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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옥 조명등 만들기 수업

2025년 8월 수업

by 한국어 교원

2025년 8월, 방학에도 '찾아가는 한국어수업'은 계속되었다.


8월의 어느 날, 민우가 단어 시험에서 또 문제를 다 맞혔다.

민우의 100점 시험지


"와, 민우 또 100점이야! 너무 잘했어! 이거 집에 가져가서 부모님 보여 드려. 엄청 칭찬하시겠다."

"아닌데, 칭찬 안 할 걸요? 안 가져갈래요."

"아니야, 선생님 믿어. 진짜 칭찬하신다니까? 가져가서 보여드려 봐."


민우는 항상 실내화가방에 필통만 달랑 들고 와서 갈 때도 그렇게 가는데, 이날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단어 시험지를 실내화가방에 대충 접어 넣어 가져갔다. 그 다음날, 민우에게 부모님께 단어 100점 맞은 것을 보여드렸냐고 묻자 민우는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엄마 엄청 칭찬했어요."

"선생님 말이 맞지? 지난번에 100점 맞은 시험지도 선생님이 여기 가지고 있는데 이것도 줄까?"

"...'


민우는 대답을 안 했다. 안 가져가려나 보다 생각하고 수업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 민우를 보내려는데...


"선생님 아까 그거 주세요."

"아까 뭐?"

"그거. 100점 맞은 거. 어제 준 거 말고 새 거."

"아, 아아 지난번에 100점 맞은 시험지? 여기, 여기! 가져가서 부모님한테 자랑해!"


민우는 이번에는 시험지를 반듯하게 잘 접어 실내화 가방에 조심히 넣었다. 민우가 이제는 공부를 잘해서 칭찬을 받는 보람의 맛을 알게 된 듯했다. 이제 2학기가 되면 민우는 더 열심히, 재미있게 공부하려고 하겠지? 민우의 성장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왜 아쉬웠냐면, 나의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수업은 이번 2025년 8월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었다. 2025년 7월, 2025년 하반기 세종학당 파견교원에 합격해서 9월부터 세종학당 수업을 시작해야 했기에 A 초등학교 수업은 8월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의 헤어짐도, 아이들이 더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학교에는 7월에 8월까지만 수업한다는 것을 미리 알렸지만, 아이들에게는 마지막 수업 전날에 알려줬다. 내일이 마지막 수업이라는 것을 들은 주미는 당황하며 아쉽다고 말했고, 하준이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민우의 반응은 의외였다. 9월부터 귀찮은 공부를 안 하게 되어 제일 쿨하게 반응할 줄 알았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정말 9월부터는 수업을 안 하는 거냐고 계속 물으며 아쉬워하는 것이었다. (아미르는 방학 일정이 있어 한국어 수업을 듣지 못했다.)


"진짜예요? 진짜 베트남 가요? 그래서 한국어 수업 안 해요?"

"응. 선생님이 민우랑 가장 오래 수업해서 민우랑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다."

"우리 언제부터 공부했어요?"

"네가 1학년 때부터였지."

"히익, 그렇구나. 근데 선생님 왜 가요? 안 가면 안 돼요?"

"베트남에서 한국어 가르치러 가. 미안. 선생님도 민우 계속 가르치고 싶은데 베트남에 가야 돼."

"아 왜에... 아, 싫은데. 1학년 때부터 같이 공부했는데... 히이잉..."

"민우 평소에 "선생님 못생겼어요.", "선생님 싫어요." 이러더니 사실은 선생님 좋아하나 보네?"

"..."


항상 나에게 못생겼다고, 싫다고 웃으며 농담하던 민우는 이때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헤어짐을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민우의 마음에 감동했다. 민우는 교실을 나갈 때까지 뾰로통한 표정이었다.


마지막 수업까지 공부를 하는 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 특별한 활동을 하고 싶은데 뭘 할까 고민하다가, 초등학생들은 뭐니 뭐니 해도 만들기 수업을 좋아하니 만들기 수업을 하기로 했다. 초등학생들이 너무 쉽지도 않고 너무 어렵지도 않게, 40분 안에 만들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트공구에서 판매하는 전통 한옥 조명등 만들기가 가장 괜찮을 듯싶었다. 조명등에 붙일 그림이나 글씨도 도안이 다 제공되어 있었고, 만들기 과정도 쉬웠다.


전통 한옥 조명등(출처: 아트공구)


전통 한옥 조명등 세트를 내 것까지 4개를 샀다. 방학 한국어 수업은 10시 10분-11시 반까지 하준이와 주미, 11시 반- 12시 10분까지 민우 수업이었기 때문에 하준이와 주미 수업을 먼저 했다. 아이들에게 오늘 마지막 수업이니 먼저 지난 수업 때 배운 것을 간단하게 복습한 후에 재미있는 만들기 활동을 하자고 말했다. 그때, 주미가 부끄러워하며 선물을 내밀었다. 하나는 스타벅스 카드였고, 하나는 주미가 직접 만든 비즈 키링이었다. 키링이 너무 예뻤고, 무엇보다 나를 생각하며 만들었을 주미 마음이 예뻤다. 아마 이 키링은 잊어버릴 것이 걱정되어 어디 매달고 다니지는 못할 것 같다. 스타벅스 카드는 어머님께서 주셨다고 한다. 안에는 주미와 하준이, 어머님이 쓴 한 줄 편지도 있었다. 선물을 받고 감동받아 살짝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하준이와 주미의 선물


역시 아이들은 전통 조명등 만들기 수업을 좋아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주미는 도안에 창의력을 덧붙여 더 멋있는 그림과 글씨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내가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금방 뚝딱 뚝딱 나무판을 조립해서 조명등을 만들어 냈다. 오히려 내가 나무판 조립 방법을 헷갈렸고, 그림도 거꾸로 붙여 부끄러웠다. 하준이는 조금 어려워해서 나와 주미가 도와줘야 했다.


세 개의 조명등을 완성한 후 교실 불을 끄고 조명등을 켰다. 컴컴한 교실에서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세 개의 조명등이 아름다웠다.


전통 조명등 만들기 과정과 만든 후. 실수로 거꾸로 붙인 소나무 그림은 내가 만든 것.


조명등 놀이를 조금 한 후에 주미와 하준이를 한 번씩 안아 주고 보냈다. 그 후에 민우가 툴툴대며 들어왔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나 밤에 자기 전에 울어서 눈 부었어요.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서. 너무 슬퍼서. 아, 너무 슬퍼어."


민우는 웃고 있었지만 진심인 듯했다. 정말 눈 밑이 빨개져 있었다. 나는 아쉽지만 딱히 슬프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었는데, 민우의 말을 듣고 살짝 울컥했다.


그런데 막상 조명등을 만들기 시작하자, 민우는 언제 슬프다고 했냐는 듯이 신나서 조명등을 만들었다. 민우와는 만들기 수업은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몇 번은 만들기 수업을 해줄 걸 그랬다. 도안을 따라 그림을 그릴 때와 색칠할 때 실수할까 봐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그리고 색칠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무판 조립을 할 때는 과정이 살짝 어려워서 싫증을 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래서 승부심이 붙은 것 같았다.


"아, 이거 안 맞네? 이게 아닌가?"

"선생님이 도와줄까?"

"아니 잠깐만요. 이건가? 선생님, 다음에 이거로 맞추는 거예요? 아, 맞네! 맞잖아! 이거 맞았네! 선생님, 이거 봐요. 저 맞췄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조립하고 마지막으로 조명등을 켜자 민우는 아주 뿌듯해했다. 그런데 하필 민우의 조명등이 불량이었는지 자꾸 계속 꺼졌다. 그래서 내 조명등을 가져가라고 했다. 민우는 조명등이 여분으로 두 개나 있다며 좋아했다.


민우와 나


이때까지만 해도 신났었던 민우는 이제 집에 갈 시간이라고 하자 또 다치 축 쳐졌다.


"1학년 때부터 공부했는데 마지막이야. 정말 싫어."

"선생님도 너무 아쉽다. 그동안 민우 가르치면서 선생님도 즐거웠어. 그리고 민우가 이렇게 선생님이랑 헤어지는 거 아쉬워해서 고맙네.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하고, 새로운 선생님 오시면 선생님 말씀 잘 들어. 알겠지?"

"네에. 아, 정말 싫다. 힝. 아 왜 선생님 베트남 가..."


아이 눈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나도 눈이 빨개졌다. 이렇게 정이 많이 들어서 어쩌나... 한국어교원으로 일하며 수많은 학생들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지만, 오래 가르친 어린 학생들과의 이별은 정말 아쉽다. 나도 울기 전에 빨리 민우를 보내야겠다 싶었다. 민우에게 "선생님이 한 번 안아 보자!" 하자 민우는 나에게 덥석 와서 안겼다.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이이잉" 하며 우는 소리를 하며 재빠르게 교실을 나갔다.


민우가 나가고 교실을 정리했다. 그리고 교실을 나가기 전, 텅 빈 교실 사진을 찍었다. 텅 빈 교실이 공허한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2년 반 동안 A 초등학교에서 아미르, 샨드라, 수민이, 하준이, 주미, 민우를 가르치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업을 좋아할까,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수업을 준비하며 나 또한 한국어 선생님으로서 여러모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다음에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계속 재미있게 공부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어 교실(본래는 멀티실)





*표지 이미지 출처 : 아트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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