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까지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꿈 속으로 편지할게요

by 최선생님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당시, 앞서 올렸던 두 개의 글을 대상으로 했었습니다. 승인 소요 기간이 약 4일이 걸렸는데, 되자마자 어느 한 분께서 감사하게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글을 읽어 주셨더라고요. 제가 쓴 글이 어느 누군가가 읽을 수 있다는 것, 읽어준다는 것이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어서 세 번째로 투고할 글은 무엇을 써볼지, 어떻게 써볼지 고민을 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참 쉬운 게 하나 없는 듯합니다. 10년이 넘도록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잘'쓰는 법을 깨우치질 못했거든요. 작가가 꿈이었던 사람인데 손이나 키보드로 작성하는 것보다 말로 하는 걸 선호했었다 보니 아무래도 글쟁이로선 실격이었겠지요? 그러나 제게도 딱 하나, 글과 관련하여 마음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었던 수단이 있었습니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본고는 외사랑을 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마음을 표현했고, 거절당했지만 쉽사리 놓을 수가 없었어요. 사랑을 고백할 수 있지만 상대는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 답답한 마음과 하고 싶었던 말, 제가 생각하는 그 많은 것들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이토록 소중한 기억과 감정들이 먼 훗날, 사랑에 대하여 고민했던 순간이 정말로 많은 시간이 지나서 "좋았었다."라며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올 때쯤이면 성장의 양식으로 남아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수취인 없는 편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받는 이의 주소와 이름을 적지 않았지만 A4용지 몇 장을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내용을워나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군대를 갔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입한 부대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선임들은 어떤 사람인지 썼고 밖에선 느낄 수 없던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적었습니다. 곁에 있어준 친구들의 고마움도 적어보고, 제 힘듦과 그리움도 한편에 자리하였습니다. 격오지였던 부대 상황으로 인해 편지를 부치면 짧게는 3주, 길게는 두 달이 걸려 상대에게 도착했고, 반대로 제게 오는 것도 비슷한 기간이 걸렸기 때문에 편지 하나에 많은 기대가 오고 갔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군대에서 키운 꿈과 소망을 편지에 실어 보낼 수 있었던 단 한 명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학사 1년 차에 공모전을 하며 만나게 된 친구였는데, 짧은 인연일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도 최고의 술친구로 자리 잡고 있는 제 친구입니다. 그리고 편지를 보내주던 사람 중 가장 성의 있고 예쁘게 보내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삶이 바쁘다 보니 많이 연락하며 지내지는 않지만 분기에 한 번씩은 꼭 만나게 되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다만 술 마시며 서로 꺼내보는 옛 추억 얘기들은 참으로 많더라도 편지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고통스럽고 죽을 것 같은 그 시절이 흘러간 건 당연한 수순이고 자연스러웠던 성장통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잘 포장하고 있지만 어쩌면 친구에겐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의 깊은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간단한 이유일 수도 있고요.


어찌 되었던 삶의 포기를 고민하던 시절, 인내하고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준 친구와 편지에 담긴 마음들이 필자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의 추억이고 버팀목이 되었으니, 고마운 마음은 변함없을 것입니다. 나쁜 결정을 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을 테니까요.


어느덧 전역을 했고 자연스럽게 편지 쓰는 일은 줄어들었습니다.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편지를 많이 쓸 수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사회에서는 편지를 주고 받는 것보단 술을 맞대고 밤을 보내는 게 더 마음이 가고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사회의 방식이었고요. 물론 연애할 때는 온갖 미사여구를 집어넣으면서 써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이제는 지나간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편지. 쓰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떨려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대상이 정해지고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그 순간은 형용할 수 없는 기쁨으로 가득 차거든요. 그리고 상대방이 편지를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할지도 매우 궁금해지고요. 참 신기합니다. 작별을 고하는 편지조차 작성하는 순간에는 천천히 흐르는 그 시간 속에 수취인과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들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거든요. 너무나 행복했었기에 눈물까지 흘리게 되니, 어쩌면 기쁨의 대명사를 편지라고도 명명해도 될 듯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편지에 관한 이야기를 기술했더니 오랜만에 편지 쓰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이쁜 봉투를 사고 그림이 그려진 테이프로 동봉을 해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곳으로 멀리 사라졌거든요. 대신 편지에 관한 행복한 기억만이 남아있는 것처럼 소중한 추억들을 양분 삼아서 오늘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환희와 함께 오는 그리움이 계속 남길 기대하면서 우체부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당신이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다음번에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도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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