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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Dec 29. 2022

혹시 엄마가 부끄러워?

인사 안 하는 아들?!

"미카야, 엄마 너한테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대답해 줄래?"

"응? 뭐?"

"혹시 밖에서 엄마 만나면 부끄러워?"

"아니? 왜?"

"근데 왜 엄마 만나면 인사를 안 해?"

"내가 언제 인사를 안 해?"

"아까도 엄마가 부르니까 쳐다보고 말더구먼.. OO엄마가 남의 아들인 줄 알았대.

왜 엄마가 인사하는데 아들은 인사도 안 하냐고 엄마한테 그러더라?"

"어제 인사했어! 그리고 아줌마들 그런 말 하고.. 짜증 나~"

긴 시간 가정 보육을 하고, 책을 많이 읽어주며 키우는 등.. 조금 별나게(?) 육아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건강하고 부모와 사이좋게 자라는 것, 또 하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 두 번째는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지만 첫 번째 바람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아이들도 우리를 좋아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밖에서 만난 둘째는 다른 집 아들처럼 굴었다. 아니, 오히려 아들 친구가 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집에서도 별로 자상한 아들은 아니었지만, 다른 엄마한테 지적을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막내가 노는 것을 지켜보느라 놀이터나 운동장에 나가있으면 꼭 내가 먼저 아들에게 인사를 하였고, 아들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집 삼 남매는 어릴 때 특히 예민해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많은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굳이 억지로 인사를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나랑 남편은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늘 인사를 하고 타고 내렸는데, 이 모습을 보고 자라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다른 어른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왜 인사를 안 하냐고 물었더니 '언제 인사를 해야 할지 타이밍을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얼마나 가까이 가서 어느 시점에 '안녕하세요~' 해야 할지 몰라서 어물쩡하다보면 꼭 내가 지적을 했던 모양이다. 경험이 없으니 모를 수 있겠다 싶어서 인사하는 것을 일부러 가르쳤다. 아는 어른이 보이면 고개를 숙이며 큰 소리 인사하라고.. 그랬더니 다른 어른들한테는 인사를 잘하는데, 엄마한테는 안 하는 것 같았다. 

아들에게 몇 차례나 왜 엄마 보고 인사를 안 했냐고 집에 와서 물으면 꼭 하는 대답이 '인사했어!"였다. 언제 했냐고 하면 나를 보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럼 엄마한테도 다른 아줌마들한테 하는 것처럼 고개 숙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야 해?"라고 물었다. 

아.. 아들과 나의 기준이 달랐구나! 어쩌면 나는 막내처럼 둘째도 반갑게 웃으며 뛰어와 안기기를 바랐나 보다.  딸은 12살인데도 나를 보면 일부러 크게 불러서 손을 막 흔들거나 뛰어와서 인사를 하니, 둘째에게도 그런 인사를 바랐나 보다. 하지만 둘째는 지가 많이 컸다고 생각하는 10살 남자아이이고, 제 딴에는 엄마를 보고 손 한번 흔들거나 눈 마주치고 아는 체를 했으면 인사를 한 것이었다. 다른 엄마들에게처럼 '안녕하세요~'라고 하기도 이상하니 제 나름의 아는 체를 했으면 인사한 것이 맞긴 하다. 단지 그 아는 체를 내가 못 알아채는 경우도 있고, 너무 작은 몸짓이라서 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들자 화는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예의 없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엄마에게도 엄마가 알 수 있게 인사를 하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다른 아줌마들 보이면 꼭 고개 숙이며 크게 인사하라고...

부모가 본을 보이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도 아이들마다 다른 것 같다. '인사'라는 것도 그렇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나도 잘 모르는 어른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참 어색하고 불편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 스스로 나를 예의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어색하고 불편하겠지.. 어떤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잘하기도 하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그게 노력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르듯, 모든 아이도 다르다. 제발 다른 집 아이랑 비교하지 말고 내 아이를 보며 이해하고 알려주고 기다려야지.. 육아하며 불편한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되새기는 생각이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오해를 받으면 안 되니까 사회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예의 있는 행동'은 가르치며 키울 필요도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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