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윤종신의 Billy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게으름과 불성실함이 낳은 읽지 못한, 읽고 싶은 서적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책들도 많지만 유독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옛날부터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제목이 저를 사로잡았거든요.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어릴 적부터 필자는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소리바다에서 노래를 구했고 여기저기서 듣고 싶은 노래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힘겹게 찾아 듣곤 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그때의 트랙리스트는 정말 조악하기 짝이 없어, 지금은 무얼 듣고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2016년 4월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전월에 제대했던 저는 한 학기 복학을 미루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남들보다 걱정이 많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저는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지, 복학하면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설렘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점심 준비를 끝내고 매장 앞 의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가게 안에 틀어둔 올레티비 뮤직채널에서 더필름의 '그녀(she)'라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포근한 햇살과 선선히 감싸주는 바람이 마치 행복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그런 날과 어울리는 노래였어요. 제가 담배를 굉장히 빨리 피는 편인데, 불만 붙여놓고 앉아서 그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사말처럼 어느 날엔 꼭 날아오를 거라 믿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기대와 소망은 잘 이루어지지 않은 듯해요. 원하는 것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듯, 바라는 바가 모두 이루어질 수는 없더라고요.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고자 했지만 누군가는 경쟁에서 도태되고 뒤로 밀리게 되는데, 그게 저일 때도 많았습니다. 학기당 3개 내지 5개의 공모전을 했었는데, 두 개 이상 수상하면 성공한 학기일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노력했다고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밤을 새우고 고민하며 땀을 흘렸을 때, 누군가도 밤을 달랠 정도의 노력을 쏟았을 테니까요.
그러다 보니 꿈을 꿀 때 들었던 노래들은 잘 안 듣게 되었습니다. 분명 좋은 음악이고 행복해지지만 빛바랜 추억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나, 되려 슬퍼지더라고요. 트랙리스트에는 있지만 쉽사리 손이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스스로를 몰락시키지 않았으니 분명 좋은 날이 있을 거란 믿음은 놓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울어야 내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지나간다"는 어느 노래의 구절처럼 더욱 노력하고 정진하면 고통의 순간이 지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열 시간 전 즈음에 공모사업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쉴 때마다 틈틈이 이 글을 적고 있었는데, 마침 윤종신의 'Billy'라는 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네요. 베개를 피아노 삼던 한 소년이 팝가수 빌리의 목소리에 끌려, 뮤지션의 행보를 걷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인데, 윤종신씨는 가사를 쓰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히트곡도 어느 정도 있겠다, 음악계와 예능계 두 곳에서 좋은 모습을 꾸준히 발휘하고 있는 그가 이 곡을 4월에 썼을 때는 아마 저와 비슷한 감정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이제는 인지도가 아닌 음악적 업적에 대해 고민해야 하던 그에게 있어, 많은 시간이 흐르고 꿈이 희미해지면서 다시 자기 자신을 다잡기 위해 쓴 게 아닐까 재밌는 상상을 해봅니다. 부러운 것은 2018년 12월까지 월간윤종신을 놓지 않은 그 꾸준함과 위대함에 이제는 무명의 가수 누군가는 윤종신씨를 빌리라고 여기며 성장하고 있겠지요?
오늘은 이만 여기서 구두점을 찍고, 어서 기획서를 쓰러 가야겠습니다. 사무실에서 계속 업무보고 자고 반복하다 보니 골병들 것 같아요. 학사 학년이 늘어가면서 더욱 큰일을 진행했었는데, 이제는 홀로 국가공모사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두렵고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조차 없지만 저도 누군가의 빌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다음번에는 좋은 글을 들고 올 터이니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계시길 바랍니다. 서로 웃으며 다음의 만남을 기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