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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 May 12. 2017

[바르셀로나]
회의감, 여행이란 나에게 무엇인가

[170426-170506] 스페인,포르투갈 여자혼자 여행

구엘공원




[바르셀로나] 회의감 , 여행이란 나에게 무엇인가 



< 에피소드 위주로 푸는 여행일기 >




바르셀로나 마지막날.
지난 가우디투어 때 비가 와서 

모든 사람이 우산을 들고 있었기에 

구엘공원 사진이 제대로 나온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힘든 몸뚱아리를 이끌고 

오전 일찍 무료입장을 하기로 했다.
교통권인 T10 은 마지막 1회가 남았는데 

산츠역에 갈 때 쓸 거라 남겨두고 싶었고,
숙소에서 20분정도 걸으면 도착이었기 때문에 

예쁘게 차려입고 또 열심히 걸었다.

어제, 그제 뚜벅이 여행을 무리해서 했는지 

구엘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이 발은 이미 내 발이 아니었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어서 사진을 찍어야겠다! 

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셀카를 찍어대고.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마음에 드는 전신사진 까지 건졌다.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와서 

바로 침대로 직행하여 한숨 잤다.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
아무것도 하기 싫다.
바르셀로나에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니..
구엘공원 사진들을 보면서 갑자기 허무함이 몰려왔다.

'나 사진 찍으려고 여행하는 건가...'

구엘공원



여행을 싫어하는 아빠와 

예전에 했던 대화내용은 이렇다.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왜 하는건지 이해가 안가. 

거기 가면 뭐해? 사진 찍고, 체험하는 그런거 하고..?"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게 좋아. 

가치관이 굉장히 다르고 보는 시야가 달라서 재밌어. 

여행하면서 문화도 배우고 영어도 쓸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일들도 일어나서 재밌잖아. 

위기 생겼을 때 내가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볼 수 있고.."

호주에서 어학연수 하면서 느낀 걸로
이렇게 대답을 하였건만..
난 지금 뭐 하는 거지.
고생하면서 , 돈 들면서 그냥 띡 가서 사진 찍고. 

띡 가서 찍고. 여기서 제발 인생샷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다가 마구 셔터만 눌러댔다.
기회비용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지로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오늘 뭘 할지 

결정을 먼저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바르셀로나 시내 걷는 건 이제 지쳤고 

쇼핑밖에 할 게 없다는 생각에 
급 근교투어. 

원래 몬세라토 가는 계획이 있었는데 

아침에 구엘공원 가는 바람에 
지로나로 결정되었다.

룸메 중에 한 명이 식당에 있길래 

말 걸어서 대화를 했는데,
여행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중국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왜그리 재밌었는지.
더 수다떨고 싶었는데 이대로가다간 

저녁시간이 되어버릴 듯 해서 

멈추고 지로나로 떠났다.

그 사람과 함께 지로나로 가는게 BEST 였다.
그런데 아내가 아파서 

오늘은 아무데도 안나간다고 했다.

지로나에서 또 헤매고 발은 미쳐갔고.
풍경을 봐도 뭔가 와닿는 건 없고,
사진을 찍어도 싫고.
예쁘지도 않고,,
여행와서 이런 느낌을 느낀 건 정말 처음이다.
이 모든게 발이 아파서 그런 걸까.
혹은 지로나 행 기차표 가격에 비해 

감동이 없어서 그런 걸까.
그렇다면 여행에서의 감동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참 집에 가고 싶다 ..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기까지 온 차비가 아까워서 

더 보려고 더 걸었고, 더 많이 찍었다.
전망 보면서 좋다가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카페에서 잠깐 쉬고 싶다. 라면서 

카페를 찾아 둘러보다가 

막상 찾으면 들어가기 싫은 건 또 왜 일까.


지로나


                                                  
여행이 다 끝난 지금와서 돌이켜보건데,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음 통하는 사람이랑 이야기 하면서
주변 카페나, 타파스+맥주를 먹는게 더 현명했을 듯 싶다.
훨씬 경제적이면서 마음도 채울 수 있는 일이었을 텐데,
내가 나를 너무 몰랐다. 

답 까지 근접했던 여행 회의감 탈피는 
'여행 왔으니까 여기서 봐야할 건 다 보고 갈꺼야' 

라는 욕심에 묻혀버렸다.
게다가 지로나 사진은 많이 건지지도 못했다는....ㅎ


그리고 
그 곳의 감동을 느끼려면 감탄해야 했었다.
무조건 예쁘다가 아닌,..
구엘공원에서의 사진 찍기는 무척 좋았으나 많이 아쉽다.
가우디는 왜 타일에 꽂혔을까
그릇을 산산 조각내어 

곡선에 꼭 맞는 것을 일일히 붙이고
어떻게 이렇게 색감을 예쁘게 디자인 했을 까,
자연을 모방하고 인체학적인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나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 까..
이건 왜 이런 모양으로 했을 까.
같은 그런 질문과 감탄이 없었다.
그래서 구엘공원은 그저 

내 사진의 예쁜 배경만 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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