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기] 첫 번째 에피소드 마무리
힘들어도 일어날 수 있더라
우울증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 아니다, 한 마디로 치료 불가능한 병이 아니라 치료하기 어려울 뿐이다. 누구나 완치할 수 있고 심했더라도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다만 치료뿐만 아니라 치유되기 위한 시간이 길거나 힘들 수 있다.
-어느 한 정신건강의학과 서적에서
처음으로 내가 내 병에 대해서 찾아봤을 때였다. 그때는 치료 불가능이 아니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지만 이겨내고 나니 보였다.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은 이겨낼 수도 없다는 뜻이라는 것을. 내가 깨달은 것이 딱 하나 있는데 동기부여? 에너지? 물론 다 중요하지만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첫 챕터를 쓰면서 지겹도록 쓰는 글들이 있다.
"치료받으세요 이겨낼 수 있어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찾아가세요 그분들은 충분히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 가보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의지가 없다면 사실 이 말들은 들리지 않을 것이고 내 생각을 담고 경험을 담은 이야기들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의지를 억지로 만드는 법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강제보단 반강제라는 말이다.
강제로 누군가를 명령하고 실행을 옮기도록 의무를 시킨다면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다가가서 억지로 나가라고 하는 것만큼 미련한 것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반강제는 조금 다르다. 설득과 이해가 필요하고 협상을 통해 주고받는 관계를 뜻한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여행 경비를 보태줄 테니 여행을 갔다 오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의지가 없을 때는 만들어내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슬픔에 잠긴 친구라면 바로 위에 있는 밝은 빛을 보는 법을 모를 테니.
첫 번째 챕터를 더 이어서 할지 아니면 마무리 지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이 뒤에는 제가 우울증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상황들, 위급할 수도 있었던 순간들 그리고 극복이 이루어졌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담지 않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힘들었던 순간들, 위급했던 상황들은 결국 글 읽는 데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제가 했던 행동들, 혹은 상황들이 노출되면 어떤 형식으로나마 학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극복이 이루어졌던 순간이라 말씀드렸지만 극복이 아닌 회피를 통한 일상 복귀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준비한 [우울증 극복기] 이야기는 총 세 쳅터로 나눠져 있습니다.
1. 2012~2013년도에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고 심리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약물 치료만 이뤄졌습니다. 그렇게 3~4개월 이후에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일상과 학업에 복귀합니다.
2. 두 번째 챕터는 처음으로 심리치료를 받았던 시기입니다. 제 심리치료 선생님은 스페인 분이셨습니다.
3. 세 번째 챕터는 한국에 와서 심리치료를 받았던 시기입니다. 이번에는 한국 심리치료사이셨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약물치료를 3~4개월 정도 받다가 스스로 치료를 중단했었습니다. 그렇게 한 계기가 있었는데 심리치료 없이 정신과진료, 약물치료만 받다 보니 또다시 힘든 순간에 탈출구를 찾았지만 위험한 순간들을 잘 넘기고 보니 약물치료가 더 이상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통해 스스로 치료 중단을 했었습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위험했을 수도 있던 상황입니다.
약이 없어도 우울하지 않는 기분까지만 치료받았습니다. 아직도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고 생각회로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고치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힘들 뿐만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객관적인 것보단 주관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니까요. 그렇게 결국 일상에 복귀했지만 나중에 다시 무너지는 상황에 놓입니다.
첫 챕터 마무리는 치료를 스스로 관두고 학업에 다시 복귀해서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들어갑니다. 많은 고민 끝에 심리학과를 선택했고 그렇게 저는 이제 심리학과 학생이 됩니다.
[우울증 극복기] 첫 쳅터를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첫 쳅터보다 훨씬 긴 두 번째 챕터를 준비해서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