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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Nov 10. 2022

특별 학기 수업 1 - BTS 한국어

2022년 문화원 세종학당 2학기

1학기 종강 후 말하기 대회도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에 2학기 특별 학기를 개강했다. 2학기 특별 학기에 내가 맡은 수업은 BTS 한국어 1권과 4권, 한국문화 수업이었다. BTS한국어는 <Learn! KOREAN with BTS>라는 책으로 공부하는 수업이다. <Learn! KOREAN with BTS>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에서 만든 책으로,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온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보면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게 만들었다. 1~4권까지 한 세트이며 중급 단계는 없고 초급 단계만 나왔다. 세트에는 교재 말고도 소리펜과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보라색 한글 자판 스티커도 있다. 작년에 세종학당재단에서 지원해 줘서 작년 2학기에는 이 선생님이, 지난 1학기 특별학기에는 김 선생님이 수업을 했었다. 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BTS 한국어 교재와 구성품


세계적인 스타 방탄소년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공부한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신청할까?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으니 방탄소년단 책을 받기 위해서라도 많은 학생들이 신청할 것 같다 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수업 정원은 20명인데 1권은 8명, 4권은 6명만 신청을 했다. 김 선생님이 맡은 2, 3권 반도 비슷했다. 심지어 신청한 학생들도 대부분 방탄소년단 때문이 아니라 그냥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신청한 것이었다. 음... 역시 아무리 방탄소년단을 좋아해도, 공부는 공부인 건가. 오히려 한국문화 수업의 인기가 엄청났다. 한국문화 수업은 18명 정원이었는데, 선착순 신청이 시작된 지 30분도 안 돼서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어 교사로서 봤을 때 교재 구성은 썩 좋지 않다. 어휘와 문법 수준이 잘 맞지 않고, 연습 문제는 턱 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건 이 교재가 한국어 교재이기는 하지만 BTS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 책으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한국어 실력을 높인다기보다는 BTS를 통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거에 의미를 두지 않을까. 책의 제일 앞부분에는 방탄소년단이 책을 구매한 팬들에게 쓴 친필 편지와 싸인이 있다(물론 친필을 인쇄한 것). 그리고 문법과 어휘를 아주 간단하게 공부하고, 방탄소년단이 유튜브나 예능 방송에서 한 대화 중 목표 어휘와 문법이 나온 부분을 들으며 뭐라고 말했는지 빈칸을 채우는 활동이 있다. 그리고 각 과마다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교재 내용


책의 구성은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세트에 딸린 소리펜만큼은 만족이었다. 소리펜이라는 걸 처음 사용해 봤는데 정말 신기했다. 교재에 있는 QR코드와 mp3재생 모양 버튼, 텍스트를 터치하면 음성이 나오고 심지어 어떤 곳은 그냥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터치해도 갑자기 방탄소년단의 깜짝 인사말이 나온다. 문화와 문법 설명 부분은 일본어와 영어, 스페인어를 클릭하면 그 언어로 들을 수 있다. 이건 교사인 나도 재미있었다.



아무튼, 학생은 별로 없었지만 수업은 재미있게 했다! BTS 때문이 아닌 정말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온 학생들이니만큼 공부도 열심히 했다. BTS 한국어 1은 세종한국어 1권에 해당하는 수준인데, 문화원에서 정규 과정 때는 세종 1을 가르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후에 세종학당에서는 정말 지겹도록 매 학기에 세종 1, 2를 했었는데 문화원에서는 현지인 선생님들만 담당하신다. 그래서 살짝 아쉬웠는데 BTS 한국어 1 수업을 하면서 그 아쉬움을 좀 채울 수 있었다.


BTS 한국어 수업 때 쓴 PPT 일부


BTS 한국어 1을 공부하는 한 학생은 공책 필기를 아주 예쁘게 잘해서 감탄할 정도였다. 직접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를 붙여가며 공책을 꾸미기도 했다. 학생의 허락을 받아 사진도 찍었다.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작 교사인 나는 공부할 때 필기를 형편없이 하는데 말이다.^^

 

학생의 필기. BTS 한국어 수업은 아니고 그 전에 세종한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필기한 내용.


수업 마지막 날, BTS 1권 반에서는 게임을 했다. 팀을 두 팀으로 나누어서 했는데, 한 팀은 팀 이름을 삼겹살, 다른 팀은 떡볶이로 정했다. 게임은 총 세 개였다. 첫 번째는 받아쓰기! 교재에서 배운 문장 중 내가 불러주는 문장을 한 명씩 앞에 나와서 썼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정확하게 쓴 팀에게 점수를 줬다. 총 10 문장을 받아썼다. 받아쓰기는 테스트로 하면 재미없는데, 게임으로 하면 그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없다. 


"잘 들으세요. '이거 주세요.'"

"이거? 이거?"

"선생님, 다시, 다시!"

"주! 세! 요! 이거 주세요!"


내가 한 마디만 하면 앞에 나와서 쓰는 학생뿐만 아니라 뒤에서 대기하는 학생도 시끄럽게 떠들었다. 학생들은 눈에 불을 켜고 내 입을 쳐다보고 내 쪽으로 귀를 최대한 기울였다. 수업 시간 때보다 훨씬 더 집중하며...


받아쓰기 게임. 정확히 써도 'X'표시된 문장은 다른 팀보다 늦게 쓴 것.


두 번째 게임은 물건 값 정확하게 말하기! 이거는 세종학당재단에서 준 그림 카드와 한국의 화폐 문화 키트를 활용했다. 각 팀에 모형 화폐를 나눠 주고 카드를 하나씩 보여줬다. 먼저 값을 정확하게 말하며 돈을 내는 팀이 점수를 얻는 게임이었고 총 10번 진행했다.



마지막 게임은 형용사 반대말 찾기! 학생들에게 형용사 단어 카드를 나눠 주고 PPT로 그림과 형용사를 보여줬다. 반대말 형용사를 가장 먼저 찾는 팀이 점수를 얻는데 이때 단어도 정확하게 읽어야 했다. 


"덥다!"

"선생님, 이거요 이거!"

"읽으세요!"

"추타!"

"아니에요!"

"선생님, 춥다! 춥다예요!"

"네, 떡볶이 팀 1점! 잘했어요."



이것도 10번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어떤 팀이 먼저 했는지 판단을 못할 만큼 다들 빠르게 해서 두 번을 더 했다. 게임을 하는 내내 열기가 대단했는데, 내 귀가 아플 정도였다. 혹시 다른 반에 피해가 갈까 봐 목소리를 조금 맞추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지 모른다. 누가 보면 엄청난 상품이 걸린 줄 알았을 것이다. 상품은 그냥 초코파이인데... 박빙의 승부 끝에 1점 차이로 삼겹살 팀이 이겼다. 삼겹살 팀에게는 초코파이를 각각 2개씩, 떡볶이 팀에게는 한 개씩 줬다.


BTS 한국어 4권 반은 게임을 하지 않고 수업이 끝난 후 교실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같이 먹었다. 학생들이 나한테 예전부터 계속 베트남 순대를 사 주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 먹기로 했다. 학생들은 순대뿐만 아니라 주스, 통닭, 베트남식 찹쌀밥, 집에서 가져온 과일까지 푸짐하게 상을 차렸다.


BTS 한국어 4 회식


베트남의 순대는 한국의 순대보다 크기만 작고 안에 들어가는 건 비슷한 것 같다. 다른 점이 좀 더 있겠지만, 낯설지가 않았다. 학생들은 집에서 가져온 과일을 교실에서 깎아 줬다. 베트남 사람들이 과일 깎을 때 한국의 반대 방향으로 깎는 건 후에 세종학당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깎을 수 있을까? 반대로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과일 깎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한다. 정말 재미있다.

 


이렇게 BTS 한국어 특별 수업이 보람 있게 잘 끝났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문화 수업 때 한국의 민화, 주거 문화, 전통 놀이, 접시와 떡 만들기 수업한 것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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