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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과 학생 Mar 25. 2024

[우울증 극복기] 일곱 번째 이야기

눈을 감으면 편하니까

우울증 진단의 첫 번째이자 필수적인 단계는 우울증 장애를 시뮬레이션,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가능한 유기적, 약리학적 또는 독성 원인을 찾아 각 사례에 필요한 모든 테스트를 수행하여 환자에 대한 완전한 평가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환자의 삶 속에서 어떤 포인트에 우울증을 유발하는 '무언가를' 찾는 심리적, 정신적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진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병력을 체크하는 것입니다. 증상은 언제 시작되었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으며,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야 합니다. 환자가 이전에 증상을 앓은 적이 있는 경우, 의사는 증상이 치료되었는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또한 알코올 및 약물 사용, 환자가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문해야 합니다. 인터뷰에는 다른 가족 구성원에 대한 질문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친척 중에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있습니까? 치료를 받은 경우 어떤 치료를 받았고 어떤 치료가 효과적이었습니까?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진료 전에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환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리를 다쳐서 정형외과에 들리면 다리를 어떻게 다쳤는지 어디가 아프고 어떤 근육이 문제인지 확인을 위해 묻는 것과 같지만,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인 거를 묻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만 사생활이 포함되어 있는 답변을 요구하기에 불편감을 느낍니다.

의사나 심리상담가는 사생활이 궁금한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환자가 언제 우울감을 느끼고 어느 포인트에서 자존감이 낮아지며 어느 상황에서 자살에 대한 생각이 강해지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에 세심하게 환자에 대해 물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의사도 환자와 많이 친해진 상황이 아니라면 환자가 불편해하지 않는 선을 가끔 넘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의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치료가 시작되면 위험 단계는 많이 낮아집니다. 그렇기에 치료받는 것은 병을 악화시키는 방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 합리화하며 내게 일어나는 일은 내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다시 집에 왔다. 5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뭔가 많이 그리웠다. 내가 그리웠던 것은 집과 내 침대가 아닌 자유였다. 핸드폰을 할 수 있는 것과 계속 침대에 누울 수 있는 자유. 그것은 사실 병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내가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일까? 나는 집에 들어왔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선생님이 소개해 준 의사분을 찾아갔다.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었다. 한 30~40분 정도 걸렸던 거 같다. 스페인은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걷는 게 더 편할 때가 많다. 3월쯤 되던 날씨기에 추위를 느끼지는 못했고 딱히 움직이는 것에 불편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그분이 있는 병원에 찾아갔다. 


"무슨 일로 찾아왔니?"


"저 제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왔어요"


"예약은 하고 왔니? 여기는 국립 병원이라 예약이 필요하단다"


"아니요 예약할 줄 모르고 제 선생님이 소개해준 분이라 만나러 왔어요"


"그렇게는 안된단다. 예약 없이는 올 수 없어"


"그러면 그분한테 어떻게 예약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단다 돌아가렴"


오늘은 의사 선생님을 볼 수 없는 걸까? 생각하며 데스크에서 나가는 척하며 사각지대에 앉았다. 진료실 앞에는 의사 선생님들의 이름이 쓰여있었기에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은 5번인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한 20분 뒤에 문이 열렸다. 다른 환자를 부르기 전에 내가 들어갔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


"안녕하세요 예약하는 법을 몰라서 그냥 밖에서 기다렸다가 들어왔어요. 제가 입원을 하는 바람에 진료시간에 오지 못했어요"


"너의 차트를 봐서 알고 있었단다. 다시 한번 차트를 볼까?"


"네. 사실 거기서 거짓말을 하고 나왔어요. 아빠를 통해 제 슬픔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했거든요."


"그러네. 차트에도 네가 했던 말 그대로 쓰여있구나."


"그렇게 한 이유는 거기는 너무 지루해요. 그래서 거기서 나오고 싶었죠. 하지만 저는 치료는 필요해요 그래서 찾아왔어요"


"그래 잘했단다. 아마 그렇기에 너를 보낸 게 아닐까 싶구나."


"이제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일단 약을 먹어야 한단다. 내가 방금 쓴 처방서를 보면 약이 3개가 있단다. 약사가 설명해 줄 거지만 중요한 게 있기에 내가 먼저 설명해 줄게. 하나는 항우울제란다. 이거는 자기 전에 하나씩 먹으면 돼. 하나는 수면제란다. 이것도 자기 전에 같이 먹으면 돼. 마지막 하나는 항불안제란다. 이거는 하루에 아침-점심-저녁 3번 먹으면 되고 물 없이 침으로 녹여 먹어도 된단다. 힘든 순간에는 그 순간에 하나를 더 먹어도 된단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언제 와요?"


"약은 원래 시간이 지나야 효력이 나타나는 법이란다. 내가 처방해 준 것은 한 달치니까 맞춰서 오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을 먹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아침이 지나가고 나면 걷는 힘조차 없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증상을 보였다. 현기증처럼 몸에 힘이 쭉 빠진 상태가 저녁까지 이어진다. 기력이 없고 힘이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을 다시 찾아갔다.


"선생님 아침 10시만 지나가면 몸에 힘이 없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런 증상이 있구나. 약을 하나 더 처방해 줄 건데 이거는 아침에 한 알 먹으면 된단다. 혹시 모르니 내일 오전 9시까지 진료실에 올 수 있겠니?"


"네.. 근데 내일 9시까지 와야 해요?"


"아침 10시만 지나가면 힘이 빠진다고 했으니 그전에 오라는 뜻이란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내가 받은 약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각성제었을 거라 생각한다. 다행히 몸에 잘 맞았고 약을 더 늘리는 일은 없었다. 다만 약의 힘으로도 버틸 수 없던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칼을 찾았다.




우리가 외상적으로 다치면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서 증상과 상황을 설명합니다. 마음이 아프면 똑같이 해야 합니다. 항상 강조하지만 그 이유는 스스로 해결책은 찾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갇힌 시야를 갑자기 넓히기는 어렵기 때문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땅을 보며 걷는 아이는 스스로 하늘을 보며 걷기는 어렵듯 타인의 도움으로 인해 교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마음이 너무 힘들고 지칠 때 어떠한 결정과 해결책을 찾는 것보단 꼭 병원이나 상담이 아니더라도 믿을 만한 친구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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