에 매몰되어 허무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으시길 바라며 이상으로 구두점을 찍겠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저도 행복한 이야기를 들고 오며 미소를 지을테니, 독자분들도 환희에 찬 일상을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