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이 아이 키우기
겨울방학을 시작하자마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 계획은 1년 전부터 있었는데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는 1월 3일에 학년이 마무리되고 2달간 방학이라고 해서, 학년을 마무리하고 바로 이사를 하였다.
우리 집 삼남매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방과 후 수업으로 각자 예체능 한 개씩만 듣고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이마저도 없어졌다. 울산에서 부산으로 시를 바꿔 이사를 하다 보니 아이들도 친구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2 달이라는 긴 겨울 방학 동안 삼남매와 나는 24시간 딱 붙어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사하고 집 정리가 대충 끝나면 새로운 동네 구경도 하고, 부산에 가볼 만한 곳도 돌아다니며 놀아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ㅋㅋ 생각보다 정리가 오래 걸렸고, 집들이 겸 손님치레를 하다 보니 나가는 시간보다 집에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길고 긴 방학을 초딩 세명과 어떻게 보냈는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1. 학습
나는 선행학습은 시키지 않는다. 여러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책으로 공부도 해 본 결론이다. 대신 복습은 꼭 하게 한다. 이것은 학기 중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 다녀오면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며 문제집을 풀고, 수학 연산과 영어 듣기(첫째, 둘째)를 매일 한다.
방학 때도 다르지 않았다. 매일 첫째, 둘째는 국어와 수학, 지난 학기 문제집을 풀었다. 그래봤자 각 과목당 20문제 정도.. 그리고 연산을 매일 80문제씩 풀고, 영어 듣기를 했다. 막내는 국어, 수학 문제집을 풀고 연산과 한글 쓰기를 했다.
영어는 학원을 보내지 않았더니 학교에서 편차가 큰 것 같았다. 학교 영어 선생님들도 영어는 학원에서 공부할 거라 생각하는지 수업 내용이 형편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어 교재를 사주고 매일 일정 분량을 하게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표 영어에 도전해 보려고 시도했었는데 실패했다. 놀아주고 한글책 읽어주기도 벅찬데 영어까지 신경 쓰려니 내가 너무 힘들어서, 영어는 나중에 공부로 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웠는데 꽤 잘하는 편이었고, 어학연수 가서도 듣기와 말하기를 잘한다고 원어민 선생님들한테 칭찬을 많이 받았다.(뜬금 자랑..^^;;) 그래서 어차피 2중 언어 환경이 아닌 이상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아래, 필요할 때 공부로 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학교 교과 과정에 영어가 시작된 3학년부터 집에서도 공부로 하게 하고 있다.
물론 학원을 다니는 아이나 엄마표로 접해서 스스로 영어책을 읽는 아이들에 비하면 못하지만, 영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있으니 꾸준히 하면 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영어 사교육비 아껴서 대학 가면 어학연수를 보내 줄 계획이다. 경험상 그게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기에!
2. 생활습관
방학 때도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났다. 솔직히 늦잠 좀 잤으면.. 했는데 다들 방학하니 더 일찍 일어난다! 보통 10시 이전에 잠자러 들어가고 7시 반 전에 일어났다. 오히려 내가 늑장을 부려서 8시 반쯤 아침을 먹고 나면 오전에 공부를 했다. 오전에 꼭 해야 할 일을 끝내는 게 내가 아이들 관리가 쉬워서 그렇게 하게 했다.
내가 볼 땐 집중해서 하면 1시간 반이면 될 것 같은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 넘었다. 첨엔 그걸로 잔소리를 했는데, 나중에는 '어쨌든 하니까..' 하는 마음으로 그냥 두었다.
11시 반 전엔 공부를 끝내고 밖에 나갔다. 햇볕도 보고, 운동도 하기 위함이다. 축구공을 가지고 나가서 연습도 하고, 경기도 했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을 만나서 잠깐 같이 공을 차기도 하고, 동네 한 바퀴 돌며 구경도 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밖에 나가서 햇볕을 쬐도록 했는데 이는 건강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거나 상황상 못 나가는 날엔 집에서 뉴비트를 타며 운동을 하게 했다. 집에 있으면 단 간식을 자주 먹는데, 활동량이 적으면 아무래도 살이 찌기 쉽다. 그리고 운동은 살 뿐만 아니라 뇌발달에도 매우 중요하다.
점심을 먹고 난 오후 시간은 자유다. 자유라고 하면 아이들은 몇 시간이고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려고 한다. 그래서 디지털 하는 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내가 정신을 놓고 있으면 2시간 반이 금방 되어버렸다. 솔직히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음 나도 편하다. 싸우지도 않고 너무 조용해서 인심 쓰듯 더 하게 해 줄까 하는 유혹이 늘 내 마음에 생긴다. 여하튼 디지털 하는 2~3시간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셋이 놀기도 하고, 각자 만들기를 하기도 하고, 책도 읽는다. 이렇게 오후는 엄마도 숨 쉬는 시간..
저녁 먹고 나면 아빠랑 놀기도 하고, 가족 독서모임도 하고 그러다 잠을 잤다. 이렇게만 해도 하루가 정말 바쁘다.
3. 식사
방학 중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삼시 세 끼였다! 한 끼 급식을 먹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이었다니!! 코시국에도 많이 느끼고, 방학마다 느끼지만, 이렇게 긴 방학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라 새삼스레 더 느껴졌다. 나는 배달음식도 잘 먹지 않고, 건강한 음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더 힘들었다.
그래서 방학 동안엔 기준을 조금 낮췄다. 안 굶기면 되었다. 한 끼만 잘 먹으면 된다..로! ㅋㅋㅋ
아침은 평소대로 사과, 달걀, 치즈, 빵이나 떡을 먹는다. 점심은 잘 차려 먹었다. 보통 한식으로 고기나 생선, 채소까지 골고루 잘 먹었다. 저녁은 간단하게 한 그릇 음식으로 해주었다. 볶음밥이나 덮밥류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치킨이나 피자도 시켜 먹었다. 그래도 배달, 외식 많이 안 하고 안 굶긴 나 칭찬해~~ㅋㅋㅋ
간식은 주로 과일을 두었고, 구운 달걀, 군고구마도 자주 해놓았다. 과자나 시리얼도 먹었다. 밥을 잘 먹여놓으면 간식으로 잔소리는 안 했고, 대신 물을 자주 마시게 했다.
3월, 아이들은 모두 새로운 학교에서 새 학년을 시작하게 되었다. 등교한 지 이제 겨우 5일째.. 아직 낯설고 어색한 것 같지만 차차 적응하리라 믿는다. 딸램이가 어제 "방학 때 연산을 매일 한 게 효과가 있더라?"라고 했다. 나는 반가워서 "그렇지?! 근데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학습지를 풀었는데 그랬어. 인정하긴 싫지만 효과가 있더라고.." 인정하기 싫을 건 또 뭐야?ㅋㅋ
그래도 방학을 알차게 보냈구먼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마냥 놀고 늘어져 지낸다 해도 아이들 머릿속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를 일이지만, 엄마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성과에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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