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줄 알았다. 아이를 키워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이를 키우다 처음으로 미운 마음이 들었을 때 흠칫 놀랐다. '어떻게 내 아이가 미워 보일 수 있지?'
내 아이는 언제나 예쁘고, 나는 아이의 어떠한 모습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엄마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기적 이게도, 아이가 나를 좀 더 편안하게 해 줄 때 아이가 더 예뻐 보인다. 아이가 나를 고되게 하는 순간에는 아이의 존재가 버겁다. '우리 부모님도 나에 대해 그런 마음이었겠지?' 하는 웃픈 깨달음이 스쳤다.
내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유한하고, 때로는 선택적이고, 이기적이다. 때로는 아이가 사랑과 도움을 더 많이 필요로 할 때 내 사랑은 더 고갈된다.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이는 요즘, 더 많은 포용이 필요함에도 내 사랑은 더 형편없었다. 아이가 '원하지 않은', '의도하지 않은' 움직임과 소리를 보일 때 마음 아파하기보다, '있지 않아야'하는 것들이라며 괴로워했다.
솔직하다 못해, 엄마로서 자격 없는 듯한 비뚤어진 마음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나는 아이를 거의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놀랍지 않다. 오히려 내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온전할 수 없음을 아는 것이 위로가 된다. 그리고 진정으로 온전한 사랑이 무엇일지 더욱 그려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내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온전하지는 못하지만, 진실하다. 그 무엇보다 진실하다. 내가 가진 사랑의 능력은 보잘것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에게 나의 최선을 주기로 결심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결심의 끈이 해이해진다 해도, 나는 다시 결심하기를 반복하고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