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내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
"응? 엄마는 엄마가 더 좋은데?"
"..."
어제 오후 뜬금없이 막내가 물었다. 항상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자기를 좋아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엄마도 너희보다 엄마(나 자신)를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첫째, 둘째는 늘 듣던 말이라 그런가 보다 하나 본데
막내는 여전히 이 말이 서운한가 보다. 시무룩해서 방으로 들어가는 막내를 쫓아가서 귓속말로 말해줬다.
"엄마는 너를 가장 사랑해!"
그제야 막내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고 아빠에게 달려가 같은 질문을 한다.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
"아빠는 당연히 우리 가비가 가장 좋지!"
라고 말해줬고 막내는 안심했다.
문득 그런 질문이 들었다. '과연 나는 정말 나를 가장 사랑할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이들 대신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그것도 자신 없다. 한때는 내가 모성애가 부족한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친정 엄마는 나를 위해 목숨도 내놓으실 것 같은데 나는 도무지 그럴 자신이 없어서다.
내가 보낸 긴 가정보육의 시간은 남이 볼 때는 나를 희생하는 시간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실제로 나는 세 아이를 낳고 키운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친구도 만나러 가지 않았고, 취미 생활도 따로 하지 않았으며 온전히 아이들을 위해 맞춰 살았다. 그렇게 한 이유는 어차피 육아를 할 거면 전문가로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되어야겠기에 책도 많이 읽었고,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했다.
많은 엄마들이 육아만 하면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말을 한다. 이런 생각은 대중매체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 아이에게 엄마는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다! 나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나도 운동 좀 할걸.. 글도 쓸 걸..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도 하지만 그것은 후회로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시간을 더 잘 보내기 위한 조언이다.
9년간 전업 육아 시간은 나의 선택이었고, 아이들은 내가 한 수고의 몇 배를 돌려주었다. 내가 엄마라는 이유 만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가 아이들이다. 내가 언제 그런 사랑을 받아 보겠는가?
나는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엄마들이 꼭 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세상에 우리 아이들의 엄마는 나 하나뿐이고 그 누구도 내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면 엄마의 자존감도 지킬 수 있고 이 시간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