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리학과 학생 Feb 07. 2024

[우울증 극복기] 프롤로그

아픔은 결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시작을 알 수 없다

내 어릴 적 첫 기억의 시작은 아빠와 손잡고 계단 올라가는 중이었다. 나는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있던 감정을 기억하고 듬직한 아빠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그때를 아빠한테 묘사해서 들려드리면 만 2~3살 때라고 하신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 계단을 올라갔던 시각적인 모든 것(계단 크기, 빛 세기, 습도, 온도 등등)을 기억한다. 그 뒤에 기억도, 그다음의 기억도 차차 하나씩 많아지고 그 기억들을 이어 보면 지금의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자각하게 된다.


오랜만에 브런치스토리를 켜고 글을 쓰는 나를 발견하면 그게 마지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브런치라는 웹사이트에 글을 썼던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스페인이었고 혹은 한국이었고 지금은 내 방이다. 글 재주도 없고 해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맞춤법도 매일 틀렸는데, 그때 글을 쓸 때는 심리학자가 되는 열정이 있었고 학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면 상담가 혹은 아동심리치료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렇게 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줄 알았다.


눈을 떠보니 휴학을 했고 또 눈을 떠보니 일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눈을 뜨니 나는 다시 우울증이 왔었고 더 이상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은 항상 나를 찾아왔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다.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고 아침이 기다려지는 날이 찾아왔다.


아침을 맞이했을 땐 창문을 보며 "아침은 밝고 예쁘지 않을까?" 생각했다. 창문 너머 밖을 보니 그저 항상 보던 풍경이 밤이 아니라 아침일 뿐이었다. 이 창문 너머로 해님도 달님도 왔다 갔다 하고 비도 오며 눈도 왔었겠지. 해님이 기다리는 아침은 사실상 달라진 건 없었다 왜냐하면 항상 그래왔으니까. 달라진 건 내 마음이었다.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귀찮아.. 힘들어.. 하.. 왜 저러지? 나한테 왜 이래?". 이 말들은 내 마음에서 나온 걸까 아니면 말을 뱉었기에 내 마음에 들어온 걸까? 확실한 건 습관적으로 뱉어온 단어와 문장들이다. 그럼 또 한 번 질문해 보면 이 습관은 내가 만들었을까 아니면 누군가로 혹은 어떤 상황으로 인해 만들어졌을까? 그럼 나는 어쩌다가 우울증을 알게 되었고 또 우울증을 겪고 마지막으로 우울증을 극복했을까?


애매하고 묘하고 추상적인 제 우울증 극복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